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과 대화, 투트랙으로 전공의 복귀 명분 챙기기
전공의들 "주요 요구안 타결되면 복귀 가능...의견 수렴 과정 필요”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이 8일 긴급브리핑을 가지고 정부와 국회에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요청했다. (제공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이 8일 긴급브리핑을 가지고 정부와 국회에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요청했다. (제공 :대한의사협회)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궐기대회를 예고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에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장외투쟁과 대화, 투트랙으로 빠르게 합의를 이끌어내 이번 정권 내 의료사태 해결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전공의들은 '만시지탄'이라고 한탄하면서도 7대 요구안 중 일부라도 이뤄진다면 전반적인 복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대선까지 채 두달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유의미한 협상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협은 지난 8일 의협회관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오는 20일 숭례문 일대에서 의료정상화와 의학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와 국회에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그간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와의 공식 대화를 거부해 왔다. 또한 장외투쟁 역시 되도록 자제한다는 기조였다. 이 때문에 의협 집행부는 '탕핑' 중 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의협이 갑자기 투쟁과 협상 모두에 드라이브를 건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의료사태를 일단락해야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의료정상화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지금,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결정권을 갖고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장외투쟁과 대화 투트랙으로 정부와 빠른 협상을 이끌어내 6월 대선 전 전공의들의 복귀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업참여율과 별개로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간 지금 전공의들만 장외에 남겨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비교적 긍정적, 일각에선 "골든타임 놓쳤다" 지적도 

전공의들은 의정대화 기류에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구안 중 일부라도 타결돼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전반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직전공의 A씨는 "만시지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의협이 행동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며 "대선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전에 의견을 먼저 제시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요구안 중 수련환경 개선, 의료사고 특례 등 주요 부분이 수용될 경우 꽤 많은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의정 협상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직전공의 B씨는 "지난 2020년 의정협상에서도 의견 수렴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왔었다"며 "그동안 협상의 우선순위 등에 전공의 내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의정협상 시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선이 이뤄지는 6월 초까지 유의미한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야 정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현재 반응은 지지부진하다. 대통령 탄핵 전 지속적으로 의협에 대화를 요구하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의협의 협상 요구 시점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의협 전 집행부 관계자는 "정무적으로 60일 남은 관료들이 무엇 때문에 의료계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며 "일찍이 협상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을 때 가장 강경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 현 집행부 임원들이다. 이제와 요구안 일부만이라도 수용하자는 출구전략을 내미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협상이 더 늦어질 수는 없다는 게 전반적인 의료계의 의견이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지금은 가능성과 상관없이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며 "더 늦어진다면 의대교육과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 한시라도 서둘러 대화에 들어가야 현 정부 혹은 차기 정부에서라도 협상 타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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