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조강연자 초청 특별 대담 기자간담회 14일 개최
美가이젤의대 Kaplan 교수 "제한된 자원 뺏기는 상황 발생하면 문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해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오남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비만치료제를 투약할 경우 약물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조강연자(Plenary speaker)로 참석한 미국 다트머스 가이젤의대 Lee M. Kaplan 교수는 14일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기조강연자 초청 특별 대담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Kaplan 교수는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안전성은 우려되지 않지만, 비만 환자가 제한된 자원을 이들에게 뺏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 현재까지 연구된 비만 치료 모델 중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무엇인가?
20여 년 동안 깨달은 점은 비만 환자에게 스스로 질병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비만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5~10%에 불과하다. 결국 장기간 비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첫 번째로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고, 두 번째로 생활습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델은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만성 질환 관리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과거 비만 치료 모델은 환자 스스로 비만을 관리하도록 요구했다면, 현대 모델은 의료적 치료를 우선시하고 의료적 치료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환자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 최근 비만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효과적인 비만치료제가 개발됐다는 것이다. 다른 질병들은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해 왔지만, 비만은 그만큼의 유효성을 입증한 약물이 없었다. 비만은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약물은 이를 교정하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비만 교정 효과가 있는 치료로 비만대사수술이 있지만, 침습적인데다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나타나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처럼 비만도 유효성을 가진 약물을 만날 수 있게 됐다.
- 효과적인 비만치료제가 등장함에 따라 비만대사수술과의 역할 분배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비만치료제와 비만대사수술은 경쟁관계가 아닌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모든 환자에게 모든 치료가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비만치료제로 시작했지만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비만대사수술을 받는 환자 또는 비만대사수술 이후 체중 감량이 더 필요해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 비만치료제로 시작하고 체중 조절이 충분하지 않다면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것으로 본다. 미래에는 다양한 치료옵션을 함께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비만치료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법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비용이 비싸다. 게다가 비만 환자를 관리하기 위한 비용도 많이 든다. 이를 해결하려면 자원과 시간, 인력이 한정된 상황을 고려해 관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비만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우선 관리가 필요한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
단, 비만 중증도 판단에 체질량지수(BMI), 체중, 허리둘레 등은 적합하지 않으며 합병증 중증도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비만 관련 합병증뿐 아니라 정신적 합병증, 사회적·경제적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가장 아픈 사람이 우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비만치료제 가격이 인하되고 전반적인 비만 돌봄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우선순위를 나눠야 해 불공평한 시스템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10~20년 후에는 필요한 모든 사람이 관리받을 수 있는 공평한 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비만치료제를 투약할 경우 문제는?
비만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더 줄이고 싶어 하는 '마름에 대한 문화적 갈망'이 있을 수 있다. 마름에 대한 문화적 갈망은 사회적·심리적 질병일 수 있다. 어떤 사회는 비만 인구가 많으면서 동시에 마름에 대한 문화적 갈망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비만치료 자원이 제한된 가운데, 비만치료제가 필요한 사람이 약물을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게 뺏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된다. 비만치료제는 안전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비만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위험은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만치료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는 불공평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 우려스럽다.
- 유전적 요인이 비만치료에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맞춤형 비만치료에 유전적 요인을 적용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비만 환자가 여러 가지 비만치료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만 100여 가지로 작용기전이 다르다. 즉, 비만 환자는 한 가지 작용기전에 치료반응을 보여도 다른 작용기전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작용하는 것이 유전적 요인이다.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유전자검사의 바이오마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비만치료제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바이오마커에 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 비만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비만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과 해결책은?
비만 원인은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사회가 현대화될수록 비만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 만성 스트레스와 식습관, 환경적 독소 등 때문에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만치료 발전에 따라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등장했지만, 이로 인해 비만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 비만치료제 사용 대상은 비만 환자이기 때문이다. 즉, 비만치료제를 활용해도 비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비만 심각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결국 비만율을 낮추고 싶다면 비만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비만 예방에 관한 많은 지식이 없어 치료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미래에는 비만을 예방하는 약물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