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안전성 논문 통한 부작용 분석

광동제약이 8월 10일 미국 오렉시젠 테라퓨틱스와 비만 치료신약 '콘트라브'의 국내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벨빅 등 기존 치료제와 경쟁을 예고했다.

비만 치료 약물 요법에 대한 임상에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이 함께 시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물요법에 추가적인 체중 감량 효과는 분명하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기존 비만치료제와 도입되는 콘트라브의 안전성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한비만학회지 3월호에 게재된 김경곤 가천의대 교수(가정의학과)의 '장기간 사용이 허가된 비만 치료제의 안전성' 논문을 통해 국내에서 사용되는 비만 치료제의 특성을 조명해봤다.

우리나라에서 장기간 사용에 허가 받은 비만 치료제는 오르리스타트(orlistant, 제품명 제니칼)와 로카세린(lorcaserin, 제품명 벨빅)이 있다.

또 미국 FDA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phentermine/topiramate, 제품명 큐시미아)와 날트렉손+부프로피온(naltrexone/bupropion, 제품명 콘트라브) 등을 장기간 사용 치료제로 허가한 바 있다.

리파아제 길항제 오르리스타트

▲ 오르리스타트 성분 제니칼

오르리스타트는 가역적인 위장관계 지질분해효소(lipase) 길항제로 음식에 포함된 지방의 분해와 흡수를 떨어뜨린다. 국내에서는 한국로슈가 제니칼로 허가를 받았으며, 같은 성분으로 알보젠코리아 올리다운, 종근당 락슈미캡슐 등이 있다.

오르리스타트는 이십 년 정도 임상에서 널리 사용돼 이에 대한 경험이 많이 축적됐고, 발현 빈도가 적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잘 알려졌다.

주요 부작용은 기름변, 기름이 새어나오는 방귀, 변실금, 대변 횟수의 증가, 복통 등 불쾌하거나 불편한 소화기계 증상이다.

소화기계 부작용의 강도는 대체로 경도에서 중등도인데, 치료 초기에 나타나 복용 과정에서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일회성이거나 일시적 증상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또 오르리스타트는 식이 지방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지방과 연관성이 높은 약물의 흡수나 작용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 지용성 비타민 A, D, E, K와 β-carotene의 흡수를 저하시킬 수 있으며, 지용성 약물과의 상호 작용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대한 부작용으로 간 손상 유발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오르리스타트 투여와 인과관계는 확실치 않았지만 비만인은 치료 시점에서 이미 비알코올성 간염이 있는 환자가 적지 않아 환자의 간 상태를 미리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세로토닌 수용체 효현제 로카세린

로카세린은 선택적 5-HT2C 세로토닌 효능제로,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감소시킨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벨빅정을 도입해 비급여 출시했다.

세로토닌성 약물의 안전성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로토닌성 약물은 과거 펜플루라민(fenfluramine)이 있었는데, 1990년대에 펜터민(phentermine)과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 로카세린 성분 벨빅

1996년에는 펜플루라민에서 부작용은 적고 체중 감량 효과는 강할 것으로 추정된 펜플루라민 이성체인 덱스펜플루라민(dexfenfluramine)이 개발됐는데, 1997년에는 펜플루라민과 덱스펜플루라민이 모두 심장판막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실제로 1998년에 게재된 식욕 억제제 투여 환자에서의 심장판막부전 유병률 조사 연구에 따르면 환자군에서 22.7%의 빈도로 심장판막부전이 나타났다.

이 같은 사례 때문에 로카세린에 대한 세 가지 대규모 3상 연구 모두에서는 임상 연구 기간 심장 초음파 검사를 이용해 연구 참여자들의 판막 기능을 추적 관찰했다.

세 연구의 통합 분석 결과를 보면, 약물 투여 전과 1년 투여 시점을 비교했을 때 로카세린 투여군에서 심장 판막증 발생이 위약군에 비해 다소 많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세 연구에 참여한 사람이 5000명 이상이며 한 사람 당 일년에 세 번(치료 시작 전, 24주, 52주)의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고 추적 관찰해 얻은 임상 데이터는 심장 판막에 대한 로카세린의 안전성에 매우 큰 신뢰를 준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단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로카세린 투여군에서 판막증이 더 많이 생기기는 했다는 점과, 수 년간 투여했을 때에도 괜찮을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 로카세린 투여 시 환자의 심혈관 및 호흡기계 증상과 징후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부작용은 교감신경 효현성 식욕 억제제들과 대동소이하며, 증상은 경증이고 약제를 중단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줄어든다고 전했다.

아울러 로카세린은 우리나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간주되는데, 의존성이나 남용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하며 약물 관리에 규제가 따른다고 덧붙였다.

펜터민, 토피라메이트 병용요법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복합제(제품명 큐시미아)는 국내에서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각각 단일제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된다.

▲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성분 큐시미아

토피라메이트의 신경학적 부작용과, 펜터민의 용량 대비 상응하는 부작용 증가에 따라 부작용이 잘 안나타나는 저용량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의 병용 요법이 개발됐다.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병용 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이상 감각이지만 실제로 임상 연구에서 중도 탈락한 주요 이유는 불면증, 과민, 불안, 두통, 집중 저하, 우울, 임마름, 신장 결석이다. 고용량 투여 시 저용량보다 부작용 발현이 많았고, 임상 연구 중도 탈락자도 고용량 투여군에서 많았다.

Gadde 등 상 연구를 1년 더 연장한 연구 결과를 보면 흔한 부작용은 약물 투여 초기나 약물 투여 2년째에도 같은 종류의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발현 빈도는 처음 1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며 발현빈도가 위약보다 뚜렷히 높은 부작용은 이상감각과 구역 정도로 나타났다.

또 토피라메이트의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 저해에 따른 부작용으로 혈중 중탄산염(bicarbonate) 농도는 감소하고 임상적으로 유의한 대사성 산증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탄산탈수효소 저해 작용 때문에 신장 결석이 발생할 위험도 있으며 혈청 칼륨 농도가 낮아져 칼륨 보충이 필요한 경우도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약물 투여 초기에는 용량 의존적으로 우울 및 불안과 관련된 증상이 관찰됐으며, 보통 약물 투여 초기에 나타나고 약물 투여 중단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황산을 포함한 토피라메이트가 섬모체의 부종을 유발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어 환자의 시력 변화와 안구 증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당부했다.

이어 김 교수는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병용은 임상 경험이 더 축적돼야 하겠지만, 두 가지 약제 모두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해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날트렉손, 부프로피온 병용요법

광동제약이 미국 오렉시젠 테라퓨틱스와 판매독점 계약을 체결한 제품이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 복합제인 콘트라브다.

▲ 날트렉손+부프로피온 성분 콘트라브

부프로피온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항우울제로, 체중을 줄이는 POMC와 CART 분비 뉴론을 자극해 식욕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내인성 오피오이드(opioid)인 베타엔돌핀(β-endorphin)은 POMC 뉴론에 자가억제(autoinhibition) 작용을 해 부프로피온의 식욕 억제 효과를 감소시키는데, 여기에 오피오이드 길항제 날트렉손을 사용하면 부프로피온의 식욕 억제 효과를 강화시킨다. 이를 이용해 개발된 병용요법이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의 병용요법이다.

이들 성분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인데, 주로 날트렉손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 변비, 어지러움, 입마름, 떨림, 복통, 이명이 자주 나타난다. 특히 임상 연구 참여자의 4.6~6.3%가 구역감 때문에 중도 탈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혈압은 체중 감량 정도에 따라 하강하지만 맥박은 변화 없거나 약간 상승했으며,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를 여러 개 갖고 있던 환자에서 급성 심근 경색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 이에 빈도 수는 낮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에서 사용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당부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비만 치료 약물로 승인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승인
받은바 없으며, 아직 임상 사용례가 충분하지 않아 부작용 발현에 대해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치료제 '안전성' 고려사항은?

논문 말미에서는 비만 약물 요법에서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이론적으로 비만 해결에 묘책이라고 생각되는 약제들이 뜻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비만이 아닌 정상인들이 복용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 △임상 현장에서 추천되는 용량 이상을 투여하거나 유효성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한 병용 요법을 시행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어 오르리스타트, 로카세린, 펜터민과 피라메이트 조합,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 조합은 모두 내약성과 안전성이 뛰어난 약제로 이들에 대한 흔한 부작용은 잘 알려졌으며, 적절한 용량 조절을 통해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만 치료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장기간 투여되기 때문에 흔한 부작용 뿐만 아니라 드물게 일어나지만 심각한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되며, 약물을 선택하고 용량을 조절하고 추적 관찰하는데 있어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윤옥 의원(새누리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비만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 수는 7%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관련 제품 출시 등으로 시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선영 상계백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이번 콘트라브 도입 소식과 관련해 "지금보다 처방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약을 남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환자 개개인에 맞게끔 쓴다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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