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26%는 국내제약 소유...입증책임 떠안는데 소명절차 '빈약'

복지위 법안소위, 허가특허 보완 '건보법 개정안' 의결

무리한 특허방어로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끼친 경우, 해당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오리지널제약사 약제비 환수법안'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회의 상정 당일, 법안소위를 통과하는 등 법 개정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허가-특허연계제도 후속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상정한데 이어, 오후 열린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수정, 의결했다.

개정안은 특허심판이나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경우, 해당 제약사로부터 건강보험재정 손실분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리한 특허소송 제기로, 제네릭 출시를 지연시켜 건강보험재정에 손해를 끼친만큼 이에 대한 비용을 제약사에서 지불하라는 의미다.

정부는 특허심판 또는 특허소송에서의 패소 자체를 '건보재정에 손해를 끼친 부당행위'로 간주, 패소시 손실상당액을 제약사로부터 징수할 예정이다. 

특허심판·소송제기가 제네릭 출시를 지연시키기 위한 고의적 조치가 아니라면 손실액 징수가 면제되지만,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제약사에 있다. 손실액 징수조치에 불복하고자 할 경우,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제약사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다.

법안소위는 과도한 특허방어를 막는 일종의 제동장치로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안을 의결했다.

다만 법안소위 논의과정에서 몇 가지 제한점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리지널 특허를 다수 보유한 다국적사의 부당한 특허방어로부터,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국내 시판된 의약품 특허의 26%가 국내 제약사 소유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다국적사를 경계한 방어조치가, 상당수 국내제약사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다국적사로부터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국내 의약품 특허의 26% 가량을 국내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잘못하면 국내사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허소송 패소시 일단 손해액을 징수하고 후에 고의성을 다투로록 하는 전치주의적 방식을 제약사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또 그에 반해 제약사에 대한 '소명기회' 제공은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지부는 손실액 징수조치 또한 행정처분으로, 다른 행정처분들과 동일하게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피처분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 그러나 이의신청을 주관하는 기관이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로, 사실상 처분기관과 동일한데다 행정소송 제기시 무과실 입증책임을 제약사가 져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정부는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으로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사건의 건수가 현재에만 무려 2만건에 이르러,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남 의원은 "손해징수가 제약사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이의신청 이전에 해당 제약사에 소명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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