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있는 환자, 시간이 갈 수록 자기 위치 파악 어려워 해

갑자기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이 안나거나, 길을 잃어버리는 등 '공간지각 능력'이 감퇴했다면,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간지각 능력은 쉽게 말해 공간 관계나 공간 위치를 감각을 통해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 ⓒ영화 스틸앨리스 한 장면

영국 에딘버러 대학 Karen Ritchie 교수팀은 에딘버러대학이 주도하고 있는 예방 프로젝트(The Prevent project) 중 치매가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아본 장기관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이 밝혔다. 

Ritchie 교수는 "치매는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병으로 간주하지만, 실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치매 증상을 동반한 초기 환자들의 경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 위치와 시각화하는 능력이 가장 먼저 저하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41~59세 중장년층 대상자를 무작위로 추려내 치매환자를 친인척으로 두거나 심혈관질환 동반 가능성이 높은 치매 발병 위험군과 치매 발병 비위험군으로 분류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이 현재 위치하고 있는 곳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으며, 친숙한 장소 등을 찾아는 능력 역시 급격히 저하됐다.

또 케임브리지 대학팀에서 개발한 네개의 산 테스트(The Four Mountains test )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테스트는 치매 위험이 높은 대상자에게 산봉우리가 1~2개가 있는 대표 사진 한장을 보여준 뒤 비슷한 형태를 띤 사진 4장 중 대표 사진과 같은 사진을 고르도록 하는 것으로, 대상군의 시각화 능력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Ritchie 교수는 치매에 걸린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틸 앨리스를 예로 들며 "이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앨리스는 조깅을 하다가 갑자기 길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우리 연구결과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는 "치매의 전조 증상을 단순히 기억력 감퇴로 보는 것이 아닌, 이 같은 공간지각 능력이 상실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추가 연구가 철저히 이뤄져 조기 치료를 위한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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