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작년 급여화 성공...본격 처방행보에 나선 제품은 무엇?

2016년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했다. 의약품 생산액도 18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10년동안 47.7% 성장했다. 경제적 성장과 의료수요의 증가로 이 같은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때문에 내수시장을 잡기 위한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작년 급여화에 성공하면서 블록버스터 등극이 예상되는 다크호스 품목을 라이벌 구도로 선정해 살펴봤다.
 

◆사연많은 올리타 vs 타그리소

폐암은 전체 암종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5년 생존율은 위암 73.1%, 대장암 75.6%와 비교해 23.5%로 낮다. 폐암 중에서도 비소세포폐암이 80~85%를 차지하며 EGFR 변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에서 40%에 이를 정도로 빈번하게 나타난다. 나아가 EGFR-TKI로 치료받은 환자의 3분의 2에서 2차 변이인 T790M 변이가 발생한다. 올리타(올무티닙)와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지난 12월 급여등재 됐다. 

타그리소는 EGFR-TKI 치료 경험이 있는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상연구 AURA3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median PFS) 10.1개월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표준요법인 백금기반 이중 항암화학요법군의 4.4개월 대비 2배 이상 연장된 결과다(HR=0.30; 95% CI:0.23,0.41; P<0.001).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대조군은 31%인 것에 비해 타그리소 치료군은 71%로 높았다(OR 5.39; 95% CI 3.47, 8.48; P<0.001). 

또한 AURA3 하위분석 결과, 연구에 참여한 뇌 전이 폐암 환자 중 타그리소 치료군의 median PFS는 11.7개월로 대조군 5.6개월에 비해 2배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HR=0.32; 95% CI 0.15-0.69; P=0.004).

대규모 글로벌 임상으로 확인한 유용성을 무기로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 원내목록에도 진입했다. 

출시 시기부터 약가 산정까지 같이 주목받아 온 올리타 역시 뇌 전이 환자 치료에 사용 가능하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뇌전이 환자의 치료는 타그리소가 강조한 부분으로, 동등한 출발선상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의 글로벌 2상 임상결과에 따르면 올리타는 뇌 전이가 있는 환자를 포함한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에서 median PFS가 9.4개월로 나타났다. 전체 162명의 환자에는 임상시험 등록 시점에 뇌 전이가 있는 환자 83명(51.2%)이 포함됐으며 뇌 전이가 있는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타그리소와 올리타는 각각 본인부담금 34만원과 8만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약값은 올리타가 저렴하지만 오는 2020년까지 임상 3상을 완료해야 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어 임상 현장에서 혼선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올리타 3상임상에서 표준치료군에 배정되는 환자 비율을 줄여주거나 표준치료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표적항암제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면서 "올리타와 타그리소 간 처방경쟁은 부작용 발현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스트 비리어드는 누구? 베시보 vs 베믈리디

 

올리타, 타그리소처럼 B형 간염 시장에서도 국산신약과 도입신약의 빅매치가 예정돼 있다. 단일품목으로 1500억원의 실적을 올린 포스트 비리어드를 꿈꾸는 베시보(베시포비르)와 베믈리디(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푸마레이트)의 경쟁이 그것이다.  

일동제약은 베시보 관련 기존 국내 22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만성B형간염 환자 197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48주 동안의 임상3상을 연장해 총 96주간 관찰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에 따르면, 베시보를 96주간 투여했을 때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지속됐고, 임상시험 기간 동안 약제내성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48주간 비리어드를 복용했던 환자의 투여 약제를 베시보로 바꾼 후 48주간의 경과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비리어드에서 베시보로 약제를 변경한 이후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유지, 유효성에 문제가 없었다. 

약물 부작용과 관련해 기존 비리어드를 복용한 시험군에서 악화됐던 골밀도 및 신장 기능 관련 지표도 베시보로 약제를 변경한 이후 개선됐다. 

약제 전환 효과와 부작용 발현율 개선은 베믈리디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베믈리디 관련 108 임상시험은 425명의 B형간염 e항원 음성 환자, 110 임상시험은 873명의 B형간염 e항원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48주차에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수치가 29 IU/mL 이하로 나타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비율을 지표로 평가한 결과 베믈리디는 비리어드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척추 및 고관절 골밀도 감소율이 비리어드 투여군 보다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한 비리어드에서 베믈리디로 처방 변경한 환자에서도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잘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고, 비리어드를 계속 복용한 환자에 비해 ALT 정상화 비율이나 신기능 및 골밀도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지만 비리어드만큼의 성장세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보험급여 때문이다. 

급여기준에 따르면 다른 약물을 복용하다 베믈리디로 교체하는 것은 검사상 확인된 부작용이 있어야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즉 크레아틴청소율, 사구체여과율(GFR) 등이 감소하거나 골밀도가 감소하는 등 검사상 이상이 없는 경우 교체가 불가능하다. 베시보는 신규 환자에게만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GFR이 50mL/분 미만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못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신기능이 떨어져 비리어드 용량을 감소시켜 복용하는 환자도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겪는 환자들에 한해서라도 베믈리디로의 약제 전환이 가능토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시보는 복용 알약 수가 늘어나긴 하지만 지방간에 효과가 있어 지방간이 동반된 환자에게 많이 처방될 것"이라며 "다만, 실제 임상에서는 급여 제한을 많이 받는만큼 이들 약에 대한 급여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 vs 캐싸일라 vs 입랜스

직접적인 타깃 환자군이 겹치지는 않지만 지난해 3개의 유방암 치료제가 급여권에 진입했다. 퍼제타(퍼투주맙)와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입랜스(팔보시클립)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의 활약도 지켜볼 만 하다. 

지난해 6월, 무려 4년만에 급여화에 성공한 퍼제타는 HER2 양성 유방암 표적치료제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 25% 정도를 차지하며, 전이와 재발이 잘 돼 질환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나쁜 유방암이다. 허셉틴 출시로 치료성적이 일부 개선됐지만 30%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해 치료대안이 필요했다.

CLEOPATRA 임상결과를 보면, 퍼제타와 허셉틴, 도세탁셀을 병용투여한 환자에서 전체 생존기간(OS)은 56.5개월로 대조군인 허셉틴, 도세탁셀 병용 투여군 40.8개월 보다 15.7개월 연장시켰다. 이는 전이성 유방암에서 전례없는 최장기간 OS를 입증한 것이다. PFS도 6.3개월 더 연장시켰으며, 암 진행 또는 사망 위험도 대조군 대비 32% 가량 감소시켜 기존 표준 치료법보다 개선된 생존상의 이점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완치보다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인데  퍼제타 3제 병용요법은 매우 고무적인 임상 결과"라며 임상에서의 사용 기대감을 표했다.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제로 작년 8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최초의 항체-약물 접합체로,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결합한 구조적 특징을 가졌다.

EMILIA 임상결과에 따르면, 캐싸일라 투여군의 OS는 30.9개월,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요법군은 25.1개월로 캐싸일라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이 5.8개월 더 길었으며 사망위험 또한 32% 감소했다. PFS 또한 6.4개월에서 9.6개월로 대조군 대비 50% 향상 시켰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는 "기존 표준요법은 구내염, 설사, 수족증후군 등 환자가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부작용들이 발생했다면, 캐싸일라의 부작용은 혈소판 감소증, 간 효소의 증가 등 검사를 통해서 발견된다"며 "이는 환자 삶의 질이 우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급여행 막차를 탄 입랜스는 HR+ 및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 사용된다. 

PALOMA-2 하위분석인 아시아인 95명과 비아시아인 571명을 비교한 결과, 아시아군의 입랜스+레트로졸 병용투여군의 PFS는 25.7개월을 기록해, 레트로졸 단독투여군의 13.9개월 대비 약 11.8개월 개선효과를 보였다. ORR과 임상효용율(CBR)은 아시아군의 입랜스+레트로졸 병용군에서 각각 62%, 85%로 나타났으며 레트로졸 단독투여군은 56%, 74%였다. 이상반응 역시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대부분 결과가 일치함으로써 아시아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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