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병원 구축에 투자 필요하지만…환자 예후 개선했다는 근거 부족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발상 전환 필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스마트병원 개원을 기념해 20일 본관 대강당에서 '스마트병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스마트병원 개원을 기념해 20일 본관 대강당에서 '스마트병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의료계에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스마트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병원은 스마트병원 구축을 놓고 딜레마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병원을 구현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환자 예후가 개선됐음을 입증한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투자'와 '근거'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심장내과)는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스마트병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스마트병원은 기존 병원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진료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환자 예후 및 안전성 등을 증진하면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목적을 충족해야 하기에 스마트병원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스마트병원의 SWOT 분석을 한 결과, 병원마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이 다르고 진료정보 교류가 부족했다. 또 기업과 의료기관 간 교류 및 협력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중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인공지능(AI) 중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우리에게 위협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새로운 변화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김 교수는 "스마트병원을 구축해 환자 예후가 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스마트병원에 대한 딜레마가 있겠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병원 구현 핵심은 '정보통신기술'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병원이 성공적인 스마트병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ICT를 통해 병원 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환자 예후가 좋아졌다는 결과(output)를 낼 수 있어야 스마트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스마트병원 구현을 위한 중요 기술은 앞으로도 ICT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T를 활용해 스마트병원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 데이터를 어떻게 발굴하고 융합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에 아산병원은 병원건강기록(EHR)에 빅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을 지원하는 데이터 시스템인 '아산데이터엔진(Asan Data Engine)'을 통해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김 교수는 아산데이터엔진으로 심혈관질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 재입원율 등을 포함한 합병증 발생 위험을 조기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합병증 위험을 예측하고, 환자군에 따라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 등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아산병원은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위해 병원 내 표준의료데이터팀을 운영 중이며, 카카오와 협업해 의료 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어떤 방법으로 사용하느냐보다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안이나 개인정보 문제없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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