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무장, 의원 운영 관여 안했을 개연성 높다” 판결

사무장이라고 지목받은 이가 의원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면 사무장병원으로 단정지을 수 없고, 이를 근거로 한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 사건이라고 주목한 만큼, 얽혀있는 이해관계인도 많고 관련 병원도 2곳이나 되는 등 매우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 의정부시에 B한방병원과 C의원이 개설돼 운영됐다. 이 두 병원은 한방병원에서 의원의 임대료 등을 부담하고, 의원에 별도의 원무과를 설치하지 않은 채 한방병원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등 하나의 병원처럼 움직였다.

여기에 복잡한 배경만큼이나 개설자도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B한방병원은 2002년 3월경부터 2005년 10월 17일까지 D씨로, 2007년 2월 20일에는 E씨로, 2008년 7월 9일경엔 F씨, 2010년 12월 20일에는 G씨로 개설자 명의가 바뀌었다.

C의원도 복잡한 건 마찬가지로, H씨(2002년 3월경~2005년 11월 8일), A씨(2005년 11월 8일~2006년 9월 1일), I씨(2006년 9월 1일~2009년 1월 14일), J씨(2009년 1월 14일~2010년 6월 1일), K씨(2010년 6월 1일~) 순으로 개설자가 변경됐다.

건보공단은 2013년 7월경 의정부경찰서장으로부터 B한방병원과 C의원의 관련자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받았다. 이후 건보공단은 투자자이자 비의료인인 L씨가 명의를 빌려 한방병원과 의원을 개설했다며 A씨에게 1억 8490만 9340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먼저 재판부는 B한방병원과 C의원이 하나의 병원처럼 운영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방병원에서 의원의 임대료 등을 모두 부담했고, 의원에는 별도의 원무과가 설치되지 않은 채 한방병원 원무과 직원이 의원의 업무도 함께 처리하는 등, C의원이 B한방병원으로부터 물적·인적 지원을 받아 운영된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개설자로 있는 동안 C의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된 점에 있어서는 개연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한방병원이 2005년 10월 17일 D씨로 변경된 이후부터 E씨를 거쳐 F씨로 변경될 때까지 투자자 L씨 측은 한방병원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계좌 거래 내역만을 제공받아 확인했을 뿐, 직원의 채용이나 수익관리 등 한방병원의 운영에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 기간 동안 C의원은 L씨 측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2008년 7월 9일 이전까지는 L씨가 C의원의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C의원 개설자로 신고된 2005년 11월 8일부터 2006년 9월 1일에도 마찬가지로 L씨는 B한방병원과 C의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며 “L씨가 C의원이 개설될 무렵 B한방병원에 투자했거나, C의원이 B한방병원에 지원을 받아 운영됐다는 사정만으로 개연성이 배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A씨가 한방병원 원장에게 고용돼 C의원을 개설·운영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C의원이 한방병원 원장에 의해 개설·운영됐다는 점을 주장하는 취지라면 이는 원래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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