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건보공단·심평원 국감, 건보 재정 위기에 여야 시각차 '팽팽'
심평원 허위진단서 경력 인사 논란에 여야 모두 "해임·사퇴" 요구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 약제비 절감, 심평원 심사위원 인사 논란 등 핵심 이슈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성분명처방, 與 '도입 서둘러야' vs 野 '안전성 우려'
여야가 나뉜 대표적인 쟁점으로는 성분명처방 제도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약제비 절감과 의약품 수급 안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성분명처방 도입을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환자 개개인의 약효 반응 차이를 언급하며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성분명처방 제도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장에서는 동일 성분이라도 약효 차이를 느낀다"며 신중한 접근을 제시했다.
실제로 성분명처방은 제약사의 리베이트 구조를 개선하고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효능 차이 및 환자 신뢰도 저하 우려가 상존해 제도화까지는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제약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한적, 단계적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의료대란' or '외국인', 건보재정 악화 원인 두고도 입장 차
건보재정 악화 가속화 원인 진단을 두고도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했다.
여당은 의료대란으로 인해 약 2조원의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건보 재정은 국민의 돈"이라며 "의료대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가 건보 재정의 장기적인 적자 구조를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중국인은 최근 55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9년 누적 적자만 4300억원"이라며 "외국인 체납에 대한 압류가 거의 없고,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외국인 체납 정보와 체류 심사 연계, 출국 전 보험료 정산 의무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재정 건전화 의지를 밝혔다.
▲여당, 실손보험 연계 심사 및 건보공단 특사경 주장
민주당 김윤 의원은 "실손보험으로 인한 재정 누수가 2조 6000억원에 달한다"며 "실손보험 심사와 건강보험 심사를 연계해 허위·부당한 청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실손보험으로 보상받은 환자에게 본인부담 상한제가 중복 적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사 연계를 위한 비급여 코드의 표준화를 서두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14~15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꾸준히 지적된 사무장병원 문제와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2023년 공단이 가족 명의로 병원을 중복 개설한 병원장을 수사 의뢰한 사건은 요양급여 청구액만 1조원에 달했다"며 지적했으며, 같은 당 서미화 의원은 "공단 내부 전문가의 조사 역량에 수사 권한을 더해 특사경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의 협력을 촉구했다.
정 이사장은 "사무장병원, 부정 청구 등에 공단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특사경 권한이 필요하다"며 "경찰이 의료범죄를 일반 경제범죄처럼 다뤄 전문성 부족으로 실효성이 낮다"고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위진단서 인사 심사평가위원 임명 논란, 원장 '사퇴' 압박
심평원의 경우 강중구 원장의 공정성 의혹에 초점이 맞춰진 질문이 많았다. 특히 허위진단서 발급 전력이 있는 인사가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이 알려지며 국감장에 고성이 나왔다.
해당 인사는 2002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조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인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강중구 심평원 원장은 "사건 발생 후 10년이 지나 결격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임명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강 원장과 해당 인사가 대학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친분 인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해당 인사의 즉각 해임과 함께 강 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이에 강 원장은 "해당 인사의 거취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약평위 운영 규정 개정, 심평원장 권한 강화가 목적?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운영규정 개정과 관련해 위원회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약평위 위원장 선출 방식을 기존 '호선'에서 '원장 지명'으로 바꾸고, 소위원회 구성 권한도 원장에게 넘겼다"며 "이는 사실상 원장의 권한을 강화해 약값과 재정 운용을 좌우할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약평위 인력풀에서 의료 단체의 추천 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인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중구 원장은 "전문성과 효율성 확보를 위한 개정이었다"며 권한 장악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지속적 비판에 결국 "다시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심평원·복지부, 약가 사후관리 제도 적용 시점 통합 약속
이날 국감에서 심평원과 복지부는 제약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적용 시점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현행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시행 시점이 각기 달라 제약업계가 약가 인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약가 인하로 산업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바이오제약산업을 육성하려면 제도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특히 사용량-약가 연동협상과 실거래가 조사 약가 인하는 통합 운용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국장은 "약가 제도 개선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강중구 원장 역시 "시기 조율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