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시스템을 점검하라 ... 자신만의 병원 이미지를 만들라

의료계는 모두 하나같이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수치상에서도 의료계가 장기적인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보인다. 외과나 산부인과 등 기존에 어렵던 진료과는 물론 최근에는 내과마저 무너지면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의 형상이다. 

의료계 인사들은 그 이유를 모두 정부의 낮은 수가에서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의료계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정부가 수가를 획기적으로 올려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저수가는 어쩔 수 없는 상수로 두고 현실을 이겨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것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 12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5th Korea Healthcare Congress에서 경영 전문가들이 위기의 의료계와 병원경영 전략에 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패러다임 변화 빨리 읽어라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병원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제 대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과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을 구축하고 전략적인 민첩성을 함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송 교수는 "고령화, 의료비 지출 증대, 기술 발전과 BT, IT, NT 등 이 세 가지 신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BINT Convergence와 모바일 헬스 등이 병원의 메가 트렌드라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병원들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망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를 신속하고 유연하게 전략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영자들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는 고객 니즈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객 가치의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생각의 전환을 강조하며 맥도날드식 제조방식을 병원에 도입한 인도의 아라빈드 안과병원을 예로 들었다.

이 병원의 설립자인 닥터 브이는 햄버거를 저렴한 가격에 어디서나 사먹을 수 있는데 백내장 수술 역시 똑같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병원으로 도입한 장본인이다.

닥터 브이는 맥도날드의 표준화된 제조방식을 병원에 도입해 의사가 1년 동안 백내장 수술을 평균 2000건 이상 하고 있는 병원으로 알려졌다.그는 "이 병원은 돈이 있는 환자는 유료이고 돈이 없는 환자는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며 "백내장 수술을 2000건 이상 한다고 해도 수술의 질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병원이 고령화, 모마일 헬스 등 메가 트렌드에 뒤지지 않으려면 무형자산/지식자산을 강조하고 차별화와 이노베이션에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6가지 병원 시스템을 탄탄하게

경영대 교수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면 병원을 오랫동안 컨설팅해온 전문가는 어려울 때 일수록 병원의 시스템을 보강하라고 제안했다.

성만석 엘리오앤컴퍼니 컨설팅본부 본부장은 불황은 계속 되고, 고객 수준도 계속 향상될 것이지만 병원의 수익 구조는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엘리오앤컴퍼니에서 지난 12년의 진료수가와 물가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진료수가가 물가수가보다 높았던 것이 고작 4년 정도였다는 것.이런 데이터가 있지만 정부는 예산 부담 등의 이유로 저수가에 정책에 대한 경영 현실화를 꾀하지 않고 있다는 아픈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병원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외국인 환자 유치하는 것도 신중히 봐야한다"며 "피부 미용 에스테틱 분야는 이미 중국인 자본이 들어와 있고, 에이전시 등의 문제가 있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병원 경영의 운영시스템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의사결정, 브랜드관리, 의료품질관리, 성과관리, 인재육성, 병원정보 등 병원의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병원 경쟁력의 근간은 효과적인 6가지 운영시스템을 탄탄히 만드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는 "운영 시스템을 강하게 만들면 중장기 전략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점검을 할 수 있고, 의사결정구조가 명확하고 권한 위임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객관적이고 변별력 있는 인사제도를 구축할 수 있고, 정교한 성과급 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병원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관련 경영자들의 평균 임기가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이 16년 동안 4명, 서울아산병원이 20년 동안 4명, 서울대병원은 15년간 3명인 반명에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은 118년 간 13명, 클리블랜드는 81년 동안 4명이었다"며 "미국 등의 경영자들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주어지고 여기에는 책임과 보상도 따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병원은 대체로 주인이 있는 병원은 주인이 있어서 문제이고, 주인이 없는 병원은 주인이 없어서 문제인 상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사례로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을 소개했다. 모든 의사결정이 센터장 차원에서 이뤄지고 또 총액예산제를 하고 있어 목표만 결정되면 센터장이 인력, 장비구입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병원만의 이미지를 만들라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배지수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은 병원들이 마케팅과 광고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듀크대학에서 MBA를 전공하기도 한 배 원장은 많은 원장이 생각하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 광고나 키워드 광고가 마케팅이라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피부과병원으로 꼽히는 3곳은 색깔 이외에는 차이가 없다. 최신 치료, 고가의 장비 등을 강조한다"며 "마케팅이 잘못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키워드 단가만 올라가고 결국 네이버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또 "마케팅이란 자신의 병원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의 이미지를 만들려면 시장에서 새로운 축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배송 서비스에서 후발 주자인 페덱스가 제일 빠른 배송으로 새로운 축을 그렸고, DHL 세계 곳곳까지 배달하는 회사로 이미지를 만든 것처럼 병원들도 이미지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은 1위만 기억한다. 아무리 좋은 것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2위는 고객들이 알지 못한다"며 "기존의 축이 있다면 그 축에서 싸우지 말고 다른 축을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요양병원 개원을 하기 전에 시장 조사를 했더니 효심이 높고, 가격이 싸거나 등의 축이 형성돼 있었다"며 "새로운 축을 그리고 위해 우리는 젊고 열정 있는 의사들이 진료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고객을 구분(Segmentation)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들이 병원을 결정할 때 의사결정 하는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된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내원한 환자에게 병원을 선택한 결정 요인이 무엇인지, 가격의 수용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고객이 구분되면 가격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항암제가 만드는 비용이 비싸서 가격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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