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8일 휴진하고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 진행
의협 추산 약 4만명, 경찰 추산 1만 2000명 집결
복지부, 14.9% 의료기관이 휴진 참여
의협, 임현택 회장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선언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정 갈등은 의료계와 정부가 끝을 봐야 싸움을 끝내겠다는 듯이 파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
18일 대한의사협회는 집단휴진을 하고 여의도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궐기대회에는 의사 회원을 비롯한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여했다. 또 고려의대, 서울의대, 가천의대, 가톨릭의대, 단국의대, 한림의대 등 대학병원 비대위원장들과 대학병원 교수들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인원은 의협 측 추산 4만여 명, 경찰 측 추산 1만 2000여 명이었다.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18일 16시 기준,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휴진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기관 수는 총 5379개 기관이었다. 정부가 유선으로 휴진 여부를 확인한 총 3만 6059개의 기관 중 14.9% 기관이 휴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현택 회장 "의사를 전문가로서 존중해야"
총궐기대회에서 의협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의사를 전문가로 대우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료 농단으로 전국의 수많은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났고, 교육 농단으로 의대생들이 학교현장을 떠난지 벌써 4개월이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도망간 노예 취급하며 다시 잡아다 강제노동 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이게 온당한 일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정부는 의사를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서 존중하고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 회장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도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의사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불과 5년 전에 1만 5천명의 의사가 부족 했었던 시절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버텨왔다"며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지난 5년 동안의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겉은 멀쩡하지만 수많은 후유증으로 모든 기능이 망가져 가는 성인병 말기 환자의 상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급기야 2000명 의대증원이라는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을 완전히 회복 불능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의 다음 전략은?
이번 총궐기대회로 의사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줬지만, 다음 전략이 없다는 게 의협의 고민이다.
물론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지만, 의협은 집단휴진, 대학병원들의 휴진, 총궐기대회 등 의협은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썼다고 보는 게 맞다.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이 교수 휴진으로 대응하지만, 그것은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의협의 전략은 될 수 없어 보인다.
의료계 한 인사는 "의협 집행부는 이번 휴진으로 의사들의 성난 마음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가 있어 휴진을 계속할 수 없다. 의사로서 부담이 상당하다. 따라서 의협은 새로운 전략을 짜고 정부와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등 조정은 나 몰라라 하고 대통령도 정부도 '엄정 대처'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이제 어느 한쪽이 철저하게 패배해야 끝나는 싸움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을 무릎 꿇을 때까지 법과 원칙으로 밀어 붙이고 있고, 의사들은 정부가 행정 독재를 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답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갈등 최전선에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의협이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결정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불법적 진료 거부라며, 엄정대처라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의대 증원 절차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는데도 의협의 불법적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다.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책무가 있다. 환자를 저버린 의료계의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의협에 대한 태도를 취하면서 복지부와 교육부 등 정부는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먼저 입장을 확실하게 하자,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명확해지고 더욱 강경해졌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실장은 1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휴진은 엄정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실장은 "정부는 휴진 시 사전 신고하라고 했고,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며 "만일 집단휴진 비율이 전국 30% 이상을 넘어서면 유선으로 진료하는지 확인하고, 채증을 통해 명령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병원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오후에 채증을 통해 명령위반으로 행정처분에 들어갈 것이다. 불법적 집단행동은 법대로 한다는 게 엄정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 14일 의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교사금지명령서를 송부했고, 17일에는 불법 진료 거부를 독려하는 의사협회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총궐기대회에서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정부가 거짓말과 협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정부는 2월부터 독단적 행정으로 의료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며 "법원의 소송과정에서 정부의 거짓말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의대교육의 질 하락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의대생 유급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F가 있어도 진급시키겠다고 한다. 과연 이렇게 거짓말로 일관하는 상대방과 대화가 가능합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의협 '해산' 언급
의정갈등이 격화하면서 정부는 급기야 의협을 해산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의협은 의료법에 따라 우리나라 모든 의사가 자동 가입되는 유일한 법정 의사 단체다.
17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의학과)가 "의협을 해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오 교수는 "만약 의협이 해체되면 상당히 좋은 결과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에게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에 대한 의문을 의사 사회 내부에 던진 것"이라며 "의협이 의사 전체의 전문가 사고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 아니면 부정적 면을 과대 대표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비를 내는 사람만의 투표가 아니고, 의사 전체가 갖고 있는 의사(의견이)가 무엇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며 "인간은 이타적이고, 이기적 모습이 모두 있는데, 의협을 통해 보여지는 의사의 모습은 덜 이타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공공연하게 의협 해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8일 열린 브리핑에서 전병왕 실장이 "의협은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 받은 법정 단체이며, 집단 진료 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며 "정부는 의협의 불법적 집단 휴진이 계속되면 의협 임원 변경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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