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인제의대 교수 "로카세린,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 가능"

▲ 이선영 상계백병원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한 가운데 지난 2월 국내에서 일동제약의 로카세린(상품명 벨빅)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하며 약물요법의 효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만의 기본적인 치료 방법인 식사, 운동 및 행동수정요법에 약물 병행이 효과적인 치료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인제의대 이선영 교수(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를 만나 비만 치료 최신 트렌드와 진료 방침을 들어봤다.

- 국내에서 비만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대한비만학회는 여러 치료 방법의 과학적인 증명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여러 위원회를 통해 영양요법, 행동요법, 식사요법, 운동요법 등을 연구한다.

위원회는 학회 때마다 심포지엄을 열고 외국의 가이드라인 등을 공유하며, 검증된 틀 안에서 치료하고자 하고 있다.

비만은 과다한 체지방이 쌓여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사망률을 높인다. 정신적으로도 위축시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거나 따돌림을 받게 하는 등 사회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런 시류에 편승해 쉽게 체중을 줄여준다는 건강기능식품 등이 몇 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잘못된 치료 방법이 반복되는 것이 문제다.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나서야 하며, 정부도 관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학회는 이를 위해 다양한 치료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 비만 치료의 종류와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 이선영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저수가로 힘들어하는 개원가에서는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비만 치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병원은 팀별로 영양, 운동, 필요하면 심리상담 등을 병행하고 고도비만 환자는 외과 협진을 통해 비만대사수술 등으로 관리한다.

위 밴드를 하면 많이 먹지 못해 초반에는 효과가 확실하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다. 생활습관을 조절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웨덴의 비만수술 이후 15년간 추적 관찰 데이터를 보면 약 60%까지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수술 후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합의된 기본적인 치료는 문제가 되는 생활습관을 평가하고 이를 고치는 것이다. 음주 문제나 식사의 불규칙성에 대한 조절이 포함된다. 나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만 고쳐도 체중 변화는 따라온다.

또 과다하게 축적된 지방을 정상적인 범위까지 조절해야 한다. 지방을 극단적으로 빼면 필요한 근육도 마르게 하고, 잘못된 식습관이 되풀이되면서 지방만 늘어나기 때문에 영양적인 배분이 중요하다.

비만 치료 방법을 피라미드로 분류하면 제일 위에 있는 것이 비만 수술, 그 아래가 약물요법, 다음이 식사·운동 관리다. 가장 효과가 좋고 근간이 되는 것이 식사, 운동, 행동수정, 약물요법의 병용이다.

행동수정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야구를 볼 때마다 캔맥주와 감자 칩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이 같은 자극을 차단하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식습관과 운동량을 조절하고,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 부분 등은 약물요법으로 관리하면 가장 성공률이 높은 치료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 최근 비만 약물의 종류와 현황은?

비만 치료 약물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식욕억제제와 흡수억제제로 구분된다. 식욕억제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이 있는데, 이는 단기처방 약물로 중추에서 카테콜아민의 분비를 증가시켜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수용체를 조절해 작용한다. 오래 쓰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FDA는 12주 요법만을 권고했다.

지방흡수억제제 오르리스타트는 장내 리파아제를 억제해 지방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약 30% 가까이 억제한다. 이는 장기로 처방되며 지금도 많이 쓰이지만 지방변, 지방배출 등의 문제가 있다.

로카세린은 2012년 6월 FDA가 승인한 새로운 비만치료제로 세로토닌성 작용을 하는 식욕억제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허가됐는데, 사용해 보니 확실히 부작용이 적었다. 예전에 사용되던 약물보다 체중감량 효과에 있어서는 극적이지 않지만 안전성은 무시할 수 없다.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장기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식욕을 억제하고 약간의 포만감을 줘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단 세로토닌에 작용하는 계열이기 때문에 신경정신과 약물과 함께 쓰면 부딪힌다. 세로토닌 증후군도 주의해야 한다.

FDA가 2012년 7월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인 큐시미아를 승인하면서 비만 약물의 병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쓰면 시너지가 있고, 소량을 사용하면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의 병용 개념도 나온다. 날트렉손은 갑작스러운 폭식을 줄여주고, 부프로피온도 도파민 작용으로 식욕 억제와 포만감을 줘 미국에서 쓰는 방법이다. 이런 시도가 이어지면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약물요법을 중단했을 때 체중이 다시 증가하지 않나?

복용을 중단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중단 시점은 이미 체중을 감량했을 때 생활습관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 적응된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 이를 환자에게도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복용을 중단해도 한 달 후 다시 방문하라고 하거나 3개월 이후 방문하라고 하는 등 추적 관찰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첨언하면 로카세린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져 환자들이 안전하게 쓰고 체중감량 효과도 제대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향후 비만 관리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비만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비급여다. 비만이면서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에 대한 보험이 이뤄져야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동반돼 있다면 결국 체중 감량 자체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몇 년 동안 시도됐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안다. 비만치료가 급여화된다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고, 난무하는 비과학적 치료 방법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또 급여가 된다면 하나의 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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