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학회, 유방촬영술 45세부터 권고에 국내 상황은?

 

최근 미국암학회(ACS)가 유방촬영술(mammography)을 이용한 유방암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JAMA 2015;314:1599-1614).

유방암 검진시작 연령을 기존 40세에서 45세로 5년 늦추고, 54세 이후부터는 매년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45세 이전까지는 X선을 이용한 유방촬영술로 악성 종양을 발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산부인과학회(ACOG) 나 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 등 주요 권고안들과 차이가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美암학회, "45세 미만은 유방암 검진 불필요"

ACS가 일반인 대상의 유방암 검진 가이드라인을 낸 것은 지난 2003년에 이어 근 12년 만이다.

가이드라인의 주저자인 Elizabeth T.H. Fontham 교수(루이지애나주립대학 보건대학)는 "여성이 매년 유방암 선별검사를 받아야 하는 시기를 45세로 설정한 점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차이"라면서 "기존에는 40세부터 유방촬영술을 시행받도록 권고해 왔지만,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40~54세의 질병 부담이 균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4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는 암 발생 위험에 비해 위양성률(false positive)이 높다는 설명.

즉, 실제로는 암이 아닌데 검사상 악성종양으로 잘못된 검사 소견을 나타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40세부터 선별검사를 시작하라는 직접적인 권고항목을 제외한 대신, 45세부터로 시작시기를 늦췄다.

달라진 사항은 그뿐이 아니다.

45~54세 여성에게 매 1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시행 받도록 권고한 것은 동일하지만 55세부터는 검진 주기가 매 2년으로 늘어났다. 또한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면 기대여명이 10년 이상 남았다고 예상되는 시점까지 검진을 지속하도록 했다.

Fontham 교수는 "과거에는 75세 이후의 검진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여성의 연령에 따라 획일적인(one-size-fits-all)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는 개인의 건강상태을 고려해 맞춤형 지침을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가이드라인은 유방암의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없으면서, BRCA 등 유전자 변이를 동반하지 않은 평균 위험도의 여성만이 대상"이라며 "모든 여성은 유방암 검진과 관련된 잠재적인 이익(benefit)과 위해(harm), 제한점에 친근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40대 권고 여부'가 뜨거운 감자

유방암 선별검사에 관한 논란은 2009년 USPSTF 가이드라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USPSTF는 50~74세 여성에게 매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권고하면서 40~49세 연령층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상의한 뒤 개별적인 의사결정을 따르도록 했다. 아울러 75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유방촬영술의 이익과 위해를 평가하기에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 JAMA Intern Med. 10월 20일자 온라인판

논란의 핵심은 다름아닌 '40대 여성에게 검진 목적의 유방촬영술을 권고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

당시 ACS를 비롯해 ACOG, 미국영상의학회(ACR) 등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USPSTF는 올해 초 공개한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에서도 2009년판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입장을 취했다.

하버드의대 Nancy L. Keating 교수(브링검 여성병원)는 동반사설(JAMA 2015;314:1569-1571)에서 "논란과는 달리, USPSTF와 ACS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관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한다.

모든 집단에 적용할 수 있는 획일적 방법을 제시하는 대신, 개인별 이익과 위해의 균형에 최적화 하는 방향으로 검진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가이드라인 모두 "평균 위험도를 가진 45세 미만의 여성의 경우 유방촬영술로 얻게 되는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해가 더 많다"면서 '개별화된 의사결정(individualized decision)'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리뷰논문(JAMA 2015;314:1615-1634)에서는 "평균 위험도를 가진 전 연령대의 여성에서 유방암 선별검사가 관련 사망률을 약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검진방법과 간격, 구체적인 연령대 등은 과잉검진(overdiagnosis), 위양성률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여성 유방암 특성 살려..."40세부터가 적절"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현재 40세 이상의 여성에게 2년 주기로 유방촬영술과 함께 숙련된 의사에 의해 유방진찰(Clinical Breast Examination, CBE)을 시행 받도록 하는 국가암검진사업을 운영 중이다.

▲ 정 준 위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지난 9월에 발표된 국가암 검진권고안에서는 증상이 없는 40~69세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권고했으며(권고등급 B), 기존에포함됐던 CBE가 빠졌다. 유방초음파검사 역시 검진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권고되지 않았다(권고등급 I).

정 준 유방암 검진권고안 개정위원장(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은 "검진에 따른 이익과 위해를 따져봤을 때 한국 여성은 서양인보다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높다"며,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40세부터 유방촬영술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유방암학회(회장 정성후, 이사장 한세환)가 낸 '2015년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연령별 발병빈도가 40대(4531명), 50대(4041명), 60대(1812명), 30대(1229명), 70대(786명) 순으로, 40대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높다.

▲ 한국 여성의 연령별 유방암 발병빈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방암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서구와는 달리, 국내 여성의 경우 50대 초반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폐경 전 여성의 유방암 발생비율(15%) 역시 서구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다.

정 위원장은 "ACS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권고항목을 strong recommendation과 qualified recommendation 2가지로 나누고, 이득에 비해 혜택의 크기가 낮은 경우는 환자와 상의해서 선택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유방암 예방부터 검진, 진단, 치료 후 회복에 이르기까지 한국 여성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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