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 페그인터페론 향방
C형간염 - 페그인터페론 향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15.04.30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형간염 치료전략에서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의 등장으로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페그인터페론이다. 최근 발표되는 DAA 연구들이 페그인터페론을 제외한(interferon-free) 전략을 필두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현재 페그인터페론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효과를 보이는 전략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비용 대비 효과 문제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페그인터페론의 실제적인 위치에 대해 조명해 본다.

국내에 강한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
국내 환자 C형간염 유전자형 고려해야

C형간염의 유전자형은 항바이러스 치료성적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인데 국내에서는 1b형과 2a형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치료 반응률은 유전자 1형이 2·3형에 비해 낮고, 일반적으로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치료했을 때 유전자 1형보다 2형 또는 3형에서 SVR이 서양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더욱이 우리나라 인구의 약 90%는 치료 전 SVR의 강력한 예측인자인 인터루킨(IL)-28B의 유전자다형성이 CC형으로 서구인들보다 높은 SVR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즉 유전자 2형은 페그인터페론 + 리바리린 병용요법 6개월 치료로 SVR이 80~90%이상 효과를 보이는데, 단지 10% 정도 올리기 위해 큰 비용이 드는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에서는 유전자 1형을 제외하면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가톨릭의대 김창욱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소화기내과)는 “우리나라에 많은 유전자형은 1b·2a고, 특히 1형을 제외한 나머지 2·3형은 기존 치료로 약 70~80%의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DAA 병용요법을 통해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인다고해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성공률은 10%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부작용이 적다는 DAA 병합치료의 장점을 고려해도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연세의대 이정일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미국에서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을 포기한 주된 요인은 DAA 병용요법에 비해 턱없이 낮은 완치율 때문이었다. 미국의 유전자 1형 초치료 환자를 예로 들면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 시 완치율은 40%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고 차이를 분명히 했다.

국내는 유전자 1형 초치료 환자는 완치율이 최대 70%까지 보고되고 있고, 유전자 2형의 경우는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부작용이 적지는 않지만 비교적 만족할 만한 완치율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고려했을 때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을 포기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국내 C형간염 환자관리가 유효하다는 주장이 거론되면서 DAA 도입 이후에도 기존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이 이어지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순천향의대 김영석 교수(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우리나라에서 DAA 제제 처방 대상은 C형간염 유전자 1형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기존 치료 후 재발했거나 간경변증 등으로 인터페론의 금기에 해당하는 경우 DAA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DAA의 보험적용기준과 환자 비용부담에 따라 상황은 매우 유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국내는 인터페론에 대한 치료 반응률이 높은 한국인의 인종적 특성을 고려할 때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적으로 보세프레비르, 텔라프레비르 등 1세대 DAA는 발진, 가려움증, 빈혈, 소화기증상, 미각장애를 보였고, 빈혈로 인해 약물의 감량이 필요하다는 부작용 보고도 있었다. 더욱이 작년 6월 국내에도 승인된 보세프레비르는 1회 복용 시 4캡슐로 1일 3회 복용해야해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차세대 DAA 역시 각각의 약제에 따라 나타나는 이상반응에는 차이가 있지만 경증의 피로, 두통, 불면증, 오심, 가려움증, 설사 등이 관찰됐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투약에 따른 이상반응이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페그인터페론 그리고 DAA, 누구에게 사용해야 하나
그렇지만 임상시험에서 DAA가 효과와 안전성 측면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만성 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이 짧은 치료기간, 높은 SVR, 높은 안전성을 가지는 DAA 기반 치료로 바뀔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환자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의 결정을 위해 △현재 표준치료의 SVR 유지 △DAA 도입까지 치료를 기다렸을 때 간질환의 진행위험성 수준 △치료에 수반되는 개인 사회적 비용 여력 △환자의 치료 의지를 고려해야할 조건으로 꼽았다.

이에 큰 틀에서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을 즉지 시행해야 하는 군과 DAA 도입을 기다려야 하는 환자군의 분류에도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이고 있다.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권장하는 대상군은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 2형 또는 3형, 인터루킨-28B CC형, 간경변증을 포함하는 섬유화가 진행된 환자, 기존치료에 적극적이고 경제적으로 DAA 처방이 어려운 경우 등이다. 반대로 차세대 DAA 기반 치료는 비대상 간경변증 등 인터페론 치료가 곤란한 경우, 인터루킨-28B가 CC형이 아닌 경우, 기존 표준치료가 금기에 해당하거나 심한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가 꼽히고 있다. 즉 C형간염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기존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각종 검사를 통해 간섬유화가 진행된 환자는 즉시 표준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심질환, 폐질환, 혈액질환, 자가면역질환, 신경 및정신건강질환, 신장질환 등이 동반됐으며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비대상성 간질환, 혹은 치료비반응군, 간이식환자군 등 기존 치료로 치료 성공률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면 DAA 도입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간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았거나 진행이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료 반응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형 2형의 경우 간섬유화나 간경변이 없는 환자는 기존의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에도 반응이 좋겠지만 환자 사정상 치료를 미룬다고 해도 관리에 있어서 급박한 상황이 생길 확률은 낮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림의대 김동준 교수(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는 “만성 간염 환자들 중에서도 현재 간섬유화가 경미하고 진행속도가 빠르지 않은 환자라면 향후 DAA로 구성된 경구요법 치료가 가능할 때까지 치료를 연기할 수 있겠지만 이미 섬유화가 진행된 2기 이상이거나 간섬유화 진행속도가 빠른 환자는 가급적 빨리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전략을 강조했다. 단 DAA 치료에 실패할 경우 추가치료의 가능성이 줄고 다약제내성이 발생할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DAA 비용의 벽, 어떻게 넘을 것인가
현재 국내에서는 C형간염 완치에 유전자 1형 환자에서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평균 1년 치료할 경우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며 약가는 보험적용 시 약 300만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페그인터페론 병용치료가 미국, 유럽 등지보다 4분의 1 정도 저렴하면서도 치료성적은 10~15% 더 높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국내 수가체계를 고려할 때 미국, 유럽에서 발표된 차세대 DAA가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란 어렵다.

또 미국이나 유럽은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의 치료비용이 국내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DAA 치료제의 높은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에 김영석 교수는 일본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선에서 C형간염 치료제가 보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우리나라는 B형간염이 급만성 간염 및 간경변증,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 때문에 C형간염 환자가 많은 일본과 같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적절한 약값 책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국내 상황을 고려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기존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유전자 1형을 포함해 치료성적이 불량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군에서는 정부의 논의 과정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면 고스란히 불이익을 받는 환자군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통해 출시가격 조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일 교수는 “DAA가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DAA의 도입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환자에게 보험적용과 같은 혜택이 우선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다른 여러 나라의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해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환자를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단순히 제약사에 가격 인하 압박만을 할 것이 아니고, C형간염 환자들이 실제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험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른바 제약사와 환자 관리의 윈-윈 정책이다.

김창욱 교수는 “문제가 되는 투석환자나 제소자들에게는 무상치료 또는 본인부담금비율 경감 등을 통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고 보험적용기준을 최대한 넓혀서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면 국가적으로도 해당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용이해져 C형간염 박멸을 기대할 수 있고, 제조사는 치료건수가 늘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즉 전문가들은 페그인터페론 병용요법과 DAA 전략 선택에 대한 기준 제공을 위해서는 우선 DAA 약물이 국내에 적절한 가격으로 도입되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 간질환 환자에 대한 의료경제적인 분석과 비용효과 분석 등 포괄적인 토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