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치료 단독요법, 병용요법 수준 권고

이번 대한간학회의 B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은 효과와 내성을 최적화시킨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최신 연구들을 신속히 반영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욱이 가이드라인 변화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논란이 됐던 급여삭감에만 머물지 않는다.

B형간염은 국내 만성간염 가운데 유병률이 65%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며, 간암으로 나아가는 중요 출입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염 치료는 간경화와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아, 환자의 사망을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래서 B형간염 관리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경제적인 지원이 수반돼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심평원이 이러한 간질환의 특성을 간과하고 단기간 바이러스 반응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급여정책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하나다.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근거를 인정한 국내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만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노포비르가 도입된 후 국내 및 해외에서는 내성치료에 반드시 병용요법만이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이다.

48주 후 바이러스반응 71~73% 통계적 차이 없어…국제 치료트렌드 반영
간질환 특성 급여 반영돼야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라미부딘 내성 환자는 근거수준 A1으로 테노포비르 단독 또는 뉴클레오시드 유사체 + 테노포비르 병용치료를 강력하게 권고했고 아데포비르, 엔테카비르, 다약제 내성 각각에서 테노포비르 단독사용을 권고하거나 테노포비르에 엔테카비르를 추가한 병용요법을 근거수준 B1으로 동등하게 추천했다.

이렇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근거수준이 높게 조정된 데에는 각 약물의 내성 연구를 근거로 하고 있다.

먼저 테노포비르 내성은 6년 추적관찰 연구결과 585명 중 테노포비르를 계속적으로 복용한 466명에서 내성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바이러스 돌파현상을 보인 일부에서 내성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을 때 다양한 위치에서 변이가 발견됐지만 테노포비르 약제 감수성과는 무관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복약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경우에 해당됐다. 즉 내성과 관련해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어 엔테카비르 내성은 필수적으로 라미부딘 내성 돌연변이를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는 모든 뉴클레오시드 계열 약제에 교차내성이 발현될 것으로 생각됐지만 약제의 구조와 시험관(in vitro) 연구결과 예상과는 달랐다.

결과에 따르면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에서 바이러스 증식억제효과가 기대되는 약물은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유사체 계열 약제인 아데포비르와 테노포비르를 추천한 것이다.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국내서 시행된 전향적 다기관 연구결과를 보면 엔테카비르 내성을 가진 90명 환자들을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혹은 테노포비르와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으로 무작위 배정해 48주간 치료했을 때, 각각 71% 및 73%에서 바이러스 반응(HBV DNA 15 IU/mL)이 확인됐다.

즉 두 치료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추가적인 약제 내성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다약제 내성에 있어서는 연구들 대부분이 대상 환자수가 적고 내성양상이 균일하지 않으며 치료 약제들의 조합도 다양해 아직까지 확실히 정립된 치료는 없지만,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 아데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 혹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등을 투약하는 것이 선택되는 상황이라고 기술했다.

다약제 내성 치료전략 '대동소이'

이와 관련 간염분야 대표격인 유럽간학회(EASL), 미국간학회(AASLD)의 B형간염 가이드라인은 내성치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각 가이드라인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효과만큼은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다.

먼저 라미부딘 내성의 경우 EASL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우선시 하지만 이에 불응할 때는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을 사용토록 했다.

AASLD는 라미부딘 + 아데포비르, 라미부딘 + 테노포비르, 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을 권고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어 아데포비르 내성 환자는 AASLD에서 아데포비르 + 라미부딘, 엔테카비르 단독요법 또는 아데포비르 +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EASL은 이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유럽의 가이드라인은 테노포비르에 기타 뉴클레오시드 계열 제제의 병용요법을 추천했다.

엔테카비르 내성에 EASL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혹은 테노포비르 + 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을 추천했으며 테노포비르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엔테카비르 + 아데포비르 병용요법을 사용토록 했다는 부분에서 대한간학회와 의견을 같이 했다.

AASLD도 이와 유사하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과 테노포비르 + 엠트리시타빈 병용요법을 제시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다약제 내성 환자에 대해 AASLD는 권고사항을 제시하지 않은 반면 EASL은 뉴클레오시드와 뉴클레오티드를 병용하지만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1차치료로 선택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신 임상연구 결과를 가장 급진적으로 반영하는 EASL 가이드라인만큼은 다약제 내성 환자의 표준치료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