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와 무관한 진료과목 의료기관에서 처방도 다수
급성췌장염, 담석증, 담낭염 등 부작용 의심 사례도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비만치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등의 주사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투약 기준을 벗어나 어린이와 임신부에게도 처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비만치료 주사제로 허가된 위고비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어린이, 임신부, 수유부, 만 65세 이상 어르신 등에는 투여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목 의료기관에서도 위고비를 처방하고 있는 등 비만치료 주사제에 대한 안전한 처방과 투약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우리나라에서 시판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이 처방됐고, 투약해서는 안되는 임신부에게도 194건이나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비만치료 주사제인 삭센다 역시 2021년 한해 어린이에게 67건 처방되었고, 임신부에게는 179건이나 처방됐다.
특히 비만과 무관한 의료기관들에서 비만치료 주사제를 처방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김남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고비 공급내역 자료를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비뇨기과 1010건, 비뇨의학과 1010안과 864건, 치과 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에서도 위고비가 처방되었다.
의료기관에서의 무분별한 처방은 위고비 등의 비만치료 주사제의 남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투약 후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식약처가 경고한 중증 부작용으로 위고비 투약 환자 중 병원에서 치료내역을 살펴보면 우려되는 수준이다.
2024년 10월 국내 시판된 위고비를 투약한 뒤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961명이었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른다.
김남희 의원은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 사항을 무시하고 위고비 같은 전문의약품을 처방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의료인과 약사의 전문성을 고려한 것이라도 해도 일부 의료인들은 환자 안전기준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위고비 등을 처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임에도 보건복지부는 위고비, 마운자로가 건강보험 비급여 의약품이라면서 정작 환자안전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 주사제로 판매되고 있는 마운자로는 최근 출시되어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원칙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며 "이제라도 보건복지부는 비만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비만·MASH치료제로 뜨는 경구 GLP-1, 국내사들 가시적 성과 나와
- 종근당, 비만치료제 위고비 공동판매
- "고가의 비만약, 전반적 급여 어렵다면 특정 환자군부터 고려해 주길"
- 국내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 비만…생애 전반에 걸친 관리 필요
- 비대면 진료로 처방된 금지의약품 1만건 넘어
- 삭센다·위고비 처방 111만건···부작용 보고는 1708건
- 식약처, GLP-1 계열 비만약 올바른 사용 '재차 강조'
- 비만약은 병원의 '유행 상품'이 아니다
- 위고비 vs 마운자로, 적응증 확대부터 가격까지 경쟁 후끈
- 비만 치료제 '위고비' 오남용 심각… 12세 어린이·임신부에도 처방
- 청소년 비만 관리 위한 생활습관 '보조요법'으로 '위고비' 투약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