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암정복포럼서 공개... 40대 이상 유방임상진찰 권고항목에서 빠져

 최근 10여 년새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유방암의 검진권고안(초안)이 공개됐다.

16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암정복포럼에서 2002년 이후 12년만에 나온 개정안은 "40~69세 여성을 대상으로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유방암 검진을 2년 간격으로 시행해야 한다(권고등급 B)"고 권고했으며, "70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기본적인 선별검사 목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권고등급 C)"고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평균적인 위험도를 가진 무증상 여성이 권고대상이며, 고위험군의 경우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임상적 고려사항을 덧붙였다.

▲ 정준 유방암 검진권고안 개정위원장

정 준 유방암 검진권고안 개정위원장(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은 "일반 인구집단의 여성에게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시행할 경우 유방암 특이 사망률을 약 19% 감소시킬 수 있다는 중등도 수준의 근거가 있어, 검진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이득이 중등도로 높다고 평가됐다"고 밝혔다.

유방촬영술과 관련해 과잉진단이나 높은 위양성률, 방사선피폭 위험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논문을 따져봤을 때 검진에 의한 사망률 감소 혜택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령별로는  40~69세 여성에서 중등도 수준의 근거와 중간 정도의 이득을 보였고, 30~39세는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으며 70세 이상은 근거수준이나 이득이 모두 낮았다"면서 "검진주기 조정이나 검진항목에 유방초음파를 포함시키는 등의 문제도 논의됐었지만 근거가 불충분해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새로운 유방암 검진권고안이 기존 권고안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크게 2가지로, 40세 이상 연령대에서 유방촬영술과 함께 권고됐던 유방임상진찰이 권고항목에서 빠졌고 기존에는 없던 검진종료연령이 추가됐다.

현재는 30세부터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35세부터는 2년 간격으로 의료진에 의한 임상진찰을, 40세부터는 매 2년 유방촬영과 임상진찰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 현행 국가암검진권고안

포럼에서는 개정안의 주요 변경사항 2가지를 놓고 집중적으로 설전이 벌어졌다. 특히 유방암 환자들을 전문으로 보는 외과의사들이 검진항목에 유방임상 진찰을 제외시킨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허민희 교수(제일병원 외과)는 "이대로 검진권고안이 발표되면 현장에서 환자를 대면하는 의사들이 유방임상진찰을 시행함에 있어 당위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일본 가이드라인에서도 유방촬영술과 임상진찰의 병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유방암학회 우상욱 교수(고대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도 "권고안이 공표되는 순간부터 검진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검사는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권고등급을 구분해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방암 검진권고안 문제점은 없는가'를 주제로 각 학회의 대표들이 참석해 토론이 진행됐다.

이러한 지적들에 위원회는 근거에 충실한 권고안을 만들자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의료진에 의한 유방진찰이 단독 또는 유방촬영술과 병용 시 유방암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자료가 없는 만큼 증상이 없는 여성에게까지 권고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순천향의대 이은혜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영상의학과)는 "국가암검진을 시행하는 기관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인터페이스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유방진찰은 임상적 고려사항에만 들어가도 충분하다"면서 "국가권고안에서 유방촬영과의 병용을 고집할 경우 유방진찰을 하지 않는 기관에서는 필수항목을 빼놓고 하는 격이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은 "현재 권고안은 체계적 문헌고찰이 아닌 전문가 합의에 의해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기존과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며, "진료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친 뒤 위원회 내부적으로 추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검진대상 연령을 69세까지로 제한하면서 향후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 적용할 경우 본래 무료검진을 받던 70세 이상 연령대가 빠지게 돼 여론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는데, 정 위원장은 "현 권고안이 그대로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정책입안 과정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원철 국가암검진권고안제개정위원회 총괄위원장은 "12년 전에는 국가검진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상한연령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논의가 전혀 없었던 부분은 아니다"라며, "그간 수검률을 올리는 데 급급하다보니 검진이 불필요한 노인들에게까지도 무리하게 검사를 시행하는 부작용 사례들이 있어, 7대 암 모두에 대해 검진종료연령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7대암 모두에서 국내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국립암센터가 앞장서 근거자료를 취합해야 한다. 다음 개정 시에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권고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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