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관리자냐, 감염관리실이냐 업무범위 공방...공은 각 병원으로

의료기관 보건관리인력들이 병원 종사자 감염관리 업무를 두고, 일선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에 교통정리를 요청했다.

정부는 당사자인 보건관리인력과 감염관리인력 모두 법률에 기반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입법이나 제도적 측면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병원계에 공을 넘겼다.

 

7일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 주최, 한국산업간호협회·의료기관 보건관리자 협의회·대한간호정우회 주관으로 '의료기관 직원 감염관리의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병원 직원 감염관리' 업무의 주체를 누구로 해야 하는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병원 직원들의 건강관리 업무를 맡아왔던 보건관리자가 이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환자 감염관리와 마찬가지로 병원 내 감염관리실에서 이를 전담하는 것이 나은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의료기관 보건관리자는 '사업주는 보건관리자를 두어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관해 사업주 또는 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조언, 지도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해야한다'는 산업안전법에 근거를 두고, 현재 각 병원 내에서 직원 건강검진부터 건강장해의 예방,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병원 종사자의 숫자와 상관없이 기관당 1인의 보건관리자를 두고 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은 무거운 편. 현행 산안법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일반 서비스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상시 근로자 5000명 미만인 경우에는 1인 이상의 보건관리자를 두면 되도록 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관리인력들은 현재와 같은 인력과 환경에서 직원 종사자 감염관리 업무까지 의료기관 보건관리자에 맡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업무에 대한 명확한 분장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선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 보건관리자협의회 한미숙 부회장(제주대병원 보건관리자)은 "산안법에 적시된 보건관리자의 역할은 기관 종사자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을 사업주나 관리책임자에게 조언, 지도하는 일"이라며 "보건관리자 1인당 관리근로자의 숫자를 5000명 미만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대부분의 보건관리자들은 병원 내에서 직원의 건강검진부터 예방접종,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무를 처리해왔다"며 "여기에 최근 병원 종사자 감염관리 업무분장을 놓고 혼선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이라고 토로했다. 

원광대학교 최은희 교수는 "병원내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직원의 감염관리가 매우 중요함에도 업무의 혼선으로 체계적인 접근과 실질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회와 정부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의료기관 보건관리자에 대해서는 병원 규모와 종사자의 숫자 등을 고려해 적정 인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산안법 규정을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 

차선으로는 의료기관 보건관리를 위한 독립법 제정이나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안에 근로자 감염을 포함한 보건관리 인력지원방안을 포함하는 방안을, 차차선으로는 종사자 감염관리 업무를 환자 감염관리와 마찬가지로 병원내 감염관리부서가 전담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다.

정부는 "입법미비 등 제도적 개선사항 아니다"며 직접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구 사무관은 "병원 종사자 감염관리에 관한 업무는 의료법에 따른 감염관리부서, 산안법에 따른 보건관리자 모두가 수행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병원 내에서 누가 이 일을 맡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실무적인 문제, 각 기관의 업무분장에 관한 사안으로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 대표자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에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각 병원의 대표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교통정리를 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수근 교수는 "오늘의 논의를 통해 병원들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양 영역이 충돌하지 않도록 각 의료기관의 장이 병원의 규모 등을 고려해 지혜롭게 업무분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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