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GLP-1 RA·SGLT-2i·SU·DPP-4i 심혈관계 사건 위험 비교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GLP-1 RA〉SGLT-2i〉SU〉DPP-4i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공식학술지, GLP-1 제제 심혈관 혜택 조명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가 네 가지 계열 항당뇨병제 중 심혈관 혜택이 가장 큰 약제로 입지를 굳혔다.
미국 대규모 의료 시스템의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성인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 가지 항당뇨병제를 지속 투약했을 때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비교한 결과, GLP-1 제제, SGLT-2 억제제, 설포닐우레아, DPP-4 억제제 순서로 심혈관 보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심혈관 예후 최적화가 목표인 당뇨병 환자의 항당뇨병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10월 1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GLP-1 제제 MACE 누적 위험 SGLT-2 억제제보다 낮아
연구는 무작위 대조 연구를 모방하고 관찰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네 가지 치료를 비교하는 디자인으로 진행됐다. 2014~2021년 6개 미국 대규모 의료 서비스 시스템에서 네 가지 항당뇨병제 중 한 가지로 치료를 시작한 당뇨병 성인 환자 29만 6676명이 분석 대상이었다. 이 중 효과 분석 기준을 충족한 환자 24만 1981명이 최종 모방 코호트 연구 환자군으로 선별됐다.
초기에 투약한 약물은 설포닐우레아가 87.6%로 가장 많았고, SGLT-2 억제제 6.1%, GLP-1 제제 3.8%, DPP-4 억제제 2.4% 순이었다. 1차 목표점은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해 평가한 MACE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2.5년 MACE 위험은 GLP-1 제제가 가장 낮았고 SGLT-2 억제제, 설포닐우레아, DPP-4 억제제가 뒤를 이었다.
계획서 순응(PP) 분석에서 2.5년 추적관찰 동안 MACE의 절대 위험 차이(ARD)는 GLP-1 제제가 다른 항당뇨병제 대비 SGLT-2 억제제 -0.006(P<0.001), 설포닐우레아 -0.013(P<0.001), DPP-4 억제제 -0.015(P<0.001) 낮았다. GLP-1 제제의 MACE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항당뇨병제보다 일관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2.5년 동안 MACE 누적 위험 차이는 SGLT-2 억제제가 GLP-1 제제와 비교해 1.5% 유의미하게 높았고, DPP-4 억제제는 설포닐우레아 대비 1.9% 높았다.
하위군 분석에서도 위험 차이가 관찰됐다. SGLT-2 억제제와 비교해 GLP-1 제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한 경우 MACE 위험 감소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심부전, 65세 이상, 중등도 신기능장애 등 환자에게서 두드러졌다. 반면 50세 미만에서는 두 가지 항당뇨병제 간 MACE 위험 감소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헬스파트너스 연구소 Patrick J. O'Connor 박사는 "GLP-1 제제와 SGLT-2 억제제는 당화혈색소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등 위험을 낮춰 생존 혜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에게 최대 혜택을 줄 수 있는 항당뇨병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심혈관 예후 최적화가 목표인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할 항당뇨병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GLP-1 제제, 심근세포·혈관 내피세포·평활근세포 등에 작용
"GLP-1 제제 심혈관 혜택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 치료전략 수립해야"
GLP-1 호르몬 작용을 모방하도록 설계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MACE 위험 감소 등 심혈관 혜택이 나타날 수 있다. GLP-1 수용체는 심혈관 조직에 직접 작용해 잠재적으로 심장기능 보호 역할을 한다.
GLP-1 제제의 심혈관 혜택이 주목받는 가운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공식학술지 CMSJ 9월호에는 충남약대 허경선 교수 연구팀이 GLP-1 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조명한 리뷰 논문이 실렸다(Cardiometab Syndr J 2025;5(2):45~59).
논문에서 주목한 기전은 GLP-1 제제가 심근세포와 혈관 내피세포, 혈관 평활근세포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먼저 심근 허혈/재관류 손상, 압력 과부하, 고혈당 등 다양한 병태생리학적 상황에서는 활성 산소(ROS)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이는 세포 내 소기관 손상을 유발해 심근비대, 섬유화,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로 이어진다. GLP-1 제제는 GLP-1 수용체 의존성 PI3K/Akt 경로와 AMPK 매개 오토파지를 상향 조절함으로써 이러한 사건들을 완화시켜 심근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와 함께 TNF-α, 산화된 LDL, H₂O₂, 고혈당 등으로 내피세포에 ROS가 축적되면 내피기능장애로 이어진다. GLP-1 제제는 산화질소(NO) 합성과 생체이용률을 상향조절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ROS를 제거하는 경로를 통해 내피세포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또 GLP-1 제제는 혈관 평활근세포 증식, 이동, 표현형 전환 그리고 석회화 등이 촉진되는 경로를 차단해 혈관 벽의 비정상적 구조 변화를 막을 뿐만 아니라 혈관 평활근세포 노화를 억제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GLP-1 제제는 심근세포 사멸을 줄이고 심장비대 및 섬유화를 완화하면서 심부전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내피세포에서 보호 효과를 보여 혈관 확장 및 내피기능 개선, 염증 감소 등을 촉진한다"며 "또 혈관 평활근세포에서 혈관 재형성 및 죽상경화성 변화를 막아 심혈관 건강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GLP-1 제제가 당뇨병과 심혈관 건강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제로 자리매김하려면 향후 GLP-1 제제의 심장보호 작용 기전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당뇨병이 없는 환자 대상의 많은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또 GLP-1 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극대화하면서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간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 치료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