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 동의 획득 등 과제...여유 갖고 검토"...속타는 병원계 "시간 끌기냐"

보건복지부가 수가 인상을 전제로 입원환자 식대수가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국민 동의 등 다양한 고려점이 존재한다며 "여유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입원환자 식대는 지난 2006년 이후 9년째 동결돼 있는 상태. 속타는 병원들과 달리, 정부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26일 국회 양승조 의원, 대한영양사협회 등의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식대수가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영양사협회, 일반식 가산 폐지..."영양사 대량해고 이어질라" 우려

26일 국회에서 열린 입원환자 식대 수가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이날 영양사협회는 지난해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건강보험 수가개편방향을 근거로, "(정부의 계획대로) 일반식 영양사 가산을 삭제하면, 영양사 대량해고 사태가 불거져 환자급식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식대수가 개편방향과 관련, 양질의 치료실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치료식 수가 수준을 올리고, 인력가산에 따른 격차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일반식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가산을 폐지하고, 그 대신 평균적인 비용을 식대가격 자체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된 부분은 일반식에 대한 각종 가산 삭제. 현재 일반식에 대해서는 기본식대에 선택가산과 영양사가산, 조리사가산 등이 항목별로 적용되고 있다. 영양사와 조리사를 둘 경우 말 그대로 '가산금'이 붙기 때문에, 식대수가가 인력고용의 동인으로 작용해 왔다.

전국병원영양사회 김혜진 회장은 "정부는 관리 편의성을 위해 식대 가산제도를 없애는 대신 기본식대에 가산금액을 포함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이 경우 일반식 제공시 영양사 인력을 배치할 근거가 없어져, 영양사의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양사 대량해고 사태는 환자급식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조영연 팀장은 "일반식은 식당에서 먹는 일반식사가 아니라 일반치료식"이라고 강조하고 "영양사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진다면, 당연히 환자들에 제대로된 환자식사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로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김경주 센터장은 "일본은 2006년 식대가산제도를 손 보면서 병동가산과 선택가산 등 하드웨어적인 가산은 삭제하되, 환자식 질 관리를 위해 임상영양서비스 제도를 두어, 입원기본료에 영양관리 실시 가산을 마련하고 지금까지 시행 중"이라며 "환자식의 가치를 반영해 수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복지부 "식대수가 개선안 확정된 없다...신중 검토"

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

손영래 과장은 "아직 식대수가 개선안과 관련해 실무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며 "지난 2월까지 건정심 보고사항을 중심으로 내부검토를 진행했으나, 건정심 보고 후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왔고 이를 감안해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5가지 방향성은 확정했다고 했다.

첫째는 9년째 동결된 식대수가를 적정하게 인상하며, 일반식보다는 치료식과 특수식 위주로 수가인상을 진행하겠다 것. 둘째는 현행 고정 정액제 방식의 식대수가를 수가계약과 연동하는 등의 '조정기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복지부는 치료식의 경우 영양관리의 중요성을 인정해 (가칭)영양관리료를 별도로 만들며, 일반식에 대해서는 식가의 질과 연관성이 높지 않는 가산은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전체적으로 식사의 질과 관련해 사후적인 평가를 진행하며, 이를 반영해 수가를 가감지급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손영래 과장은 "식사의 질과 연관성이 높은 영양사와 조리사 가산은 폐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정부의 정책이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속타는 병원-느긋한 정부 " 시간 끌기냐"

다만 손 과장은 식대수가 개선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손 과장은 "식대수가 개선에 대해 일단 방향성을 정했지만, 수가 조정 자체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검토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인상의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생활이 어려운데 밥값도 오르느냐는 반감이 있을 수 있다.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 개선안을 건정심에 보고하고 간담회도 진행해 전체적인 동의를 얻어가면서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정부의 안이 확정되면 추후 논의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속도조절'에 병원계는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식대수가 개선 주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복지부도 수가 동결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계는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지경인데, 복지부만 느긋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동의가 문제라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가 총대를 맬 수 있겠느냐"면서 "결국 또 시간끌기만 하다 끝이 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2006년 식대수가 산정 이후 복지부는 최근까지 2차례에 걸쳐 식대수가 개선 '시도'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식대개선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이후 이렇다할 후속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에는 건정심에 식대수가 개선을 포함한 건강보험 수가개편방향을 보고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안을 확정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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