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AC, '비판막성' 이어 '판막성' 심질환 노린다
NOAC, '비판막성' 이어 '판막성' 심질환 노린다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7.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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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하위분석 결과, 와파린 대비 비열등 또는 우월…리바록사반은 출혈 주의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일차 치료제로서 자리를 굳힌 비-비타민K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n-VKA oral anticoagulants, NOAC)가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판막성 심방세동 또는 조직판막(bioprosthetic valve)을 이식받은 환자에게는 비타민K길항제인 와파린을 투약하지만, 이러한 환자에게서도 NOAC이 와파린 대비 비열등 또는 우월하다는 하위분석 결과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NOAC 적용 범위가 보다 넓어질지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는 상황이다.

와파린은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많을 뿐만 아니라 혈액응고수치인 INR(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에 따라 투여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항응고제가 NOAC이다. 리바록사반(rivaroxaban), 다비가트란(dabigatran), 아픽사반(apixaban), 에독사반(edoxaban)이 대표적이며, 각각의 랜드마크 연구인 ROCKET-AF, RE-LY, ARISTOTLE, ENGAGE AF-TIMI 48을 통해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예방에서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요법으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와파린과 달리 약효를 추적관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1일 1회 또는 2회만 복용하면 된다는 간편함을 무기로 NOAC은 항응고제 시장에서 와파린 위세를 흔들었다.

하지만 조직판막 또는 기계판막(mechanical valve) 등의 인공심장판막을 이식받은 환자,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는 투여가 제한된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들 환자에게 NOAC을 투여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외 가이드라인 모두 인공심장판막 이식 환자 또는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제로서 와파린을 투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NOAC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4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심박학회(ACC·AHA·HRS) 가이드라인에서는 인공심장판막 이식 환자와 인공심장판막의 종류와 형태에 기반한 타깃 INR 강도에 맞춰 와파린을 권고한다(Class I, Level B). 

2013년 국내 뇌졸중임상연구센터 뇌졸중 진료지침 역시 판막질환이 동반된, 특히 기계판막 치환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뇌졸중 일차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로서 와파린을 주문한다(권고수준 A, 근거수준 Ia). 

그러나 NOAC의 랜드마크 연구에서는 환자군을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로만 제한하지 않았다. 이에 최근 인공심장판막 이식 환자 또는 판막성 심질환 환자를 하위분석한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비판막성 심방세동 외 환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아픽사반·다비가트란·에독사반 '승산 있다', 리바록사반 '출혈 주의'

 

가장 먼저 신호탄을 울린 주인공은 아픽사반이다. 2015년에 발표된 ARISTOTLE 하위분석에 따르면,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 아픽사반을 투여했을 때 효과가 비판막성 심질환 환자와 유사했다(Circulation 2015;132:624-632).

ARISTOTLE 연구에는 승모판막 협착증 또는 기계식 인공심장판막 이식 환자,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를 제외하고도 판막성 심질환 환자가 약 4분의 1 포함됐다. 

중등도~중증 판막성 심질환 과거력이 있는 환자 또는 과거 판막수술을 받은 환자를 하위분석한 결과, 아픽사반 투여 시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위험은 판막성 심질환 환자와 비판막성 심질환 환자에서 각각 30%와 16% 감소했다. 14%의 격차가 있었지만 환자군 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P=0.38). 이러한 양상은 주요 출혈 감소율 및 사망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ARISTOTLE 연구 환자군에서 인공심장판막 중 조직판막을 이식받은 심방세동 환자를 이차분석한 결과에서도 주요 출혈,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모든 원인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아픽사반 투여군과 와파린 투여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Circulation 2015;132:A17277).

다비가트란은 RE-LY 연구 사후분석을 통해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을 내비쳤다(Circulation 2016;134(8):589-598). RE-LY 연구에는 승모판막 협착증, 중재술이 필요한 판막성 심질환, 인공심장판막 이식 환자는 제외됐다. 

분석 결과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서 주요 출혈 위험은 와파린과 비교해서 다비가트란 110mg 투여 시 27% 감소했다. 비판막성 심질환 환자에서 1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약 10% 더 낮아진 셈이다. 게다가 두개내출혈 위험 및 사망률은 판막성 심질환 여부와 상관없이 다비가트란 투여군에서 와파린 투여군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그리고 최근 에독사반이 긍정적인 기류를 이어갔다. ENGAGE AF-TIMI 48 연구 하위분석을 통해 조직판막을 이식받은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투여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Circulation 2월 16일자 온라인판).

기계판막 또는 중등도~중증의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를 제외하고 조직판막을 이식받은 환자를 2.8년 추적관찰한 결과, 에독사반 투여군과 와파린 투여군에서 유사한 효과 및 안전성이 입증됐다.

용량에 따라서는 고용량 에독사반 투여 시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주요 출혈, 사망 등을 모두 평가한 위험이 와파린 투여군보다 54%, 주요 심장사건 위험은 64% 낮았다(모두 P=0.03). 특히 저용량 에독사반 투여군에서는 와파린 투여군 대비 주요 출혈률이 88%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HR 0.12; P=0.045).

그러나 세 가지 약물과 비교해 리바록사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ROCKET AF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 중 승모판막 협착증 및 기계판막을 이식받은 환자를 제외한 판막성 심질환 환자를 하위분석한 결과, 리바록사반 투여 시 주요 출혈 위험이 와파린 대비 1.56배 증가한 것이다(Eur Heart J 2014;35(47):3377-3385).

뇌졸중 또는 전신 색전증 위험은 와파린 투여군보다 17% 낮았지만 출혈 등 안전성 측면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대규모 무작위 연구에서 입증 시 가이드라인 변화 예상"

비판막성 심방세동 외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위분석한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NOAC의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국 미시간의대 Konstantinos C. Siontis 교수는 논평을 통해 "대규모 연구를 하위분석한 결과이기에 환자 각각의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승모판막 협착증 및 기계판막을 이식받은 환자를 제외한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 NOAC이 일차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Circulation 2017;135(7):714-716).

고려의대 나진오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전체적인 결과를 보면 판막성 심질환 또는 비판막성 심질환 환자에서 NOAC의 효과와 안전성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대규모 무작위 연구를 하위분석한 결과이기에 환자 수가 많지 않지만, 향후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가이드라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단 리바록사반 투여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 교수는 "주요 출혈 위험은 리바록사반 투여군에서 와파린 투여군보다 높았기 때문에 향후 적응증을 넓힐 경우 리바록사반 치료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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