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식의학회 서주태 회장
Q. 남성에서 난임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A. 남성 난임은 정액검사의 결과에 따라 크게 △정액검사가 정상인 경우 △감정자증, 약정자증, 기형정자증처럼 정액검사에서 정자는 있지만 정자 척도에 이상이 있는 경우 △무정자증으로 대별된다.
이 중 무정자증은 병명이 아니라 단순히 정액검사상 정자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원인에 따라 치료방향이 달라지는데, 특히 혈관계 이상을 나타내는 정계정맥류(varicocele)가 가장 흔하다. 정계정맥류는 정계(spermatic cord) 안쪽 만상정맥총(pampiniform plexus) 정맥의 비정상적인 확장 상태로 대부분 좌측 고환에 발생한다. 일반 성인 남성의 약 15%, 난임으로 내원한 남성의 경우 3분의 1 정도(19∼41%)에서 정계정맥류가 있다고 보고된다.
다행히 정계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불임은 아니며, 치료 가능성 또한 높다. '교정 가능한 불임의 가장 흔한 형태'라고 알려진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원인을 잡아낸 다음에는 △불임의 원인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지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본인의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이 가능한 상태인지 △비배우자 공여정자를 이용하거나 양자 입양을 고려해야 할 상태인지 △불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의미 있는 기존 질병이 있는지 △환자 본인이나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및 염색체 이상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Q. 난임 부부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된다고 한다. 임상현장에서 체감하는 반응은?
A. 정부에서 난임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키로 한 부분은 임상의로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러한 지원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난임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난임시술 지원금이 사용된 현황을 보면 원인불명에 의한 시험관 아기 시술의 비율이 높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의한 난임 비율이 낮게 나타나고 여성 측 요인 또는 원인불명에 의한 시험관아기 시술이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계정맥류를 수술적 치료로 교정했을 때 자연임신율이 50%라면 시험관아기를 시도했을 때 임신성공률은 크게 잡아도 35%에 불과하다. 반면 비용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남성 측의 원인을 찾는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은 여성에 비해 검사 절차가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므로 먼저 검사를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갈수록 늦어지는 결혼연령과 저출산의 문제가 해결돼야 하겠다.
Q.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에게 조언한다면?
A. 오늘날 가임기 부부들이 워낙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보니 인터넷이나 종편 방송을 통해 엉터리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얼핏 들으면 귀가 솔깃해질 법한 내용이 많지만 진단과 원인을 해결하는 중간과정이 생략된 채 치료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문의와 만나 의학적 근거가 입증된 방법으로 치료받길 권한다. 이에 대한생식의학회에서도 표준 치료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1년 정도 기간을 잡고 난임치료 가이드라인을 작업 중이다.
난임 치료는 파트너십(partnership)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부부가 합심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