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치료제 시장 주목…안전성 입증 총력

매년 새해마다 반복되는 금연 열풍이 올해는 더욱 거세다. 정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식당, 호프집, 카페까지 흡연장소가 점차 없어짐은 물론 담뱃값도 올해부터 4500원으로 상당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에서 2014년 기준 약 43.7%의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정부의 금연 억제 정책은 향후에도 강도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책 없는 금연은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흡연자의 55.3%가 금연을 시도했음에도 자신의 의지만으로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의 금연 권고나 금연 상담, 약물치료를 병행할 경우 금연 확률이 증가했는데, 6개월 금연 성공률에서 니코틴 대체요법(껌, 패치, 흡입기 등)은 17%, 부프로피온은 19%, 바레니클린은 26%의 성공률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조사에 힘입어 제약업계의 금연치료제 시장 공략도 탄력을 받는 추세다. 이에 현재 금연치료제 시장 규모는 어느 수준에 와 있으며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 살펴봤다.

시장 규모 200억원대서 지속 증가

지난해 5월 보건산업기술이전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금연치료제 시장은 2014년 기준 약 243억원 수준으로, 2012년 208억원, 2013년 225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러한 수치는 생산실적, IMS 헬스데이터 등을 취합한 것으로 실제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또 정부의 금연정책 발표 이후 지난해 3분기 니코틴 패치제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8%, 니코틴 껌은 약 6%, 니코틴 트로키제(캔디형)는 약 159%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전체는 약 27%의 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연보조제는 정부 방침에 따라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배포되는 수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이들에게 니코틴 패치제, 니코틴 껌 등 금연보조제를 흡연습관 등의 진단을 거쳐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는 각 보건소가 책정된 예산에 따라 제약사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형식이며, 보건소마다 제품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전국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이용자가 전년 대비 3.15배 증가했고 시·군별로 많게는 다섯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보건소를 통한 금연보조제 수요는 당분간 전체 시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금연보조제에 건강보험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시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험등재에 소요되는 행정절차 등의 시간(6~12개월)을 고려해 2015년에는 공단사업비 형태로 개시하고, 약가협상·법령 개정 등을 거쳐 2015년 하반기부터 보험 적용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금연보조제를 판매하는 제약사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이번 금연 열풍은 상당히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흡연자들의 금연보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보건소에서의 수요도 상당해 금연치료제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 옛말?

▲ GSK 웰부트린

금연보조약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은 금연보조 경구약물은 부프로피온(제품명 웰부트린, GSK)과 바레니클린(제품명 챔픽스, 화이자)이 있으며, 이 제품들은 국내에서도 금연 보조약물로 처방된다.

웰부트린엑스엘정은 기본적으로 우울증 치료제로 쓰이지만 웰부트린서방정은 우울증과 '금연 시 니코틴 의존을 치료하기 위한 단기간의 보조요법'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웰부트린의 금연 관련 사용은 아직 활발하지 않다. GSK 관계자는 "웰부트린서방정은 금연에 대한 적응증은 갖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사용 비율은 적은 편"이라며 "현재도 금연과 관련된 특별한 마케팅은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화이자는 최근 공석이던 PM을 새로 배치하는 등 챔픽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됐던 자살 충동에 대한 안전성 이슈도 임상을 통해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챔픽스의 설명서에는 2009년 FDA의 조치에 따라 '챔픽스 복용자는 불안과 적개심·우울증·자살 행동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가 삽입된 상태다. 미국에서 2007년 8억 8300만 달러 수준의 매출을 달성한 챔픽스는 FDA의 경고 문구 삽입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화이자는 자살 충동, 자해 위험률, 우울증에 대한 주홍글씨를 벗고자 수차례 대규모의 신경정신과적 안전성 프로파일 입증 연구를 진행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니코틴 대체제(n=8만1545), 부프로피온(n=6741), 바레니클린(n=3만1260)을 사용한 18세 이상 남녀 11만 95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호트 분석에서는 다른 금연 대체제와 비교해 바레니클린을 복용하는 흡연자들에게 치명적, 비치명적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 등을 보인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17건의 위약대조연구(n=8027) 중 자살행동,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학적 부작용이 있는 환자(n=1004)와 그렇지 않은 환자(n=7023)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위약 대비 바레니클린 복용 환자에서 자살 관념 및 행위, 우울증, 공격성 등에 유의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 화이자 챔픽스

이 밖에도 화이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덴마크에서 18세 이상 남녀 7만 7759명, 미국과 캐나다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정신분열정동장애를 가진 흡연자 127명 등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우울증 척도 변화에서 위약군과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FDA는 지난해 산하 위원회를 통해 바레니클린의 박스 경고문 삭제를 검토했지만, 안전성 관련 라벨은 변경하되 경고문은 삭제하지 않고 유예키로 결정했다. 이에 올해 3분기 박스 경고문 삭제에 대한 회의가 다시 진행되며, 화이자 측은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해소를 위해 관련 임상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FDA 결정에 따라 미국 라벨은 임상 관련 내용이 추가되는 등 안전성 문구가 변경됐으며,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에 맞춰 변경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천은미 교수(호흡기내과)는 지난해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된 '일차 진료의를 위한 효과적인 금연 치료법'을 통해 개원의를 위한 처방 예를 제시했다.

천 교수는 "약물 요법은 금연을 하고자 하는 모든 흡연자에게 사용이 권고되며 금연 약물의 사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약물 사용을 권고해야 한다"며 "자살시도나 자살 충동의 문제가 있는 환자를 제외하면 바레니클린은 현재까지 금연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이라고 꼽았다.

또 "금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니코틴 대체 치료제와 바레니클린을 병용했을 때 심한 금단증상을 가진 흡연자에서 효과를 보였으나,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의 두 가지 경구 약물을 병합 투여하는 것은 금연 효과는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증가돼 권고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금연 열풍에 오용 우려"

한편 정부의 금연 정책에 따라 금연치료제가 각광받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최비호 정책부장은 "금연치료제를 선택하는 본인의 의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부작용이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라며 "외국에서 안전성 문제로 주의깊게 취급되는 상품이 금연 열풍에 휩쓸려 오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보험약가를 지급하면서까지 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많이 복용하라고 한다"며 "심사숙고해 약제를 처방하는 풍토가 성숙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