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서 여당 의원들 의혹 제기..."계약업무 행태 시정해야"

 

대한적십자사에 대한 수상한 거래 의혹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혈액백 입찰 조건을 신설해 특정업체를 배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혈액을 원가 대비 65~77% 수준에서 판매함으로써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2일 열린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우선 신동근 의원은 올해 2월 논란이 된 적십자의 혈액백 입찰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특정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입찰 조건을 변경하려 했던 정황이 있었다고 했다. 

신 의원이 적십자로부터 제출받은 '혈액관리본부 혈액백 구매계약 관련 민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의 입찰을 막으려는 취지로 입찰 조건을 세 차례 변경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 혈액관리본부는 2012년 10월 30일 혈액백 입찰 기본 계획을 수립하며 입찰자격에 '3년간 연 13만 유니트 이상의 납품실적' 요건을 신설하려 했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되는 혈액백 대부분이 녹십자MS로부터 공급됐던 상황을 감안하면, 다른 업체의 신규 진입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같은 해 12월 적십자 감사실이 계약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일상감사 의견을 제시해 해당 요건은 삭제됐다. 

당시 적십자 품질관리팀장은 "혈액사업에 미치는 안전성을 감안해 납품·사용 실적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업체로 계약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록됐다. 

2013년 4월에는 입찰자격 요건에 '국내 제조시설 생산'을 신설하며,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입찰에 참가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적십자사 구매팀은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혈액백 입장을 준비 중인 사실을 인지한 후 가격경쟁력 때문에 낙찰 가능성이 높아 기존 국내 업체가 혈액백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6월에는 입찰조건을 사전공개하는 과정에서 '보조혈액저장용기에 한해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을 새로 포함했다. 

당시 녹십자MS와 태창산업은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트리옥틸 트리멜리테이트를 사용한 혈액보조백을 생산·납품하고 있었으나,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고 있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만큼 그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게 신 의원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계약업체인 녹십자MS와 태창산업과의 계약을 6차례에 걸쳐 연장했고, 계약기간은 3년 1개월까지 늘어났다. 

신 의원은 “2011년 이후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계약현황을 보면 녹십자MS는 건당 100억원 안팎의, 태창산업은 40억원대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가 여러 계약조건을 신설하며 이들 업체가 혈액백 계약을 따내도록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 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록 이번 계약에서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에 대한 입찰을 가로막는 신설조건이 없었지만, 해당업체가 포도당 함량미달로 탈락되면서 또다시 입찰 투명성이 도마에 올랐다”며 “적십자사의 이해불가능한 계약업무 행태를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손해 입으며 싸게 판매..."투명한 혈액관리 필요"

기동민 의원은 국민 헌혈을 통한 분획용 혈장의 헐값 판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이 적십자로부터 제출 받은 성분혈장 원가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는 원가 대비 65~77% 수준으로 국민의 혈액을 판매하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녹십자와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의 원료인 성분채혈혈장을 적십자로부터 표준원가 대비 77%(2017년 대비 6% 상승), 신선동결혈장은 70.3%(2017년 대비 동결), 동결혈장은 65.2%(2017년 대비 동결) 수준으로 납품받았다. 

적십자는 2015년 성분채혈혈장은 16만 7002원, 신선동결혈장은 16만 8600원, 동결혈장은 17만 2846원의 표준원가를 산출하고 혈액제제 협상에 응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년간 이들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게 기 의원의 주장이다. 

기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는 2011년부터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동결혈장, 신선동결혈장, 성분채혈혈장을 공급해왔다. 이들 기업에 판매된 혈장은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50만 1840리터에 달한다. 

적십자는 2017년과 2018년 두 해에 걸쳐 SK플라즈마에 1만 9549리터의 동결혈장을 리터당 11만 4000원에 판매했다. 이는 원가 대비 11억 8900만원 차이가 발생한다. 

성분채혈혈장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리터당 11만 8620원에 판매해오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8.4% 인상된 금액인 리터당 12만 8620원에 판매하고 있다. 

원가가 확립된 2017년부터 녹십자에는 18만 9331리터가 판매됐고, SK플라즈마에는 3만 368리터를 판매했다. 이를 원가에 대비하면 84억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신선동결혈장도 녹십자에는 10만 1079리터가 판매됐고, SK플라즈마에는 2만 1671리터가 판매됐다. 이를 원가에 대비하면 61억원의 차이가 난다. 

 

작년부터 올 8월까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혈장을 팔아 적십자사는 157억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기동민 의원은 “헌혈하는 국민 중 대다수는 자신의 소중한 혈액이 적십자사의 사업 수익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몇 십년 동안 적십자사가 혈액 관련 모든 사업을 독식하고 있는 현 체제가 과연 옳은 것인지, 국가가 직접 나서 공정하고 투명한 혈액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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