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타민 복용한 환자, 자살충동 위험 50% 이상 감소

케타민이 항우울 효과에 이어 우울증 환자의 자살충동 위험도 낮추면서, 항우울제 대체전략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다졌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Michael Grunebaum 교수팀이 케타민과 또 다른 전신마취제인 미다졸람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밝혔다. 연구결과는 Am J Psychiatry 12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자살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 81명을 무작위로 추려내 저용량 케타민군과 미다졸람군으로 분류해 두 약물 투여 24시간 후 항우울 효과를 살펴봤다.

그 결과 케타민을 투여받은 환자가 미다졸람군 보다 자살충동 위험이 더 줄었다. 특히 환자가 케타민을 투여받은 지 6주 후 자살충동 위험이 빠르게 감소한 부분이 눈에띈다. 세부적으로 케타민군에서 자살충동위험이 55% 가까이 감소한 반면 미다졸람군은 30% 줄었다(OR = 2.85; 95% CI 1.14-7.15).

케타민은 우울증 증상 개선 효과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케타민군이 미다졸람군보다 심한 우울감, 피로 등 우울증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증상 개선효과도 더욱 좋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케타민군에서 케타민 정맥 투여 후 해리증상 혹은 경미한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지만, 약물을 투여한지 1시간 내 관련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연구팀은 "다수의 연구결과를 통해 케타민이 자살충동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였음을 입증했지만, 이번 결과를 계기로 관련 근거가 보다 명확해졌다"면서 "케타민이 항우울 및 자살예방 효과를 입증한 만큼 항우울제의 대체전략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병원 케타민 효능 입증 위한 3상 진행 중…결과는 내년에

국내외 정신건강질환 연구자들도 케타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자살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인 에스케타민(esketamine)을 획기적인 치료제로 지정한 상태이다. 마지막 임상시험이 완료되는 2018년 상반기 최종 승인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에 따르면 자살 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매일 에스케타민을 매일 0.2 mg/kg 또는 0.4 mg/kg 투여했더니 두군 모두 3일 뒤 환자의 60%가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10.1016/j.biopsych.10.018).

에스케타민은 비강 내 투여하는 스프레이 형식으로 뇌세포 표면의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를 차단해, 최소 몇 시간 안에 환자의 우울감, 자살 생각 등을 막아 기분을 다시금 좋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자살 위험이 높거나 자살을 한 번이라도 시도한 적 있는 환자 대상 에스케타민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UCSD)서 우울증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인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박영민 교수는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 대상 케타민의 효능을 입증한 많은 연구결과만 보면, 빠른 시일 내에 약제가 출시됐으면 하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자살 위험이 높지만, 병동 입원을 거부하거나 입원할 상황이 안되는 환자에게 케타민 투여 시 빠른 항우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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