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CSO 활용 확대 가속화 "효율성 강화·수익성 개선 위한 선택"
CSO 도입, 수익성 담보 조건 아냐…치열한 수수료 경쟁에 마진 감소 우려도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의약품판촉영업자(CSO)에게 영업활동을 위탁하는 제약사가 점차 늘고 있다. 최근 중소제약사뿐 아니라 규모가 큰 상위 제약사까지 CSO 도입을 결정하면서 이제 모든 제약사가 CSO를 이용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등 CSO 영업활동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도 정비되고 있다. 이런 제도는 제약사와 CSO 관계를 공식적으로 정립하고 CSO 활동을 이전보다 양성화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제약사는 의약품 개발과 제조에 집중하고, CSO가 영업을 담당하는 업계의 분업 체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직접 영업 조직을 관리하던 과거와 달리, CSO를 통한 복잡다단한 위탁구조 하에서 제약 영업의 패턴도 점차 변화될 전망이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다가올 제약·CSO 분업시대에 제약 영업의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지, 업계는 이를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 살펴봤다. 

① 제약·CSO '분업시대' 올까···변화하는 제약 영업

② 과제 산적 CSO 제도화, 정부·업계 해법은 '나 몰라라'

상위 제약사도 CSO 도입 결정

"CSO, 자체 영업보다 이점 커졌다"

제약업계가 의약품판촉영업자(CSO)를 활용하는 영업체계 도입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최근 보령과 JW중외제약 등 규모가 큰 제약사들까지 CSO 도입을 결정하면서 소수 상위제약사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CSO에 영업 활동을 위탁하는 분위기다. 

국내 제약업계가 CSO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 전후로, 2019년 무렵에는 절반에 가까운 제약사가 CSO를 이용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95개 제약사 중 45%가 CSO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5년새 더 확산해 최근에는 그 비율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영업조직이 약한 중소제약사가 주로 CSO 도입을 선택했으나 최근에는 상위제약사까지 일부 품목을 CSO에 위탁하는 등 도입 기업수가 늘고 있다. 

업체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결국 매출 증대 및 영업 효율성 강화를 위함이다. 제약사가 직접 영업 조직을 키우고 관리하는 체계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없다고 판단해 위탁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자사 품목만 판매하는 제약사 영업사원에 비해 여러 업체 품목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CSO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면서 자체 영업조직을 운영하는 것보다 CSO 이용이 비용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인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접 신입사원을 뽑아 조직을 확대하면 결과가 나왔지만 이제는 신입사원을 뽑아도 결과가 안 나온다. 우리나라 구조상 의사들은 자주 오고 정든 영업사원이 아닌 신입사원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자사 제품만 판매하던 영업사원이 CSO를 하면서 여러 업체 품목을 팔 수 있게 되고, 의사 입장에서는 한 사람만 만나도 여러 업체를 만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 영업사원들이 과거보다 연봉은 높아진 데 비해 수익성은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네릭 품목에 대한 영업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영업이 부진하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인원 감축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제네릭 영업 등은 외부 CSO에 위탁하는 게 더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제약업계의 CSO 이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CSO 업계가 팽창하면서 이제는 자사 영업사원이 아예 없어도 의약품 영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앞서 영업체계를 전환하고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눈치를 보던 업체들도 경영진에서 먼저 CSO 도입을 이야기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CSO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제약사와 CSO 관계가 공식적으로 재정립되고 CSO 산업이 규제 영역 내에서 더욱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CSO가 활성화된 일본에서는 제약사가 개발 및 생산, CSO가 영업을 맡는 분업 체계가 이미 정착돼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점차 이런 분업 체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문의약품 영업에서 선두를 달렸던 업체까지 CSO를 도입하고, 상위 제약사들도 소수 업체를 빼고는 CSO 도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제약사가 원하는 영업 방향이 있고 CSO가 이를 100% 받아줄 수는 없기 때문에 업계의 완전 분업은 어렵겠지만, 점차 CSO 위탁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자사 조직과 CSO를 모두 활용하거나, 회사 내에서 CSO팀을 만들어 운영하거나, CSO에게 모두 위탁하는 등 다양한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 '수수료의 늪' 빠질 위험도

과열된 수수료 경쟁에 마진 감소 우려

다만 CSO 도입이 수익성 개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고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SO 활용을 선택했지만 수수료율 향상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한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가 CSO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제품과 판매채널,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지만 일반적으로 35~55% 사이 수수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이 치열한 품목의 경우 제약사는 마진을 줄이면서라도 높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급수수료 지출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CSO를 도입한 일부 제약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판매 실적이 늘면서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일부 제약사가 CSO 도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유통 마진을 줄여 유통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CSO 도입 제약사는 초기에 일시적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가 영업 체계 정착 후 실적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업체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품목마다 수수료 차이는 있지만 고지혈증이나 소화기 분야 품목은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가 높아졌다"며 "최근 원료의약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원가율이 나빠지고, 점점 제약사 마진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가 영업 타깃을 정확하게 잡고 제대로 된 영업 전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려 하고 수수료만 올리는 정책을 펴니 업체 간 수수료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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