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혈액안전관리원(가칭) 설립 대두 ... 적십자사,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해야 "

▲ 10일 국회에서 국가혈액관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혈액관리를 위해 '국가혈액안전관리원(가칭)'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에서 '국가혈액관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혈액사업의 문제점으로 혈액사업 관리 업무가 분산됐다는 점과 대한적십자사에 기능이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중앙의대 차영주 교수는 싱가포르는 정부 부처가 혈액관리를 통합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혈액사업에 관한 최고 심의 의결기구인 혈액관리위원회가 비상설기구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부는 1981년부터 혈액사업을 대한적십자사에 위임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혈액사업의 92%를 적십자사가 관리하고 있다. 

적십자사가 혈액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차 교수의 주장이다. 

5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국고를 투입했음에도 혈액 수가가 인상됐고, 전문인력 양성이나 질관리 등에서 개선이 미흡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차 교수는 "현재 검사시스템과 혈액백 입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신규 검사 도입 결정 시 지연되는 등 문제가 많다"며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 정부 주도의 혈액관리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혈액사업은 국가가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가혈액안전관리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게 차 교수의 논리다. 

장기나 인체조직을 재단법인인 한국장기조직지기증원이 관리하듯 채혈센터, 검사센터, 제재와 공급센터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차 교수는 "혈액안전관리원은 혈액관리위원회를 보좌하고, 공급 혈액원의 수급이나 질 관리 총괄, 의료기관과 연계해 수혈관리를 해야 한다"고 역할을 제시했다. 

또 "혈액관리법을 일부 개정해 혈액안전관리원을 설립하면 되고, 운영 재원은 공급 혈액원 당 운영분담금 징수 또는 헌혈 환부 적립금을 활용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국가혈액안전관리원 설립 찬성 vs 적십자사,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해야

차 교수의 국가혈액안전관리원 설립 주장에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 패널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립암센터 김영우 교수는 국가가 혈액사업의 컨트롤 타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환자 중심의 혈액관리를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에 찬성한다"며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 재단의 형태 말고, 정부에 흩어져 있는 모든 기관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제대로 된 환자 중심의 혈액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적십자사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더 강한 목소리를 냈다. 
  
건세 강주성 대표는 현재 막강한 힘을 가진 적십자사의 힘을 빼고, 정부가 컨트롤하는 기관을 설립해야 하고, 복지부가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새로운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복지부가 혈액사업을 적십자사에 위탁한 후 대부분의 일을 적십자사에서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혈액관리를 해 왔다"며 "혈액사업은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의 10가지 일 중 1가지 일일 뿐이다. 게다가 관리·감독해야 할 사무관과 주무관은 2년마다 바뀌고, 그래서 전문성을 가질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적십자사의 현재 활동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지금의 헌혈은 매혈이란 얘기까지 꺼냈다.  

강 대표는 "헌혈을 10~20대가 약 70%를 이루고 있다. 학생 때는 영화표 두 장을 주고, 군대에서는 빵을 주는 행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헌혈을 대하는 계기와 경험이 매우 타산적이게 만들고 있다"며 "적십자사가 오랫동안 독점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적십자사의 기능이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국가혈액안전관리원 설립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국가혈액안전관리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르자 적십자사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역할이 중복될 수 있고, 법인으로 설립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명한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적십자사는 특수법인이다. 그런데 어떻게 재단이 관리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역할 정리 없이 또 재단을 만들면 중복관리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복지부, 질본, 식약처와 같이 정부 조직이 3곳으로 분산된 것이 통합되고 모든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가기관 창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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