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포럼 17일 개최, 전공의·의대생·공보의 등 1000여명 참여
의료정책, 정치 셈법 흔들리지 않도록 목소리 내야...정치권 "더 듣겠다"

제11회 젊은의사포럼이 17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
제11회 젊은의사포럼이 17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흩어졌던 젊은 의사들이 모여,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정치 논리와 책임 회피 속에 방치된 의료문제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17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11회 젊은의사포럼'을 열고 전국의 의대생,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등 약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젊은 의료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의대협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계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젊은 의료인은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처럼 중대한 정책이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되고,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않았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의료계가 바람직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포럼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의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며 "포럼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활발하게 소통하고, 현재 의료 상황과 우리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그들이 그리는 의료 정책을 듣고 소통하고 이뤄지진 못했다"며 "대선 후보들은 1년 3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의료사태를 고찰하며 해법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가 늘면서 공보의 제도의 존속이 어렵다는 현실을 짚었다. 

이 회장은 "3월 한 달간 현역 입대한 의대생은 약 400여 명으로, 2021∼2023년 3년 동안 현역 입대한 현역으로 입대한 의대생 전체 수치와 맞먹는다"며 "올해 약 4700여명이 입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협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이어 "37개월 복무 기간보다 18개월 복무 기간을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직무 연관성이 높고 지역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공보의 제도가 존속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정책 실패의 피해가 젊은 의사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회장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잘못"이라며 "선배와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왜곡된 정책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정치권 "미안하고 안타깝다"

정치권은 의정갈등으로 현장을 떠나있는 젊은 의사들에게 사과와 공감의 뜻을 전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공부해야 할 여러분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됐다"며 "여러분의 목소리가 입법과 정책에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정치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그래서 때로는 여러분에게 더 아픔을 줬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선배 의사로서 지난 1년 동안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곧 있을 대선에서 어떤 지도자가 선택되든, 여러분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바란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이어 "첫 국정감사에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손글씨 그대로 모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정제되지 않은 그 거친 목소리가 내 정치적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며, 액자로 만들어 늘 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라는 조언도 주어졌다. 

이날 강연자로 초청받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소수의 전문가 대신 다수의 사용자의 의견에 정책이 끌려다니게 되는 정치 구조가 의정갈등의 본질"이라며 "의사집단이 투쟁해서 소기의 성과를 얻는다고 해도, 이는 단기적인 문제해결일 뿐 장기적으로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의사 수가 줄어들면 건보 사용이 줄어 건보료 인상을 막을 수 있다'와 같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지방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 간, 진료과 간의 비대면 진료를 활용해 의사의 생산성을 높이겠다' 등, 의료계가 먼저 해법을 고민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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