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개설명의자인 병원장에 퇴직금 지급 의무”..."고용인 불과" 의사 항소 기각

사무장병원에서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던 직원은 퇴사한 이후, 퇴직금을 누구에게 지급받아야할까? 법원은 사무장에게 고용된 의사에게 퇴직금 지불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의사들이 사무장병원을 해선 안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

 

대구지방법원 제3민사부는 최근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430만 624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무장 C씨는 의사를 병원장으로 순차 고용해 명의를 대여받아 사무장병원 형태로 D병원을 운영했다. C씨는 2012년 8월경 B씨를 병원장으로 고용한 후, 그의 명의로 병원의 의료기관 개설허가 명의를 변경했다.

그리고 현재 B씨는 지난해 7월 C씨와 공모해 의사명의를 대여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이며,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05년 9월경부터 2014년 8월경까지 D병원 주차관리원으로 근무했다가 퇴사했는데,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되고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후 A씨는 퇴직금 일부를 지급받긴 했지만 아직 미지급된 퇴직급 43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씨는 대외적으로는 D병원의 병원장이었지만 실제로는 C씨에게 고용돼 월급 받는 의사에 불과했고, A씨의 실제 사용자는 C씨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을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배돼 무효’”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우 의료기관의 운영과 관련해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B씨의 주장과 같이 C씨에게 의사 명의를 대여했고 C씨가 D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하더라도 D병원의 병원장(개설명의자)으로서 의사인 B씨는 병원 근로자였던 A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는 “의료인들 입장에서 사무장병원을 해선 또 다른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비의료인과 의료인사이에 당사자간 내부적인 계약은 무효이지만 그건 당사자간에만 미치는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법률효과의 귀속은 의료기관 개설자인 의사에게 귀속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선고된 것이기 때문에 판례로 굳어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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