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라글루타이드·레모글리플로진, 강력한 치료 옵션 가능성 시사

▲ 지방간 관리에 당뇨병 치료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관리에 난항을 겪던 비알코올지방간질환(NAFLD)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됐다.

연구결과 해당 질환자의 40% 수준에서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가 확인된 것. 주인공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제2형 당뇨병 및 성인 비만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노보 노디스크의 리라글루타이드와 2상임상 중에 있는 당뇨병 약물인 레모글리플로진 에타보네이트(Remogliflozin etabonate)다.

이들 연구는 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유럽간학회(EASL)의 국제간회의(ILC)에서 베일을 벗으며 초미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당뇨병 치료제가 지방간질환에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고용량 비타민E(800IU/일)와 함께 당뇨병 치료제 피오글리타존(상품명 액토스, 30mg/일)이 NAFLD 환자에서 혈청 ALT 수치의 호전과 간 내 지방의 침착 및 염증소견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관찰되며 가능성이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피오글리타존은 적절한 투여기간과 치료용량, 장기간 치료 시 부작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NAFLD는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등 증상이 중첩되는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리라글루타이드 1.8mg, NASH 환자서 효과 입증

ILC 2015에서 공개된 무작위대조연구(RCT) 결과에 따르면,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리라글루타이드는 비알코올지방간염(NASH)가 발생한 간의 조직학적 제거율(clearance)을 개선했으며 간섬유화의 진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LEAN(Liraglutide Efficacy and Action in Nonalcoholic Steatohepatitis)으로 명명된 이번 연구는 실제 NASH 환자를 타깃으로 리라글루타이드의 유효성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간 생검에서 NASH가 확인된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리라글루타이드 1.8mg 또는 위약(대조군)을 48주간 1일 1회 피하주사 접종했으며, 1차 종료점은 'NASH의 완치'를 의미하는 간 생검상 조직의 개선정도와 치료 전과 후 간섬유화의 악화가 없었는가 였다.

결과에서 유효성은 뛰어났다. 52명의 참여자 가운데 치료 종료 후 45명에서 간 생검 결과 1차 종료점(조직학적 제거율)을 만족한 환자의 비율은 리라글루타이드 투약군이 39%로 위약군 9%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또 리라글루타이드 투약군 가운데 2명(9%)만이 간섬유화가 악화됐는데, 이는 8명(36%)이 발생한 대조군과 비교해 위험도가 현저히 낮았다.

즉 리라글루타이드가 NASH의 개선과 함께 간섬유화의 진행을 막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연구에 사용된 리라글루타이드의 용량과 관련해 일부 지적이 나온다. 성인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리라글루타이드 용량은 3.0mg(제품명 삭센다)이었지만 연구에선 1.8mg(제품명 빅토자) 용량을 사용했다는 데 의문이 제기된 것. 연구팀은 리라글루타이드 3.0mg의 효과가 보다 뛰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전성 데이터가 마련된 1.8mg을 우선 적용했다고 밝혔다.

레모글리플로진 에타보네이트, ALT 수치 40% 감소…항산화 효과

한편 개발이 한창인 선택적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도 사후분석 결과 NASH와 NAFLD의 치료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시행된 연구가 NAFLD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데 적용에 한계가 있다. 개발사에 따르면 이 약물은 올해 하반기 NASH 환자만을 타깃으로 하는 2b상임상 연구가 시작될 예정. 연구에 사용된 레모글리플로진 에타보네이트는 기존 레모글리플로진의 개량약물(prodrug)로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일단 이중맹검으로 진행된 이번 2b상임상 연구는 336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A1C 7.0~9.5%)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에서 레모글리플로진 에타보네이트를 50, 100, 250, 500, 1000mg으로 각각 용량을 달리해 1일 2회 투약하거나 위약 또는 피오글리타존 30mg을 1일 1회 12주간 무작위로 투약했다.

치료 12주째 결과에서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역할은 합격점을 받았고, NAFLD와 관련된 시사점이 사후분석에서 제시됐다. 간기능 검사에서 위약군 대비 레모글리플로진 투약군의 ALT 수치가 치료 시작전보다 32~42%까지 낮아진 것. 또 동일 SGLT-2 억제제 계열인 카나글리플로진(canagliflozin)과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과 비교해 레모글리플로진 에타보네이트의 항산화 효과가 의미 있게 높았다는 사실이다.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NASH에서는 지방증(steatosis)의 결과로 인슐린 저항성과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문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데이터는 해당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 단초가 된다"며 "NASH를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임상연구에서는 GLP-1 계열 치료제들이 NASH 환자에서 유효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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