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원화 법적 불가 주장 공단 주장 뜯어보니...자의적 해석 가능성
양 제도 취지·목적 사실상 유사..."행정조사기본법 따라 통합해야"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고를 계기로 의료계를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 제도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건보공단 노동조합은 방문확인과 현지조사는 법률로 보장된 각 기관의 고유 업무로 폐지하거나 일원화할 수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나선 상황.

과연 건보공단 노조의 주장처럼 방문확인 제도와 현지조사 제도는 법적으로 다를까? 또 두 제도는 일원화할 수 없을까? 현행 법령과 지침 등을 근거로 하나하나 짚어봤다.

방문확인-현지조사, 개념과 목적 다르다?

◆방문확인-현지조사 개념...유사

건보공단 노조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문확인과 현지조사를 비교하며 두 제도의 개념과 목적이 엄연히 다른 만큼, 양 제도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노조는 방문확인 제도의 개념을 '민원인 신고 등에 의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행위'로, 현지조사 제도의 개념을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이 수반되는 강제적 조사(공권력 행위)'로 각각 정의했다.

이는 제도의 개념과 목적, 결과가 상당부분 혼재된 개념이다.

▲16일 건보공단 노조가 발표한 방문확인/ 현지조사 비교표(건보공단 노조)

현행 건보공단 방문확인표준운영지침(SOP)과 복지부의 현지조사 지침은 양 제도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SOP에 명시된 방문확인의 개념은 '민원제보, 요양기관 관련자 신고, 급여사후관리 등으로 요양기관이 청구·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경우, 공단이 요양기관을 방문해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 적힌 현지조사 제도의 개념은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이다.

부당청구 의심기관에 대한 진료 사실관계와 적법여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건보공단 노조의 주장처럼 현지조사 제도의 개념 자체에는 '업무정지', '행정처분', '강제적 조사', '공권력 행위'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방문확인-현지조사 목적도 동일

두 제도의 목적이나 목표에서도 상당 부분 유사점이 발견된다.

SOP에 따르면 방문확인 제도의 목적은 '요양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가입자의 수급권 및 건전한 의료공급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요양급여비용 청구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현지조사 제도의 목적도 '요양기관의 건전한 요양급여비용 청구 풍토 조성 및 적정진료 유도, 건강보험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 및 건전한 의료공급자 보호, 불필요한 건강보험재정 누수 방지'라고 명시돼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건보공단 노조는 사실상 같은 취지와 목적으로 진행되는 방문확인 제도와 현지조사 제도를 마치 다른 제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특히 건보공단은 요양기관을 방문해 확인할 수 있는 권한, 즉 행정조사에 대한 권한이 없음에도 마치 그 권한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조사, '행정처분 예상' 기관만?

대상기관 선정에 있어서도 두 제도에 유사한 점이 많다.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에 따르면 현지조사 대상기관은 정기조사, 기획조사, 긴급조사, 이행실태 조사 등으로 나뉜다.

먼저 정기조사의 경우 대외기관에서 조사의뢰된 기관, 민원제보 기관,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 기관, 부당청구감지시스템 분석에 의해 선정된 기관,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다발생 기관, 건보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조사의뢰된 기관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공단에서 조사의뢰된 기관의 경우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 ▲요양기관 관련자에 의해 신고된 기관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한 기관 등이 해당된다.

건보공단 노조는 현지조사의대상을 '부당혐의가 높아 행정처분이 예상되는 기관'이라고 정의했지만, 실제 제도 지침과는 해석상의 차이가 있다.

행정처분 예상 기관만 현지조사를 진행한다기보다는,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중심으로 현지조사가 진행돼다보니 그 결과로 행정처분을 받는 기관이 많다는 설명이 옳다. 

◆처분의 차이가 제도의 차이? "행정처분권 없으니..."

다만 두 제도의 결과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두 제도가 갖는 무게, 그리고 양 기관이 갖고 있는 권한에서 발생하는 차이다.

현행 법령상 방문확인제도는 임의적인 행정행위이며, 현지조사는 정부에 의한 행정조사다. 행정조사의 일환인 현지조사의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정부가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임의조사인 방문확인제도를 운영하는 공단에게는 그러한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방문확인과 현지조사의 결과 적용이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제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한 건보공단 노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경우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당연히 복지부 현지조사와 결과 적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근거법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할 수 있는 것은 허위 부당청구 확인을 위한 자료요청과 이를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한 징수 권한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릉 비뇨기과 개원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의료계에서는 현지확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ㅅ진은 공단 서울사무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

"행정조사기본법 따라 두 제도 일원화해야"

의료계는 이를 토대로 두 제도의 일원화를 주장한다.

현행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에는 '행정조사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행정기관은 조사 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사 대상자를 선정, 행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행정기관은 유사하거나 동일 사안에 대해 공동조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조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엄밀하게 따지자면 방문확인 제도는 임의적인 행정행위로 행정조사로 볼 수 없으나, 실제 조사를 받는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두 개의 행정조사가 진행되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양 제도가 상당부분 유사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제도를 일원화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