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오르고

 

2012년 병원들의 전체 성적표가 공개됐다. 의료수익이나 이익률은 소폭의 흑자였지만, 인건비 비율 증가, 의료원가 등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나 재무 구조 등이 취약해 장기적으로는 경영수지가 악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13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일반병원, 정신병원, 전염성병원, 한방병원, 치과병원 등) 32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 그 결과를 이번에 발표했다.

3200여개 병원 중 675개 의료기관의 자료를 수집해 활용 가능 한 653개 의료기관을 분석한 자료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흑자인데 흑자로 볼 수 없는 지표들

올해와 마찬가지로 의료계는 지난 2012년에도 의료계는 어렵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수치상으로는 흑자였다. 전체 병원의 평균 의료수익(병원의 제 수익항목 합계: 의료수익, 외래수익, 기타의료수익, 단 의료부대수익 제외) 대비 의료비용을 차감한 의료이익의 비율인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은 2.3%였다.

보건산업진흥원측은 “2012년 2.3% 소폭의 흑자지만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인 3.7%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근 10년 동안 평균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은 병원 9.6%, 160~299병상 3.6%, 160병상 미만이 -3.5%였다”고 발표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160병상 미만의 병원은 지난 2003년 이후 지속해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8.0%를 시작으로 2005년 -5.2%, 2011년 -5.4%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외래환자는 증가했지만 입원환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병원 백병상당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259.7명으로 전년도 250.명보다 약 9명 증가했다. 하지만 백병상당 하루 평균 입원환자 수는 84.3명으로 전년도 87.5명보다 약 3명 감소했다.

평균 진료비도 증가했다. 2012년 전체 병원의 외래환자 1인 평균 진료비는 8만 1365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17% 증가했고, 입원환자 1인 1일당 평균진료비는 26만5006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3% 증가했다.

최근 10년 동안 1인 1일당 평균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외래 진료비는 전체 평균 연간 9%, 입원진료비는 전체 평균 연간 8%씩 증가했다. 종합병원은 300병상 이상 연평균 증가율이 10%로 가장 높았다. 입원진료비는 상급종합병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7.2%로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병원 숫자는 어떨까? 전년도에 비해 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 의원이 소폭 증가했고, 병원 이익률도 2011년과 비교해 조금 상승한 것에 머물렀다. 2012년 총 의료기관 수는 종합병원 323개소, 병원 2414개소, 의원 2만8762개소 등 총 5만 9519개소다. 2011년은 종합병원 319개소, 병원 2220개소, 의원 2만7909개소에 비해 종합병원과 병원은 감소했지만 의원은 853개소 증가했다.

OECD 주요국의 인구 천명당 급성병상 수는 계속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캐나다의 인구 천명당 급성병상 수는 1.7개, 프랑스 3.5개, 영국 2.4개, 미국 2.6개, 일본 8.0개, 우리나라 5.5개였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낮지만 주요 OECD 국가들보다는 월등히 높다.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는 장기요양병원도 곧 의료계의 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천명당 장기요양병상수는 2.7병상으로 일본과 비슷하지만 OECD 주요국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나빠지는 징후들

전문가들이 2012년 병원이 흑자를 보였음에도 의료계가 장기 불황을 겪을 것이라 내다보는 이유는 병원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재무구조의 건실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기자본비율이나 인력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

진흥원측은 “병원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2003년 34.9%, 2008년 43.3%까지 좋아졌지만 2012년도에는 38.7%로 떨어졌다”며 “최근 10년 동안 평균은 1.2% 연평균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재무구조는 제조업 49.7%에 비해 취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력 생산성 상황도 좋지 않다. 2012년 전체 병원의 인건비 투자효율(인건비투자효율=부가가치x100/인건비)은 전년도보다 3%p 떨어진 148%로 조사됐다. 최근 10년 동안 인건비 투자효율은 연간 약 1%p씩 하락하고 있고, 최근 병원들의 인건비 비율이 계속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병원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이유로 의료원가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의료수익 대비 의료원가 비율은 2011년 97.6%에서 2012년 평균 99.0%로 상승해 경영수지에 부담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0년 동안의 의료원가의 연평균 증가율은 전체적으로 큰 변동은 없지만 160~299병상 종합병원의 인건비 비율이 연평균 0.9%씩 증가했다. 또 재료비 비율은 16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 재료비가 연평균 1.7%씩 감소했다. 관리비 비율은 상급종합병원과 16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의 관리비가 각각 1.4%, 1.8%씩 증가했다.

진흥원측은 “전년도보다 병원 평균 재료비 비율과 관리비 비율이 소폭 감소했지만 고정비 성격을 띠고 전체 원가의 1/2을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증가한 것이 경영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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