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KDI 연구, 의사 부족과 과잉 결과 포함
서울대 보고서, 65세 의사 노동생산성 감소 가정
이 변호사 "정부 결론 여러 시나리오 중 한 개…법원 속여"
"현실적 노동생산성 적용 시 의사 최소 4600여 명 과잉 공급"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보고서 일부만 발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의사 1만 명 부족은 사기"라며 "정부가 대법원과 서울고법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3개 연구보고서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만 일부 발췌하고, 그 결과 또한 미래 상황을 제대로 가정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政, 의도적으로 일부 발췌…한 개 시나리오만 강조해 법원 속여"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학교가 각각 진행한 연구보고서 3건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2035년에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정부가 내린 결론은 의사 부족과 과잉 등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단 하나의 시나리오만 강조해 법원을 속였고, 대법원과 서울고법은 3대 보고서를 읽어보지 않아 속아 넘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보사연은 다양한 추계 모델 중 '시계열모형(ARIMA)'을 적용해 추계 도표를 만들었다. 의사의 1년 근무일수를 265일로 가정하고, 10년 전 의사의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미래의 의사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가정한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10년 전과 미래의 의사 노동생산성은 동일하다고 가정한 부분만을 일부 발췌했는데, 가정에 기반해 분석하면 의사는 2035년 기준 9654명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노동생산성이 10%가 증가하면 의사는 4736명이, 20%가 증가하면 1만6727명이 과잉 공급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변호사는 "최근 10년간 의료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노동생산성이 10년 전과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며 "정부가 인용한 보사연 연구를 근거로 현실성이 있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반영하면 오히려 최소 4600명에서 최대 1만6000여 명이 과잉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 연구도 두 개의 가정을 통해 의사 부족과 과잉의 결과를 내놨다.
정부가 인용한 176쪽에 따르면, 노동생산성과 근로시간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 인력 고령화와 여성 의사 인력 증가로 생산성 감소를 고려했을 때 2050년에 약 3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
반면 177~178쪽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 수준이 개선돼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한다는 가정하에 2030년까지 의사 부족은 없으며, 오히려 약간의 공급과잉이 추계된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인용한 부분에는 2035년에 의사가 1만650명이 부족하다는 표현은 전혀 없고, 2050년에 약 3만 명 정도 부족하다고 서술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는 노동생산성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는 등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억지로 작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고서는 65세 이상 의사 노동생산성이 감소될 것으로 가정했는데, 이중 정부는 50% 감소를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의사의 노동생산성이 50%라고 가정하면, 2035년 1만816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노동생산성이 75%일 경우에는 은퇴연령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7200명~8200명 부족이 전망됐다.
이 변호사는 "65세는 노년층이 아닌 장년층이고 육체노동이 아니기에 노동생산성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2035년 부족분은 7000여 명보다 훨씬 적은 숫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