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평원 재상고 기각…10년간 진행된 소송 종지부 찍어

진료행위, 치료재료의 의학적 타당성과 필요성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임의비급여 소송의 판세를 갈랐다.

 

대법원 제2부는 A대학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삭감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심평원의 재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에서 재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임의비급여 소송이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선천성기관지기형으로 11차에 걸쳐 A대학병원에 입원한 B군은 A병원 의료진으로부터 기도 폐색 치료를 위해 합계 102회에 걸친 수술을 포함한 의료행위를 받았으나, 2003년 8월경 결국 사망했다.

B군에게 102회나 되는 수술을 하면서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나 약제, 치료재료, 검사 등이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급여기준을 넘어서게 됐고, 병원 측은 급여로 인정되지 않는 금액에 대해서 B군의 가족에게 받았는데 총 액수가 7911만 8101원이었다.

그러자 B군의 어머니는 2003년 10월경 심평원에 요양급여대상 여부 확인신청을 했고, 심평원은 A병원이 징수한 금액 중 정당하게 징수한 것으로 판정된 2822만 464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인 5089만 3461원을 B군의 가족에게 환불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불복한 A병원은 심평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A병원에 5000만원 중 4900여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요양기관이 치료행위를 하고 가입자 등으로부터 그 비용을 징수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관계 법령에 정한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한다”며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 측에 부담시켜서는 안 되고,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렇게 병원 측의 패소로 끝날 거 같았던 임의비급여 소송의 판세가 바뀐 것은 대법원에서였다.

대법원 제3부는 이 사건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진료비 환불액 산정내역 중 ‘별도 산정 불가’, ‘불인정’, ‘급여 관련’ 항목에 대해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임의비급여 행위를 했어도 ▲임의비급여를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 ▲진료행위가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출 것 ▲임의비급여에 대해 가입자 등에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데 동의를 구할 것 등에 해당하면 과다본인부담금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급여 관련 항목 중 A병원이 진료행위 당시 관계 법령상 요양급여의 대상에 포함되는데도 심평원의 요양급여비용 심사과정에서 삭감될 것을 염려해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 아니라 진료행위 당시 관계 법령상 요양급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하지 못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한 것인지 살펴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비용이 과다본인부담금에 해당하지 않은 지 여부를 심리·판단했는데 원심은 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으로 돌아온 A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은 대법원이 파기한 별도 산정 불가, 불인정, 급여 관련 항목에 관한 4157만 5901원의 환불처분 중 1550만 1430원만 환자 측에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B군은 기관지 폐색으로 인한 심한 호흡곤란 증상으로 기도를 확장하는 등 수술을 받지 않으면 수시간 내 절명할 수 있는 급박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고, 기도 폐색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나 약제, 치료재료, 검사 등이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급여기준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병원은 이러한 시술 내용과 필요성을 B군의 부모에게 설명했거나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술을 했다”며 B군의 부모도 이런 시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11차례에 걸친 입·퇴원 과정에서 진료비를 모두 완납했다“고 강조했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병원 측에 유리하게 선고되자 심평원은 재상고 했지만 기각됐다.

대법원은 “진료행위 당시 시행되는 관계법령상 A병원의 임의비급여는 건강보험 틀 내의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편입시키거나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마련됐어도 비급여 진료행위의 내용 및 시급성,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할 때 절차를 일부러 회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뿐만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췄다”며 “B군의 부모에게 시술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 받는데 대해 동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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