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김지섭 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어렵게 개발한 신약이 투자액도 회수하지 못하고 미미한 성과에 그쳐 상징적 의미로만 남는다고 지적되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일부는 내수시장에서 성과는 물론 글로벌 진출에서도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령제약 카나브는 지난 2011년 10월 멕시코 스텐달과 중남미 13개국에 대해 총 5600만 달러(단일제+이뇨복합제)의 라이센싱 아웃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 9월부터 멕시코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일양약품 놀텍도 브라질 제약사 아쉐와 주요거래 조건에 대한 텀싯(Term Sheet, 상호조건합의서)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ST의 테디졸리드는 국내보다 미국 FDA에서 먼저 시판 허가를 획득했으며, 한미약품도 자가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와 관련해 일라이 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일부 제약사는 비단 신약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현재 60여개국에 약 7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남미 5개국 허가를 추가로 획득해 남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ASCO, ADA 등 다양한 해외학회에서 각 분야 제품의 연구개발 성과를 발표해 해외 의료진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의 주가도 호조다.

정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하거나, 최근 해외 규제이슈를 직접 관리하는 글로팜엑스를 출범하는 등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을 보조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정부에 보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요구한다. 신약에 대한 가치 부여, R&D 관련 조세감면 확대 등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해외에 출시되는 신약의 약가는 우리나라 약가 현황 등을 토대로 책정되기 때문에 사용량 약가 연동제 등 약가규제 제도에서 예외조항을 둘 것과, 조세특례법상 R&D 비용에 대한 항목에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포함시켜 조세지원을 확대해달라는 등의 요구다.

이러한 요청은 R&D 투자에 게으르고 내수 시장에 안주하려는 업체가 아닌, 적극적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2020년까지 7대 제약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글로벌 진출 선봉장에 선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 있다. 청마의 해는 지났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들의 도약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부지런한 제약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채찍을 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제약업계가 기대하는 글로벌 진출 성과는 제약사의 R&D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만났을 때 보다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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