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 실태·안전성 우려' 심포지엄 개최
"치료 필요한 비만 환자가 이상반응으로 사용하지 않는 상황 우려"

대한비만학회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를 주제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비만학회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를 주제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치료제로 처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제(이하 GLP-1 제제)의 드문 이상반응으로 인해 약제 사용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조언이 나왔다. 

모든 의약품은 효과와 함께 이상반응이 있으며, 현재 보고되는 GLP-1 제제의 이상반응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GLP-1 제제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안전성 모니터링의 중요성에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대한비만학회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점검,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와 안전성 우려'를 주제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망막질환·급성 췌장염 사례 보고됐지만, 드물고 연관성 확인되지 않아

▲대한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
▲대한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

GLP-1 제제는 위장관계 운동을 느리게 하는 작용으로 인해 메스꺼움, 설사, 구토, 변비, 복부팽만 등 경도~중등도 수준의 위장관계 사건이 흔한 이상반응으로 확인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GLP-1 제제 투약 이후 망막질환과 급성 췌장염 등 이상반응이 보고돼, 안전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GLP-1 제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군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GLP-1 제제는 혈당 조절 효과가 있으며, 망막질환은 혈당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위고비 관련 의학적 검토 결과, 빠른 혈당 조절 개선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일시적 악화와 관련 있으나 다른 메커니즘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GLP-1 제제가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NAION은 시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드문 의학적 상태로, 대체로 통증 없이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을 초래한다. 그러나 NAION의 위험요인에는 당뇨병과 비만,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등이 있다. 즉 GLP-1 제제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군 자체가 NAION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 허양임 언론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GLP-1 제제 투약 이후 눈이 아프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생기면, 치료를 중단하고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GLP-1 제제의 드문 이상반응이 보고됐을지라도 명확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급성 췌장염도 위고비의 이상반응으로 제기되나, 주요 임상연구에서 발생률이 0.2% 수준으로 낮게 보고됐으며 대부분 경도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급성 췌장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학회는 GLP-1 제제의 이상반응 때문에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했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

허 언론홍보이사는 "GLP-1 제제의 이상반응이 보고될 때 강조해야 할 것이 '이상반응이 있다'가 아닌 '전문가 상담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며 "이상반응 우려 때문에 GLP-1 제제를 투약해야 할 비만 환자가 치료받지 않으면 안된다. 의료진은 GLP-1 제제가 필요한 환자와 치료받으면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논의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문진 없이 GLP-1 제제만 처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의료진은 처방 전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상태를 검토하면서 적응증도 확인해야 하며, 처방 이후 안전성 모니터링도 시행해야 한다"며 "GLP-1 제제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치료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적응증과 효과가 정확하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해외에서 보고되는 일부 이상반응에 대한 비과학적인 해석이 늘면서 정작 치료받아야 할 비만 환자가 약제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거나 치료 대상이 아닌 이들이 사용하는 것에 우려가 사회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어떠한 치료제든 환자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장되고, 의학적 근거와 적응증에 따른 적절한 사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정 사용·이상반응 모니터링 위해 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 

비만치료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의료계 역할도 강조됐다. 특히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의 맞춤형 비만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로 우리나라 비만 기준에 따른 GLP-1 제제 연구, 우리나라에서 비만치료제로서 GLP-1 제제 이상반응에 관한 연구, 비만 환자 조건에 따른 적정 체중 감량 목표에 관한 연구, 체중 감량 목표에 따른 GLP-1 제제 치료전략에 관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정책이사.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정책이사.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정책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비만 기준은 비만치료제로서 GLP-1 제제 허가 기준과 다르다. 약제 허가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단계 비만부터 처방 가능하고, 1단계 또는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못한다"며 "허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GLP-1 제제를 사용할 경우 오남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많은 비만 환자에게 GLP-1 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폭넓게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GLP-1 제제가 적절하게 처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급여화가 이뤄져야 약제의 적정 사용과 이상반응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정책이사는 "비만치료제로서 GLP-1 제제의 이상반응과 오남용 문제를 강조하면, 올바른 사용이나 적절한 환자에게 처방되는 것을 막으면서 약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비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비만치료제를 급여화 해야 GLP-1 제제를 잘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 건강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政 "현장 점검하고 정확한 의료 정보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위고비 출시 이후 이상사례 보고 건수는 143건으로 대부분 위장관계 사건이 확인됐다. 다만, 이상반응과 약물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하려면 심도 있는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김영림 연구관은 "지난해 위고비 출시 이후 이상반응에 대한 자발적 보고를 받고 있지만, 인과관계를 평가하려면 면밀한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며 "출시 이후부터 오남용 광고와 판매 행위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을 점검하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정확한 의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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