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C형간염 차세대 신약 도입 남은 과제

지난 1년여간 간질환 분야는 진단 검사부터 치료제까지 유독 말들이 많았다. 비리어드 단독요법의 급여삭감을 비롯한 차세대 C형간염 치료제들의 약가 논란, 간암에서 PET-CT의 사용이 발목을 잡히면서 어느 해보다 보험이슈가 파란만장했던 것.

하지만 악재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발빠른 대응으로 학회가 갖춰야 할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의학적 근거 쌓기와 가이드라인의 신속한 업데이트를 통해 진료현장에서 불거진 각종 보험이슈 일부를 해결한 것이 그 예다. 아직 모든 논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동안 학회에서 공공연히 얘기됐던 주요 이슈들을 짚어봤다.

1. B형간염 단독요법 급여시행, 기대효과는?

2. C형간염 차세대 신약 도입 남은 과제


이슈 3. C형 간염 치료 대세 '차세대 DAA'…약가가 관건
다클라타스비르·아수나프레비르 진입 성공, 고비용 문제 해결되면 패러다임 바뀔 것

 

C형간염 관리에 먹는 항바이러스제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차세대 경구용 DAA(Direct-Acting Antivirus) 조합만으로도 완치 개념의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기존 인터페론 기반치료로 관리가 어려운 비대상성 간경화 등 말기 간질환이 동반된 난치성 환자에서도 효과가 기대됐다.

문제는 가격이다. 차세대 DAA 효과는 전 세계 대규모 임상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지만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이 흠. 대표적인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소포스부비르)만 봐도 미국에서 1정당 1000달러(한화 약 110만원)에 판매되는데 3개월 치료과정에는 1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항암제 수준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정작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가장 큰 관심사는 약가다. 향후 도입될 약물들의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 차세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약가가 어느 정도 수준이면 환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지, 의료진의 의견을 묻는 조사에선 2000만원대라는 답이 주를 이뤘다.

최근 국내서도 차세대 DAA인 다클라타스비르와 아수나프레비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고 첫 진입에 성공했는데, 다클라타스비르는 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약가가 논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상훈 교수는 "다클라타스비르의 약가는 한 달 이내로 공개되겠지만, 약가협상 결과 당초 우려보다 상당히 저렴한 수준으로 논의가 됐으며, 보험적용이 가능하도록 계속 작업중"이라고 전했다.

DAA의 단점인 고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만성 C형 간염 치료 패러다임은 차세대 DAA 기반 치료로 바뀔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관건은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에 등재돼 있는 소포스부비르와 같은 약물들이 국내에 도입됐을 때 어떠한 환자들이 처방 대상이 되느냐다.

학계는 차세대 DAA 기반 치료는 비대상 간경변증 등 인터페론 치료가 곤란한 경우, 인터페론 치료에 반응성이 좋은 IL28B CC형이 아닌 경우, 기존 표준치료가 금기에 해당하거나 심한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등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의견을 모은다. 단 DAA 치료에 실패할 경우 추가치료의 가능성이 줄고 다약제 내성이 발생할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편 오는 6월 18일~2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될 대한간학회의 Liver Week 2015에서는 해외 연자를 초청해 차세대 DAA들의 비용효과 비교를 비롯 선별검사를 평가하는 세션을 따로 기획 중에 있다.

이슈 4. 유병률 파악안된 C형 간염, 생애전환기 검진 포함돼야
40세 이상 고위험군에 반드시 필요

부천순천향병원의 소화기병센터 모습.ⓒ사진 고민수 기자

C형간염 선별검사인 항체검사가 생애전환기 검진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검진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HCV) 검사가 빠져있는데, 40세 이상의 고위험군에서는 추후 관리를 위해서라도 1회 이상의 생애주기 검진이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이와 관련 올해 5월 중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간학회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문회의가 열릴 예정.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CDC)는 2012년 당시 1945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 C형간염 선별검사를 강력히 권고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여기에 힘을 보탰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C형간염이 B형간염보다 낮은 1% 수준으로 보고되지만 인구기반 조사가 부족한 상황이라 통계를 맹신할 수 없다. 작년 대한간학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부 교도소 재소자(고위험군) 대상 조사에서 유병률이 10% 수준(30명 중 3명)으로 높게 나타나 사회적 환기가 요구된 것.

더욱이 C형간염 환자들은 어려서부터 주기적으로 관리가 되던 B형간염과 다르게 뒤늦게 발견되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C형간염은 치료를 못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인터페론 도입을 기점으로 치료성적이 올라가자 개원가에서도 C형간염에 대한 항체검사를 권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이 강조되는 것은 보다 명확한 C형 간염 유병률을 파악할 수 있고 국가 정책적으로도 검진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석 교수는 "생애전환기 때 1회 이상 국가가 개입된 C형간염 항체검사의 시행은 분명 필요하지만 타깃 연령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C형간염 유병률이 60대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기준시점을 40대 혹은 60대로 설정하느냐에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라고 선결과제를 밝혔다.

이슈 5. 간암 PET-CT 사용 제한…원격전이는 어쩌고?

 

간암 환자의 전이 여부 판단에 유용하게 사용되던 양전자 단층촬영(F-18 FDG-PET, 이하 PET-CT) 급여기준에 큰 변화가 생긴 지 반 년이 지났다. 작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고시가 국내 4대암 가운데 간암에만 제한을 둔 것은 중증질환의 요양급여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의견이 많았다. 환자 진료 중심에 의료진의 판단이 아닌 보건당국의 심사기준이 위치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

개정 당시 보건당국은 간암에서 PET-CT 과잉처방이 우려되고 단순 X-레이 촬영 대비 방사선 피폭량이 200배 이상 크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지만, 기타 고형 암종에서는 과잉처방과 피폭량이 적은지 과연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진료현장에서는 PET-CT 사용과 관련해 간암 치료 전략 수립 단계부터 차질이 야기되고 있다. 비급여로도 시행이 불가능해 간암에서 PET-CT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인 상황이다. 의료진 사이에선 '병원에 구비된 PET-CT가 고장을 일으켜 사용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란 우스갯 소리(?)까지 나온다. 국가기관에서 불법으로 규정해 놓다 보니 원격전이가 걱정되는 환자마저도 검사를 해줄 수 없는 실정이라는 푸념섞인 목소리도 이어진다.

▲ 김영석 교수(대한간학회 보험이사)
김영석 교수는 "간이식 또는 간 절제를 고려한 경우로 제한을 뒀지만 환자를 보자마자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경우는 없다"며 "검사를 해보고 합당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수순인데 현 기준에 따르면 수술을 결정했던 사람은 PET-CT를 찍은 후 무조건 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해석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학계는 추가적인 병기설정과 예후 판정에 있어서 PET-CT의 유용성은 이미 보고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간암에서 PET-CT는 현재 일반원칙이 적용되는 일부 희귀암보다 임상적 근거가 많고 일반 고형암에 비해 병기설정과 재발판정에 있어 결코 유효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특히 양성률이 높은 간세포암종에서만 급여를 제한한 것은 보험 적용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배치된다는 결론.

김 교수는 "과거 환자의 병기나 재발 판정 등에 PET-CT의 역할이 컸는데 검사후 환자의 10% 정도는 병기가 바뀌어 치료 전략에 변화가 생긴다"며 "간암종은 종양표지자인 알파태아단백이 상승하면 간암의 재발 또는 원격전이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증상과 예후는 없더라도 원발부위는 물론 원격부위 전이 진단을 위해서도 PET-CT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단 간 관련 학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작년 핵의학회를 중심으로 간학회, 간암학회 등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올해는 소화기연관학회와 공조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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