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공단·내부 직원 반대에도..."국제행사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 밝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외부 반대에도 구매자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국제행사 개최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은 15일 내부 게시판을 통해 구매자 표현 및 국제행사(INHPO) 개최 계획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회에서는 심평원의 '구매자' 사용에 대해 수차례 지적했으며, 심평원의 구매자 역할을 더 강화하기 위해 개최하려는 '국제행사'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실제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심평원이 구매자라는 표현을 쓰려면 심평원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보건의료서비스 구매기능은 보험자의 업무영역에 포함돼 있다. 즉 건보공단이 보험자이고, 구매를 위한 재정도 공단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우).

또 이달 초 공단에서 제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심평원의 이 같은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으며, '국민건강보험, 잠시만 봐도 훤히 보여요'라는 책자를 통해서도 공단과 심평원의 업무 구분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갔다.

그럼에도 심평원은 오는 8월 27일부터 '세계 보건의료구매기관 네트워크 구축'이란 국제행사를 강행할 계획을 알렸다. 건보공단 노조 등이 이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 또 다시 '갈등'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두 조직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건강보험 운영 측면에서의 불합리성이 지속되면,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공단과 심평원의 업무의 범위와 역할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항들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평원 내부에서도 구매자 표현이나 국제행사 개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심평원 측은 이번 내부 게시판 공고글을 통해 구매자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쓰는 것은 물론 구매자 관련 국제행사도 정상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심평원은 내부 직원 게시판 게시글을 통해 "임시국회에서 구매자 표현으로 불거진 공단-심평원의 갈등을 중재하라는 주문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공단과 심평원의 회의를 주관했다"며 "회의를 통해 '구매' 대신 영문(purchasing)을 사용하겠다고 공단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보건의료분야에서 'Purchasing'이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활동"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의료공급자를 선정하고, 의료서비스의 범위와 대상을 정하며, 적정 기준과 합리적 가격을 설정하는 일련의 활동(프로세스)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INHPO)'에 대해서는 "심사평가원이 보건의료 purchasing의 대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해 전 세계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각 국가의 현안과 문제점을 논의하는 장(場)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공단 측은 '이이제이' 방식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 고위 관계자는 "영문 표현 사용에 대해 동의한 바 없다"며 "공단이 따로 공식입장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으나, 노조와 입장이 일치한다"며 "공단 측에서 심평원에 재정을 주는 것은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하라는 것이지, 원장의 대외 홍보에 사용하라고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 노조는 세 차례 성명을 통해 "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은 국민의 혈세인 보험료를 낭비하는 '세계 보건의료구매기관 네트워크 구축' 국제행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행사는 막대한 비용으로 초호화판 국제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심평원에서 이번 행사 개최를 강행할 경우 행사장 앞 대규모 집회, 초청자 개별서한과 면담은 물론, 행사장 점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사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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