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베이트 수사에 오랜 시일 소요…시효없이 제재 형평 어긋나지 않아”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의사가, 타 전문직에 있는 처분 소멸시효가 의사에는 없다며 행정처분의 부당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리베이트 수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효 없이 제재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다는 게 법원의 논리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B제약사 영업사원 C씨로부터 의약품 판매 촉진 목적으로 2010년 12월에 76만 5300원, 2011년 2월 18일에는 162만 5700원, 2011년 3월 18일에는 95만 6500원 등 총 334만 7500원을 리베이트로 수수했다.

이에 복지부는 A씨에게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으로 영업 손실을 입고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고 있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병원 문을 닫게 되면 그에 따른 피해나 불편은 환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에 대해서는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난 경우에는 징계나 자격정지를 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돼 있다”며 “C씨에게 리베이트를 받은 지 4년이 지난 뒤에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으므로 이는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의약품 채택·처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는 의약품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수한 금품의 가액이 결과적으로 의약품 가격에 반영돼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위법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변호사 등 타 전문직에는 시효가 있지만, 의사에 대한 처분에는 시효가 없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효없이 제재해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리베이트 수수행위는 보통 은밀하게 이뤄져 존부를 밝혀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만으로 행위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소멸시킴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에 대해 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나 자격정지를 하지 못한다고 해 의료인의 리베이트 수수 행위를 시효없이 제재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과 맞물려,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인 자격정지처분 공소시효법에 다시한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박인숙 의원은 2013년 의료인 자격정지처분의 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변호사·공인회계사·공인노무사·변리사 등 다른 전문직역과 달리, 의료인의 경우 자격정지 처분에 대한 소멸시효가 없어 형평에 어긋나는 만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법안소위 통과 목전에 갔으나, 일부 법안소위원의 반대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 정부도 법 개정 취지에 동의, 조문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선에서 법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지만 후속 논의가 지연되면서 법안은 3개월 가까이 국회에 잠들어 있다.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종은 처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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