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유광하 무임소 이사 "정부, 천식·COPD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추진 필요"
COPD 진단받은 환자는 전체 환자 중 5% 수준…"폐기능 검사 도입해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유광하 무임소이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호흡기질환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유광하 무임소이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호흡기질환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호흡기질환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일차의료기관이 만성호흡기질환 환자를 적극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흡입약제 처방에 대한 교육·상담 수가 지원과 국가 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추가하는 등 일차의료기관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식과 COPD는 숨 가쁨,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음이 들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천식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증가세는 어린이와 고령층은 물론 2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COPD는 40세 이상 성인 12.7%가 앓고 있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는 더욱 주목해야 한다.

만성호흡기질환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천식은 조기 사망이나 결석, 조퇴 등으로 1조 864억원의 사회적 손실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COPD는 1조 40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진단 초기부터 흡입약제를 사용하면 개선효과가 뛰어난 만큼 흡입약제 처방은 매우 중요하다. 또 약물의 양도 경구제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질환이 발생한 호흡기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기 때문이다.

주로 천식 치료에는 흡입 스테로이드 사용이 권고되고, COPD 치료에는 기관지 확장용 흡입약제를 사용한다. 

다만, 일차의료기관은 흡입약제 처방에 부담을 느낀다. 주기적으로 환자를 교육해야 하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과 번거로움을 직접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차의료기관 흡입약제 처방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 필요
유광하 이사 "교육·상담 수가 있어야 흡입약제 처방 높아져"

이에 일차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만성호흡기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유광하 무임소이사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천식과 COPD 등 만성호흡기질환은 흡입약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도 적다"면서 "그런데 일차의료기관은 흡입약제 처방에 많은 장벽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구제를 처방하면 짧은 시간 내 진료를 마칠 수 있지만, 흡입약제는 사용법을 설명하는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끝이 아니라 환자가 제대로 흡입약제를 사용하고 있는지 지속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천식과 COPD의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항목에는 흡입약제 사용률이 포함돼 있다. 1차 천식 적정성 평가에서는 전체 환자의 25%가 흡입약제를 처방받았으나, 최근 평가에서는 50%로 2배 증가했다. 

하지만 흡입약제 처방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유 이사는 "결핵및호흡기확회에서 지속적으로 흡입약제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과거보다 흡입약제 사용률은 올랐지만 여전히 일차의료기관의 흡입약제 사용률은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차의료 기관 의사들이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흡입약제를 처방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핀란드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약 10년간 모든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흡입약제 사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천식을 관리하는 정부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천식 환자 수는 약 3.5배 증가했지만 사망률은 4분의 1로 줄었고 환자 1인당 의료 비용도 35% 감소했다.

그는 "천식과 COPD가 제대로 관리되면 환자 입원율과 사망률은 감소하고 이는 곧 의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비용 절감효과를 고려해 교육·상담 수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D 관리 위해 폐기능 검사 도입 필요
"천식·COPD,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추진돼야"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유광하 무임소이사.

흡입약제 처방에 교육·상담 수가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국가 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추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천식 관리의 핵심은 흡입약제 사용 유도이고, COPD 관리 핵심은 환자 발굴이기 때문이다.

중증 COPD 환자는 폐암 환자보다 생존율이 낮다고 보고된다. 급성 악화가 반복될수록 사망률은 더 높아진다.

결핵및호흡기학회는 일차의료기관에 중증 COPD가 폐암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 포스터를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COPD를 앓는 환자가 자신이 COPD 환자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차의료기관에서 폐기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우리나라의 COPD 진단율은 매우 낮다. 

유 이사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COPD 환자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COPD 전체 환자 중 약 5%만 진단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한 COPD 환자가 많아 그들을 발굴하는 게 COPD 관리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COPD는 폐기능 검사를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한데, 우리나라 일차의료기관 90% 이상이 의료진 혼자 기관을 운영하고, 임상병리사가 없어 자체적인 폐기능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국내 COPD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기 위해 일차의료기관에 방문한 호흡기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흡연 이력이 있고 호흡기 증상이 하나라도 있는 환자의 약 20%가 COPD로 진단됐다. 중요한 점은 COPD로 진단받은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COPD 환자인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흡연 부스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에게 동의서를 받고 폐기능 검사를 한번 더 실시했다. 그 결과도 동일했다. 실험 참가자의 23%가 COPD로 진단된 것.

유 이사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호흡기증상이 나타나도 담배를 피워 숨이 차다고 생각했을 뿐 질환을 의심하진 않았다"면서 "COPD는 폐기능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있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폐기능 검사를 국가검진에 포함시키고, 천식과 COPD를 대상으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결핵및호흡기학회는 국가 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정부도 도입 필요성에 동의하며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결핵및호흡기학회와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오는 4일 국회에서 호흡기질환의 만성질환관리 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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