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설사·발열 등 이상반응 보고…간 손상 위험 주의
성균관의대 홍승봉 교수 "이상반응 중증도 심하지 않지만 장기간 안전성 지켜봐야"

3월 12일부터 국내 수입이 가능해진 대마 성분 의약품 '에피디올렉스'. 사진=GW Pharmaceuticals 홈페이지 발췌.
▲3월 12일부터 수입 가능해진 대마 성분 의약품 '에피디올렉스'. 사진=GW Pharmaceuticals 홈페이지 발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3월부터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뇌전증 치료제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3월 12일부터 시행돼, 환자들은 대마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cannabidiol)이 주성분인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자가 치료 목적으로 수입할 수 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공급받아야 하며 수입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합법적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어 환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피디올렉스는 현재 수입이 허가된 의료용 대마 4가지(△마리놀(성분명 드로나비놀) △시스매트 캐노메스(나빌원) △사티벡스(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칸나비디올) △에피디올렉스) 중 실제 대마 성분을 추출해 개발된 유일한 치료제다. 주요 임상연구에서 약물 난치성 소아 뇌전증 환자의 발작 빈도를 유의미하게 줄이는 효과를 입증해 많은 환자가 국내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100% 안전한 치료제는 없듯 에피디올렉스도 주의해야 할 이상반응이 보고된다. 게다가 장기간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가 없어 임상에서는 치료받은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 분석 결과, 이상반응 위험 1.24배 ↑

임상연구에서 에피디올렉스의 이상반응 발생 위험은 위약보다 근소하지만 높다고 분석된다.

약물 난치성 드라벳 증후군 또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 세 가지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은 위약군 대비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1.24배(pooled RR 1.24; 95% CI 1.13~1.36) 증가했다(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2018;89(7):741-753). 관찰연구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발표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만 분석했기에 결과 신뢰도가 높다. 

구체적인 이상반응을 살펴보면, 기존 뇌전증 치료제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인 졸림, 피로, 식욕 변화 등이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에서도 확인된다. 위약군보다 △졸림 2.53배(RR 2.53; 95% CI 1.40~4.57) △피로 5.8배(RR 5.80, 95% CI 1.36~24.83) △식욕 변화 5.46배(RR 5.46; 95% CI 2.18~ 13.69) 등 위험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설사, 발열도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에서 보고된다. 두 가지 이상반응은 기존 치료제에서도 확인되지만 임상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2017년 NEJM(2017;376:2011~2020), 2018년 Lancet(2018;391(10125):1085~1096)에 실린 두 가지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에서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의 설사 발생률은 각각 31%와 18.6%, 발열 발생률은 15%와 12.8%로 조사됐다.

에피디올렉스의 설사 발생 위험은 위약 대비 2.63배 높았다(RR 2.63; 95% CI 1.45~4.76). 발열 발생 위험은 1.63배 증가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RR 1.63; 95% CI 0.83~3.21). 

아울러 에피디올렉스 치료를 받았음에도 경련(convulsion)을 경험한 환자도 있어(11%) 모든 환자에게 발작 완화 효과가 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성균관의대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를 보면 에피디올렉스는 기존 뇌전증 치료제와 비교해 이상반응이 크게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하지만 설사, 발열은 기존 치료제에서 흔히 보고되지 않은 이상반응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이 잘 알지 못할 수 있다. 특별한 이상반응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 손상 표지자 증가 위험 약 12배 높아

이와 함께 에피디올렉스 치료 시 심각한 이상반응(serious adverse event) 위험도 감지된다. 체계적 문헌고찰한 결과에 의하면,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의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은 위약군 대비 2.55배 높았다(pooled RR 2.55; 95% CI 1.48~4.38).

임상연구를 통해 보고된 대표적인 심각한 이상반응은 간질중첩증과 간 손상 표지자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 또는 아스파라진산 아미노전달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ST) 수치 증가다. 

간질중첩증은 발작 사이에 의식회복이 없는 경우로 생명에 위협을 주거나 뇌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ALT와 AST는 간 손상 시 수치가 상승한다.

다만 두 가지 이상반응은 2017년 NEJM에 실린 연구에서만 보고되며(NEJM 2017;376:2011~2020), 간질중첩증 발생률은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이 4.9%로 위약군 대비 발생 위험은 의미 있게 높지 않았다(RR 0.97; 95% CI 0.2~4.6). 그러나 ALT 또는 AST 수치가 상승한 환자는 에피디올렉스 치료군이 20%로 위약군보다 그 위험이 11.61배 높았다(RR 11.61; 95% CI 1.56~86.48).

그는 "간질중첩증은 가장 주의해야 할 이상반응이지만 한 가지 연구에서만 드물게 보고됐다. 치료 후 환자가 30분 이상 발작을 지속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알려야 한다"면서 "ALT 또는 AST 수치가 상승했다면, 에피디올렉스 치료 용량을 줄이거나 치료를 중단해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상연구 치료 기간 '14주' 불과…장기간 안전성은?

이러한 이상반응은 에피디올렉스 치료가 14주 동안 이뤄졌을 때 나타난다. 즉 14주 이상 치료가 진행됐을 때 어떤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때문에 현재 뇌전증 학계에서는 에피디올렉스 장기간 치료에 따른 안전성을 가장 우려한다. 

실제 뇌전증 치료제 펠바메이트(felbamate)는 1990년대에 뇌전증 성인 환자 또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소아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됐지만, 임상 처방 후 예상치 못한 재생불량성 빈혈이 100만명 중 127명에서 보고됐다. 이에 펠바메이트는 환자와 의료진이 펠바메이트 복용의 위험과 이점에 대해 논의 후 환자가 동의서에 서명한 경우에만 처방 가능하다. 

에피디올렉스 역시 장기간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가 없기에 연구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문제가 실제 임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임상에서는 에피디올렉스를 장기간 처방했을 때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허가된 처방범위 내에서 치료 이뤄져야

에피디올렉스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에피디올렉스 이상반응이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심하지 않을지라도 현재 허가된 처방 범위 내에서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에피디올렉스를 희귀 소아 뇌전증인 드라벳 증후군 또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로 승인했다. 

그는 "에피디올렉스 관련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가 진행됐고 연구에서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됐기에 FDA가 에피디올렉스를 허가해준 것"이라며 "처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다만 국내에서 급여화가 되지 않았고 약물 난치성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일부 보고가 있기에 이들에게도 에피디올렉스를 써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치료 중인 약으로 증상이 조절된다면 약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뇌전증학회는 에피디올렉스 국내 수입을 앞두고 '뇌전증 환자를 위한 칸나비디올 워크숍(Cannabinoids for epilepsy workshop)'을 3월 8일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에피디올렉스를 어떤 환자에게 처방해야 할지와 주의해야 할 이상반응 등과 함께 많은 환자가 비용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급여화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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