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의협 과징금 취소소송| 고법 "의사 자율적 판단에 따른 휴진"…저조했던 참여율도 영향 미쳐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지난 2014년 3월 10일 의협이 주도한 집단휴진이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공정위는 집단휴진이 2015년도 수가협상에 영향을 미쳤다고까지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또한 근거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5월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집단휴진을 주도한 의협에 대해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의 처분에 의협은 먼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들에게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했을 경우인데, 의협의 의사결정이 의사회원들에게 구속력을 가지거나 회원들 사이에 의협의 결정을 준수해야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집단휴진은 의사회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가 결정된 것으로, 의협은 휴업을 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집단휴진으로 제한된 사실도 없다는 게 의협의 또 다른 주장이다.

재판부는 의협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협과 회원들이 휴업을 결의하고 이를 실행한 목적 또는 이유는 정부의 원격진료허용 및 영리병원허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의사나 목적이 없었으며, 실제로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휴진을 한 당일 일부 의료기관의 휴업으로 인해 의료기관 수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소비자로서는 휴업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종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며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으로서도 의료서비스 공급량이 줄어들었음을 이유로 의료소비자에게 종전보다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집단 휴진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재판부는 공정위가 주장한 집단휴진으로 의료기관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의료소비자가 원했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고, 휴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을 방문했더라도 환자가 몰려 진료시간이 줄어드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집단휴진으로 의료소비자가 불편을 겪었어도 의협이나 의사들의 경제적 이익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의료소비자가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을 하거나 진료시간 단축 등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를 감수하게 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집단휴진이 의료서비스의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의료소비자가 불편을 겪어 후생이 감소된 사실만으로는 집단휴진이 부당하게 경쟁을 게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집단휴진으로 의협이 2015년도 수가협상에서 3.1%라는 인상률을 이끌어낸 점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기로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협의를 이끌어낸 점을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2015년에 적용될 의료비 수가를 3.1%로 인상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2015년의 수가 인상률은 예년과 비슷할 뿐 다른 년도에 비해 높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건정심 구성에 대한 협의도 감사원이 2014년에 이미 부적정성을 지적한 것을 시정하기 위해 의협과 정부가 건정심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를 한 것이지, 집단휴진의 영향력을 이용해 의료비 수가를 인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집단휴진을 실행하기 전 의협의 대회원 찬반투표보다 실제 휴업참여율이 낮은 점도 지적했다. 당시 대회원 찬반투표에서 76.69%가 휴업이 찬성했지만, 실제 집단휴진 때 참여율은 개원의 20.9%, 전공의 30%로 더 낮았다는 것.

여기에 의협에는 휴업에 불참한 회원들에게 제재할 수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고, 실제로도 불이익이나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해 판결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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