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테그라스트 9일 식약처 승인, 사이클로스포린 이후 안구건조증 새 치료 옵션
증상·소견 개선하는 근본적 치료제

[메디칼업저버 최상관 기자] 10여년 만에 새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새 치료 옵션에 목말랐던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은 지난 9일 식약처에서 승인한 안구건조증 신약 리피테그라스트(lifitegrast, 제품명 : 자이드라)다. 리피테그라스트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지난 2016년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항염증 작용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지난 2003년 FDA에 승인돼 2006년에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제품명 : 레스타시스)이 유일했다.

리피테그라스트는 기존 사이클로스포린과 동일하게 안구건조증의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두 치료제 모두 T세포에 작용하지만 기전은 다르다. 사이클로스포린은 T세포의 인터류킨(IL)-2 생성을 억제하는 반면, 리피테그라스트는 T세포의 표면에 위치한 유착분자에 경쟁적으로 결합해 T세포의 활성화를 막아 좀 더 근본적인 치료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또한 리피테그라스트는 △장기간의 안전성, 내약성 △빠른 약효 발현 △염증 사이클의 핵심단계에 관여 △안구건조증 증상‧소견 개선 등을 만족하는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OPUS : 증상·소견 개선 확인

이는 리피테그라스트 관련 임상 3상 실험 OPUS-1, OPUS-2, OPUS-3, SONATA 등 총 4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OPUS-1,2,3에서는 리피테그라스트(5.0%)의 효과를 평가했고, SONATA에서는 안전성을 평가했다.

OPUS-1,2,3에서는 안구건조증 환자 총 2006명을 리피테그라스트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84일(12주)간 약을 투여했다. 이후 투여 14일(2주)째, 42일(6주)재, 84일(12주)째에 안구건조증 증상 및 소견 호전을 평가했다.

OPUS-1에서는 환자를 인위적으로 습도 10% 미만, 온도 24.4℃, 지속적인 바람, 조명하에서 TV나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안구건조증을 심화시킬수 있는 환경(Controlled Adverse Environment, CAE)에 노출 상황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또한 OPUS-2,3에서는 최근 30일 이내 인공 눈물을 사용한 적이 있는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안구건조증 소견은 CSS(Corneal Staining Score : 각막 염색 점수)를 정상인 0점에서 가장 심한 단계인 4점으로 평가했다.

안구건조증 증상은 VR-OSDI(Visual related OSDI)라 하여, 기존 건성안 자각증상 점수(OSDI) 중 시기능과 관련된 항목을 모아 선별했고, 환자 스스로 평가하는 안구 건조감 점수(Eye Dryness Score, EDS)를 가장 편안한 상태인 0점에서 가장 심한 단계인 100점으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 OPUS-1에서 약 투여 후 84일째 리피테그라스트군의 CSS가 약 0.5점 감소해 약 0.1점 감소한 위약군 대비 안구건조증 소견이 더욱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 투여 후 14일째부터 결막 소견 호전도 관찰됐다. 다만 VR-OSDI 개선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안구건조증 증상의 호전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은 OPUS-2는 OPUS-1에서 입증하지 못했던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였다. OPUS-1과는 환자 선별조건을 달리했다. 실험 환자군을 안구건조증 환자 중 최근 한 달 이내에 인공눈물을 사용했으며, EDS가 40점 이상, 쉬르머 검사상 눈물분비가 정상 이하, CSS가 2점 이상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 결과 리피테그라스트 사용 14일째부터 안구 건조감 호전이 확인됐다. 이는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호전 효과가 더욱 커져 최종 84일째에 리피테그라스트군의 EDS는 40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의 EDS는 20점 가량 감소한 것에 그쳤다. 이로써 리피테그라스트의 증상 호전 효과가 확인됐다.

이은 OPUS-3 연구는 환자 선별 범위를 완화해 현실성을 조금 더 높인 연구였다. 실험 환자군은 최근 한 달 이내에 인공눈물을 사용했으며, EDS가 40점 이상인 환자로 이전 OPUS-2의 실험 환자군과 비교해 간소화했다.

그 결과 리피테그라스트 사용 14일째부터 안구 건조감 호전이 확인됐고, 최종 84일째에 리피테그라스트군의 EDS는 약 40점 감소해, 위약군(약 30점 감소)과 비교해 증상 호전 정도가 우월했다.

SONATA : 안전성, 내약성 입증

SONATA에서는 리피테그라스트의 1년간 장기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점안 부위의 자극·작열감은 리피테그라스트군과 위약군이 각각 15%, 4.5%였고, 발적은 1.8%, 13.2%, 시력저하 6.3%, 11.4%, 입에서 이상한 맛이 느껴짐 1.8%, 16.4%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안구건조감 부작용은 리피테그라스트군이 1.8%로 위약군(5.4%)대비 더 낮았다.

그러나 이는 치료와 관련한 현상일뿐 해당 부작용으로 약물 치료를 포기한 경우는 9%였고, 대부분 부작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간의 노력으로도 호전할 수 있는 정도로 평가돼 최종적으로 리피테그라스트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국내 전문가는 안구건조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에서 리피테그라스트를 높게 평가했다.

인제의대 양재욱 교수(부산백병원 안과)는 "안구건조증 치료에 항염증 작용을 접목하게된 계기는 안구건조증이 염증성 질환이라는 시각에서 비롯한다. 인공눈물로 일시적인 호전만을 꾀할 것이 아닌 안구건조증을 유발하는 발생 기전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기존 사이클로스포린은 원칙적으로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아닌 염증을 막는 증상 개선제였으나, 리피테그라스트는 안구건조증 증상과 소견을 동시에 막아주는 염증과 관련한 핵심 기전을 막아준다. 약효도 빠르고 안전성과 내약성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의대 변용수 교수(서울성모병원 안과)는 “리피테그라스트는 안구건조증의 주요 병인으로 알려진 만성 염증을 치료하는 또 다른 기전의 신약으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치료제와의 안전성 비교 연구는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 교수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된 사이클로스포린과의 비교 연구 결과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승인된 신약인만큼 장기간 연구로 엄격한 평가를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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