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박선혜 기자.
편집국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길을 걷다 한 병원 입구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위고비가 셀럽들이 선택한 비만치료제라며, 대량 확보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위고비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고 알려진 해외 유명 인사들의 얼굴도 걸려 있어,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위고비 가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건 곳도 있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저렴하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알리는 듯했다. 

또 다른 병원의 현수막에는 위고비 처방 건수가 적혀 있었다. 병원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은 당연한데, 처방 건수를 강조한 것은 이곳에 오면 누구나 쉽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온라인에서도 비만치료제 처방을 홍보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달 마운자로 출시에 따라 병원들은 선착순 사전 예약을 받으면서 SNS를 통해 마운자로 처방이 가능한 병원임을 알리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 도입되면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에 맞춰 병원들이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홍보 활동에 나서는 상황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비만치료제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유행 상품'으로 여겨지고, 처방 목적은 열풍에 따른 '이윤 창출'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을지라도 홍보 문구들은 체중 조절을 원한다면 '이곳에서 누구나 처방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중 전달하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는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하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적응증에 부합하는 환자에게만 처방해야 하며 오남용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의 홍보 문구에서 '전문가의 진단 및 상담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은 작은 글씨로 짧게 언급됐을 뿐이다. 

병원들이 내세워야 할 것은 '유명인도 맞은 약을 처방하는 곳', '약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의학적 판단하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곳'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호기심과 다이어트 심리를 자극하며 비만치료제를 유행 상품처럼 다루는 것은 결국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게 될 것이다. 

비만치료제는 유행 상품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의약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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