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처방' 두고 '확대론 vs 신중론' 의견 팽배
'의료용 대마 처방' 두고 '확대론 vs 신중론' 의견 팽배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1.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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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대한한의사협회 "처방 간소화 및 범위 확대 필요"
의료계 "외국에서 부작용 사례 보고…남용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와 대한한의사협회는 9일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마성분 의약품 처방 간소화와 처방 범위 확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좌부터)한의협 이은경 부회장, 운동본부 강성석 목사.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와 대한한의사협회는 9일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마성분 의약품 처방 간소화와 처방 범위 확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좌부터)한의협 이은경 부회장, 운동본부 강성석 목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를 두고 직역 간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대표 강성석 목사)는 9일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마성분 의약품 처방 간소화와 처방 범위 확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운동본부의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운동본부 "개정안 시행령ㆍ시행규칙은 '탁상행정'의 전형"

지난해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약품 구입을 희망하는 희귀 뇌전증 환자는 자가 치료 목적에 한해 의사 소견을 받아 에피디올렉스 등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개정된 법률은 지난달 11일 공포됐고 올해 3월 1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4일 관련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을 발표, (합성)대마 성분을 포함한 의약품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운동본부는 식약처가 발표한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은 모법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어긋났으며, 환자,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을 무시한 법령이라는 입장이다.

모법에 따르면, 대마 또는 대마초 종자 껍질을 흡연 또는 섭취하는 행위는 금지하지만 '의료 목적'으로 섭취하는 행위는 제외한다. 즉 모법에서는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위법령인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에서는 특정 외국 제약회사에서 만든 일부 의약품만 허용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에서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마를 제한하는 것은 모법의 취지에 어긋나며 위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의료용 대마를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하는 구조 역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운동본부 강성석 목사는 "식약처 마약정책과는 대마 문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의료용 대마가) 항경련제, 진통제, 진토제 등에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간과하고 있다"며 "일부 수입 의약품만으로 자가 치료용 대마를 공급하겠다는 식약처 계획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의료용 대마를 공급하겠다는 구조는 말이 안 된다. 외국에 신청을 받아야 하는 구조이기에 (환자에게) 공급되기까지 2달이 소요된다"며 "현재 의료 시스템을 벗어나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의약품처럼 의사, 한의사 진단을 통해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의협 "환자 편의 위해 한의사도 의료용 대마 처방할 수 있어야"

한의협은 운동본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의협 이은경 부회장은 "식약처의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은 실제로 환자가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기보단 타이트하게 (의료용 대마 처방을)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모법을 거스른 것이다. 위법적 요소가 분명한 해당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하며, 모법 개정 취지에 맞도록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인의 한 단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자,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운동본부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진료 현장에서 대마를 처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의협은 환자 편의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한의 의료기관에서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마는 수천 년 동안 약용으로 사용됐으며, 한의학 고서에 기록된 대마에 관한 내용은 뇌전증, 자폐증 등 치료에 대마가 효과적이라는 국외 연구 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식물에서 채취된 대마는 일종의 한약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마를 이용한 한의학적 처방과 치료가 가능하기에, 한의사가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필요하다면 대마 전초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의사만 대마를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면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모든 의료진이 대마를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외국에서 부작용 보고…선별적으로 처방해야"

이와 달리 의료계는 의료용 대마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의료용 대마'가 마치 신비의 명약인 것처럼 알려지지만, 실제 외국에서 의료용 대마 처방 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며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뇌전증학회 A 임원은 "외국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면 실제 임상에서 의료용 대마 치료 후 해롱거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오히려 효과가 없는 환자도 있었다"며 "환자에 따라 선별적으로 의료용 대마를 처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용 대마가 100% 안전하고 치료가 필요한 대상 환자군이 많다면 일반 약국에서도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마는 중독 및 의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외국에서도 (의료용 대마 관련 연구)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의료용 대마가 남용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3월 법률 시행 앞뒀지만…'처방 가이드라인' 없어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는 3월 12일부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임상에서 어떤 환자에게 의료용 대마를 처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강 목사는 "외국에서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의료용 대마를 어떻게 처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처방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밝힌 곳이 없다"면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처방을 요구했을 때 의료진이 처방해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뇌전증학회는 외국에서도 구체적인 처방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 임원은 "외국에서는 기존 치료제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의료용 대마를 처방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처방 가이드라인은 제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의료용 대마를 누구도 처방해보지 않았기에 처방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없다. 특히 장기간 처방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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