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 전부터 글로벌 허가·기술 수출 활발

 

국내 제약업계의 트렌드가 내수 중심 제네릭 영업에서 탈피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토대로 한 글로벌 진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성과가 가시화된 일부 사례를 보면 국내 출시 전부터 해외에서 시판 허가를 획득하거나 다국적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고, 임상 결과가 해외 학회에서 발표돼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이에 제품 출시 전부터 해외에서 주목받은 업체들의 사례와 노하우, 또 과정에서 어떤 난관이 있었는지를 조명해보고 앞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밟아야 할 단계를 알아봤다.

국내보다 해외서 먼저 시판 허가 획득

동아ST의 테디졸리드(tedizolid, 미국 제품명 Sivextro)는 국내보다 미국 FDA에서 먼저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테디졸리드는 FDA로부터 신속 허가 및 우선 검토 품목으로 선정돼 통상 12개월 소요되는 검토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면서 지난해 6월 승인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에 시벡스트로정, 시벡스트로주로 각각 신약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동아ST 관계자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허가를 먼저 받은 것에 대해 시벡스트로 전임상 당시 경쟁품의 국내 매출은 10억원대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매우 작았고, 국내에서 항생제 임상 진행에 어려운 점이 많아 해외시장 개발을 타깃으로  전임상 완료 후 라이센싱 아웃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HM71224와 관련해 일라이 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5000만달러와 단계별 마일스톤 등을 포함하면 약 78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초기부터 해외시장 타깃…기술수출 사례 늘어

이 밖에도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기술수출 사례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제약협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 KPMA Brief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19건이던 해외 계약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42건으로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68건으로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술수출도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9건에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27건으로 증가 추세다.

보고서는 국내 제약사 자체 개발 의약품의 상업적 가능성이 다국적 제약사의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통과해 인정받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더불어 내부 개발을 통한 신약발굴의 한계에 직면한 다국적제약사들이 글로벌 아웃소싱에 적극 나서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동아ST 관계자는 "최근 신약개발 동향은 국내시장보다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1차 타깃으로 해 개발 및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완제품 해외 수출은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GMP와 자료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대부분 이머징마켓 위주로 진출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신약 개발 후 초기에 라이센싱 아웃해 선진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기술수출 등 해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이전이 모두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산 신약의 기술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3700만달러 규모로 GSK와 계약을 체결했던 LG생명과학 팩티브는 2002년 NDA재신청 전 상업화 권리를 철회했고, 일양약품의 일라프라졸은 다케다·애보트와 총 4400만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 임상 3상이 중단됐다. 레고켐바이오의 세파계 항생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1억4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계약이 진행됐으나 중도에 해지됐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출 시점 및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파트너사의 R&D 및 투자(investment) 능력, 제품에 대한 열정 및 개발 의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라이센싱 아웃한 제품의 우수성과 차별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개발할 수 있고, 개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R&D 전문성 및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파트너사가 제품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어야 끝까지 지체 없이 개발될 수 있고, 파트너사 내부 제품들과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개발 및 상업화하는 기간이 매우 길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학회서 출사표 낸 국산 신약들

기술수출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성과도 최근 해외 학회 등에서 조명받고 있다.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51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는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대화제약 등이 참가해 연구 중인 임상 내용을 소개했다.

한미약품은 개발 중인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의 1/2상 중간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하며 종양감소 효과가 54.8%에 달했다고 전했다.

종근당은 항암신약 벨로테칸(제품명 캄토벨)이 토보테칸보다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년 더 연장시킨다는 비교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JW중외제약은 Wnt표적항암제인 CWP291의 임상 1상 중간결과를 선보였다.

대화제약은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 DHP107의 임상 3상 내용을 포스터로 알렸다. 또 한미약품은 8일 보스턴에서 열린 제75회 미국당뇨병학회(ADA)에도 참가해 퀀텀프로젝트 등 4개 당뇨신약과 11건의 연구과제를 발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산 신약이 내수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못 올린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꾸준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면서 "First in class 또는 기존 제품 대비 차별성을 보유한 Fast follower를 중심으로 임상 결과가 해외에서 소개되고, 해외 의료진들도 큰 관심을 보이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구 몰두한 제약사…필요한 정부 지원책은?

 

이 같은 성과는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년 연구개발 활동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의 2013년 R&D 투자 비용은 1조 2388억원으로 매출액보다 연구개발비 증가율이 높았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8.25%로 전년 대비 0.58%p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한미약품은 매출 대비 20%를 R&D에 투자했으며, LG생명과학 18.9%, 종근당 13.73%, 대웅제약 12.31%, 동아ST 11.30% 등으로 이어졌다. 제약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망설임 없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

때문에 성과를 가속화 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업계에서 더욱 요구되고 있다. 한 제약사 R&D 담당자는 해외 임상에 대한 펀딩 등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국내 제약사에게 유리한 방향의 약가 및 허가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라이센싱 아웃을 해도 현지 임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 발매 시기가 지연되는데, 국내에서 허가된 의약품은 해외 현지에서 별도의 추가시험 없이 허가가 인정되는 상호인증제도가 운용되도록 협업하는 사례가 증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식약처가 다른 나라 식약처와 정보 공유를 통해 제약사에게 해외 규정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질문이 있으면 답변해주는 통합 시스템을 운영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건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세지원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근령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KPMA Brief의 '국내 신약 연구개발 관련 조세지원제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R&D 조세감면 규모와 감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인력개발준비금의 손금산입이 2013년 12월 말까지 지출된 금액만 인정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더 이상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조세특례법상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중 '신성장동력산업분야의 연구개발비'와 '원천기술을 얻기 위한 연구개발비' 조항에 제약사의 연구 개발 투자와 기술을 해당 분야와 기술에 적극 포함시켜 지원을 보다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어 연구개발 역량이 인정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선정해 선택·집중하는 것이 정부 조세지출 부담을 최소화해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현재 OECD 국가 중 연구개발 조세지원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2004년 18개국에서 2011년  22개국, 2013년 27개국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내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연구개발 조세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까지 7대 제약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정부가 R&D에 투자하는 제약사들을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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