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조원 예산에도 지방의료원 지원은 10억원 증액에 그쳐
지방의료원·국립대병원 공공 적자 방치 지적도

개 국립대병원의 노동조합과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7일 공동파업 대회를 열고 지역공공의료 책임병원으로  국립대병원의 역할 강화를 주장했다.
개 국립대병원의 노동조합과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7일 공동파업 대회를 열고 지역공공의료 책임병원으로 국립대병원의 역할 강화를 주장했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를 넘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공공의료 확충 관련 예산은 소규모 증액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137조 648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인 125조 4909억원보다 9.7% 증가한 수치로, 내년도 전체 예산 규모(728조 원)의 약 19%를 차지한다.

이 중 보건 예산은 올해보다 3.7% 증가한 18조 9868억원이 배분됐다. 특히 보건의료 예산은 올해 3조 7590억원에서 11.8% 증가한 4조 6707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는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국정과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의료원 지원(2039억원), △권역책임의료기관 시설·장비 지원(191억원), △의료 취약지역 내 시니어 의사 배치(72억원),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 확대(28억원), △전공의 지원(1461억원), △AI 진료모델 도입(142억원)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공공의료 기관의 역할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과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7일 공동파업 대회를 열고, 지역 공공의료 책임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의 역할을 강화하며 그에 맞게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법·제도를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정말로 공공의료를 강화할 생각이 있다면, 지역의사제와 같은 결과가 불확실한 시범사업 도입보다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COVID-19) 전담병원으로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 섰던 지방의료원과, 최근 의료대란 당시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했던 국립대병원 모두 현재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실효성 낮은 시범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립대병원이 각 지역의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무 부처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정책적·재정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료에 배정된 예산이 빈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6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을 줄인 반면, 의료 AI, 바이오헬스 등 민간 산업 예산은 대폭 증액했다"며 "국민 건강을 볼모로 민간 의료산업의 이윤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202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지원액은 올해 2029억원에서 2039억원으로 10억원 증가에 그쳤고,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 예산은 175억원에서 174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시도 공공보건지원단 예산은 올해와 동일하게 24억원으로 고정됐다.

반면, AI 진료모델 도입 및 AI 응용제품 상용화에는 약 6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바이오헬스 R&D 투자는 1조원 이상 규모로 확대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지역 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예산은 전무하다"며 "공허한 구호만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은 복지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며, "공공의료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 필수의료과 지원 등 시급한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예산이 편성됐고, 향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라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도 추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소액 예산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중심이 되는 거점의료기관에 확실하게 투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본부장은 "공공의료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 총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립대병원이 협력해 지역 의료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계획을 수립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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