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정부 "해외환자 유치 불법브로커에 맡길 수야" 제도개선 찬성...국회 법 제정작업 '주목'

국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병원계는 민간보험사의 의료기관 지배력 강화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미 국회에 관련 법률이 제출됐고 정부와 업계도 뜻을 함께 하는 분위기다.

국회 이명수(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정희수 의원(기획재정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보험회사의 바람직한 해외환자 유치업 참여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해외환자 유치사업의 지속적인 발전, 미래 성장동력으로의 육성을 위해서는 국내보험사들의 해외환자 유치사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외환자가 우리나라를 찾는 경로는 크게 4가지.

의료기관이 직접 해외환자 유치기관으로 등록해 환자를 받거나, 환자가 치료차 자발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첫번째 경우고, 의료기관들이 유치국에 거점병원을 세워, 일부 중증환자나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이 두번째 경우다.

해외환자 유치업자나 외국보험사 등 업체나 기업을 통하는 방식도 있다. 국가에 등록한 해외환자 유치업자들이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이 세번째, 외국보험사가 국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판매, 이를 통해 환자가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네번째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보험회사 해외환자 유치허용 방안 모색 토론회.

보험업계와 보험당국은 이 같은 경로 어디에도, 국내 보험사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했다.

앞서 정부와 국회는 2009년 해외환자 유치사업을 위해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환자 유치사업 참여는 법으로 금지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뛰어들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의료혜택이 줄어들 수 있고, 민간보험사의 의료기관 지배력이 높아져 의료민영화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였다.

보험연구원 이창우 연구위원은 "해외환자 유치채널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해외환자유치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불법브로커가 난무하거나, 국내 의료진이 아예 유치국으로 건너가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보험사를 통한 해외환자 유치는 불법행위 발생 가능성이 낮으며 보험사가 가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으로까지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보험사들의 해외환자 유치사업 모델로는 ▲외국현지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외국인들이 사고발생시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료기관 해외진출시 이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담보로 보험상품을 개발해 함께 해외진출을 꾀하는 방법 ▲또 이렇게 만들어낸 보험상품에 기존 유치업자들의 모집능력을 결합해 3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복지부 "보험사 참여, 시장 정상화 기여" 기대...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제정도 '찬성'

병원계는 우려를 표했지만, 정부와 업계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병원경영연구원 신현희 박사는 "보험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진료권이 제한을 받을 수 있으며, 보험사에 제공되는 환자의 진료정보와 관련해서도 그 범위와 보완 책임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보험사가 병원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의료기관에 진료권과 진료비 협상권을 보장해야 하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환자불만과 의료사고 등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보험회사가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의료체계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승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해외환자 유치는 이제 우리가 발전시켜 나가야할 산업분야로 성장했다"며 "유치채널 다변화를 통해 유치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외국인환자 보호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며, 보험사의 참여가 상당부분 시장을 정상화하고 틀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일각에서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허용이 국내 건강보험 체계 약화와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사 지배권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은 물론, 국민 건강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업을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힘을 보탰다.

금융위원회 김진홍 보험과장은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건강보험의 골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협조해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 차원에서 진행 중인 법 제정작업에 대해서도 필요성과 내용 측면에서 모두 동의한다는 입장을 냈다. 정부도 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얘기다.

앞서 이명수 의원은 지난달 해외환자유치·의료기관해외진출 등 이른바 국제의료사업의 육성을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황승현 과장은 "사업수행 기관의 지원과 시장질서 유지관리에 관한 내용이 비교적 균형있게 담겨있는 법령으로 보고 있다"면서 "의료법의 한 조항을 바꾸기보다는 개별 독립법으로 가는 것이 독립적 사업 추진, 공공성 훼손 우려 해소 측면에서도 타당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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