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B형간염 단독요법 급여시행, 기대효과는?

지난 1년여간 간질환 분야는 진단 검사부터 치료제까지 유독 말들이 많았다. 비리어드 단독요법의 급여삭감을 비롯한 차세대 C형간염 치료제들의 약가 논란, 간암에서 PET-CT의 사용이 발목을 잡히면서 어느 해보다 보험이슈가 파란만장했던 것.

하지만 악재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발빠른 대응으로 학회가 갖춰야 할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의학적 근거 쌓기와 가이드라인의 신속한 업데이트를 통해 진료현장에서 불거진 각종 보험이슈 일부를 해결한 것이 그 예다. 아직 모든 논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동안 학회에서 공공연히 얘기됐던 주요 이슈들을 짚어봤다.

1. B형간염 단독요법 급여시행, 기대효과는?

2. C형간염 차세대 신약 도입 남은 과제


이슈 1. 비리어드 단독요법 급여, 특정 약물 선호인가?
의료 비용의 선순환 촉진 기대, 비용효과성 고려 복약편의성 높이는 데 주력

 

다약제 내성을 보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단독요법의 사용은 대한간학회의 가장 큰 이슈였다. 다약제 내성은 두 가지 계열 이상의 치료제에 내성이 발생한 경우로, 그동안 항바이러스제 교체 시 불거지는 삭감문제로 논란이 많았던 상황. 의료진 사이에 '다약제 내성 환자에 테노포비르(제품명 비리어드) 단독 사용은 곧 삭감'이란 인식이 팽배했다.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급여문제가 해소됐다. 해당 환자의 경우 기존 엔테카비르(제품명 바라크루드) + 테노포비르 병합요법만이 급여가 인정됐지만 지난 5월 1일부로 테노포비르 단독처방까지도 보험 혜택이 확대됐다. 이번 확대 조치로 평소 2가지 약을 먹던 해당 환자는 하루 한 알만 먹어도 비슷한 효과와 높은 복약 편의성, 비용 절감(연간 최대 71만원)의 이득을 얻는 셈이다.

▲ 김영석 교수(대한간학회 보험이사)
대한간학회 보험이사인 김영석 교수(부천순천향병원 소화기내과)는 "다약제 내성 환자가 많은 국내 상황에서 병합요법(dual therapy)에서 단독요법(mono therapy)으로 넘어 갈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선제요법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간경변증이나 항암제, 면역조절제를 처방받는 환자들에게 절감된 비용이 투입된다면 의료 보장성이 그만큼 강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결과는 무엇보다 간학회의 발빠른 대응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임상적 근거 구축과 적극적인 가이드라인의 손질이 결실을 맺었다는 얘기. 6개월 앞선 지난해 10월 27일 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선 치료제 부분을 손본 만성 B형 간염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다약제 내성환자 대상의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추가였다.

개정 작업을 주도한 연세의대 이관식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단독과 병용요법의 근거수준을 동등하게 설정했다는 점"이라며 "환자 맞춤치료를 위해 병용 혹은 단독요법에 대한 의료진의 선택에 여지를 뒀다"는 답변이 개정의 취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즉, 급여삭감의 단초가 됐던 2011년 가이드라인에는 테노포비르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병용전략을 우선 고려했지만 3년이 지난 상황에서 테노포비르 내성에 대한 데이터와 효과가 확실히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환자가 간섬유화검사를 받고있는 모습.

우려되는 것은 약제의 변경과 관련해 무분별한 약제의 전환(switching)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영석 교수는 "항바이러스제제에 대한 학습효과가 충분한 상황인데다 기존 치료제로만으로 안정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환자에서는 약제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정 약제를 선호하는 방법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환자 개인을 비롯 공공의료 전체에 큰 이득이 된다는 게 이번 변화의 취지"라고 의미를 명확히 했다.

분명한 것은 해당 환자에서 치료제 전환의 기회를 보다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전처럼 약제를 전환하기 위해 오랜기간 투약을 중단하고 원인 약물을 찾아내는 불필요한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대한간학회 홍보이사인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모든 환자가 아닌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지만, 단독요법이 병합요법만큼의 효과가 확인된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약사의 특정 약물 처방과 관련해 불편한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학계는 다약제 내성에서 2제 병합요법 대비 테노포비르 단독 사용이 비용효과가 크다는 입장만큼은 확실하다"며 "기존 병용요법에서 사용하던 테노포비르를 단독으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제약사에 혜택을 준다는 논리는 어폐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슈 2. B형 간염, 손 놓을 단계 아니다
필수예방접종 국책사업 효과 제한적, 30대 이상은 아직 고위험

부천순천향병원 소화기병센터. ⓒ사진 고민수 기자

우리나라가 'B형 간염의 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B형 간염 유병률이 기존 7~8%에서 3%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수치상 '일반화의 오류'가 따른다는 것. 요지는 1995년부터 시작된 전국민 B형 간염 필수예방접종 국책사업의 결과로 발생률이 줄어든 것은 인정하지만 일부 사실이 은폐됐다는 분석이다.

안상훈 교수는 "예방접종 사업의 시작 시기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예방효과는 현재 20대 미만에서만 나타나고 있다"며 "국책사업의 대상이 된 연령대에선 유병률이 1% 미만으로 조사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접종 혜택을 받았던 20대 미만이 중장년층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예방접종의 효과를 판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3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B형 간염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가 지속적인 환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김영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감염 관리가 좀처럼 안 된다. 최근 대중목욕탕에 공용 손톱깎이가 모습을 감췄지만 여전히 수지침 등의 공동 사용이 흔하고, 젊은 세대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피어싱 문화도 위험요인"이라며 "백신접종 이전 세대는 만성질환으로서의 위험이 상당한 만큼 전체 유병률이 떨어졌다고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예방접종으로 홍역이 없어졌는가를 비춰 생각해 보면 B형간염도 안정기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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