세브란스병원 연구팀, 심장리듬 정상화와 치매 위험 관련 연구 결과 발표
전극도자 절제술이 치매 예방에 도움 줄 수 있다는 가능성 제시에 의미

강남세브란스병원 김대훈 연구교수, 분당차병원 양필성 교수,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심장내과)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심방세동 환자가 심장의 정상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으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김대훈 연구교수(심장내과), 분당차병원 양필성 교수(심장내과),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심장내과) 연구팀은 8일 'European Heart Journal(IF 22.673)'에 '심방세동 환자에서의 전극도자 절제술 후 치매 위험도 감소(Less dementia after catheter ablation for atrial fibrillation: a nationwide cohort study)'라는 내용으로 논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것으로 뇌졸중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80세 이상이며 인구 고령화로 심방세동 환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심방세동이 치매 발생 위험인자라는 것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는데 정보영 교수팀의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발생 위험은 심방세동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약 1.5배나 높다.

심방세동 치료법은 불규칙한 맥박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전극도자 절제술'이 있다. 

혈관을 통해 심장에 튜브를 삽입해 부정맥이 발생하는 위치를 찾고, 고주파 에너지를 사용해 해당 부위를 비활성화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전극도자 절제술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상충하는 연구가 존재했다.

전극도자 절제술이 미세한 허혈성 뇌 병변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있디만 국내에서 심방세동 치료를 받은 환자 400여명을 분석해보니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후 어휘력, 단기 기억력, 시공간 인지력, 주의력 등 인지기능의 향상을 보였다는 결과가 있었던 것.

연구팀은 환자에 대한 전극도자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환자가 심방세동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치매 위험 또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성인 83만 4735명 중 최종적으로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 받은 9119명과 약물치료를 받은 1만 7978명의 치매 위험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환자들은 최장 12년, 환자의 절반 이상은 52개월 동안 추적했다.

연구결과, 약물치료 군의 치매 누적 발생률은 9.1%인데 반해 전극도자 절제술 군에서의 치매 누적 발생률은 6.1%를 보여 전극도자 절제술이 약물치료보다 약 27%의 치매 위험도 감소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절제술 실패 군(절제술 시행 후 심방세동이 재발했을 가능성이 높음)의 경우, 약물치료 군과 비교했을 때 치매 예방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반대로 재발이 없이 정상리듬(동리듬)이 잘 유지된 절제술 성공군은 예방 효과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또한 치매 발생률을 1000인년(person-years)으로 환산해 비교했다. 

이 경우 전극도자 절제술 군은 5.6명, 약물치료 군은 8.1명을 나타냈고 치매 유형 중 절반이 넘는 알츠하이머병 발병률도 1000인년으로 환산 비교하니 전극도자 절제술 군은 4.1명, 약물치료 군은 5명으로 약 23% 낮았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많은 혈관성 치매에서는 전극도자 절제술 군은 1.2명, 약물치료 군은 2.2명으로 약 50% 낮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보영 교수 "현재까지는 치매 고위험군에 속하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적절한 항응고요법 외에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치료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매는 오랜 관찰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연구된 바가 많지 않았다"며 "이런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실제 임상 및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훈 교수는 "시술 후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은 전극도자 절제술 성공군에서 치매 예방 효과가 특히 두드러졌다"며 "심방세동 환자에서 최대한 정상 리듬인 동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치료 중에도 적극적인 율동조절이 박동수 조절과 비교해 치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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